두가지 인생 - 40

갑과을 작성일 16.11.07 00: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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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업로드를 하네요. 늦은 업데이트 정말 죄송합니다. 군생활 끝나면 글쓸 시간이 많아지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먹고사는게 급급하다보니 또 글쓸 시간이 부족합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시간이 많긴 한데요, 제 의지가 많이 부족한거 같습니다. 스마트폰이 정말 시간도둑인거 같네요. ㅠㅠ

 

이렇게 사족을 다는 이유는, 용어상에 변동이 좀 있어서 미리 알려드리려고요. 이제까지 '선요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번편부터는 선요원이라는 표현 대신에 '휠맨'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습니다. 히트맨과 짝이 되는 단어더라고요.

 

나무위키에 의하면....... '히트맨'은 마피아의 용어중 하나였습니다. 간단히 말해 청부살인업자를 말하는거지요.

'휠맨'은 무엇이냐, 히트맨이 움직일 수 있게 교통수단을 제공하고, 운전까지 하는 마피아 일원을 뜻한다고 합니다.

또 한가지를 덧붙이자면, '행정직'이라는 표현을 썼던 요원은 '핑거맨'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핑거맨'은, 히트맨이 타깃을 살해하는걸 돕기위해, 타깃의 동선을 파악하고, 무기를 제공하는 자들을 뜻한다고 합니다.

 

여기서까지를 살펴보면 선요원이 '핑거맨'이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어차피 용어는 용어일 뿐, 빌려쓰는 거니, 별로 신경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 이 소설의 행정직이 '휠맨'처럼 교통수단을 제공하거나 운전하는건 아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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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1. 로키

 

커미션?”

, 커미션이요.”

 

1 더하기 34라고 말하는 것 같은 투로 입은 떼었지만, 커미션을 입에 담은 녀석의 얼굴에는 악의와 심술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지금으로선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커미션을 언급하려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우리를 골탕 먹일 작정일 거라고만 짐작이 될 뿐, 그것으로 어떻게 우리를 곤란하게 할지는......

 

!”

 

그건 지부장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지, 입술을 가로로 늘이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커미션이 뭐 어쨌길래?”

그동안은 건당 액수가 정해져 있었잖아요. 그러다보니 실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는거 같더라고요. 그러니 퍼센티지로 산정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녀석의 입에서 합리적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올 때, 나는 솔직히 말해서 그 자리에서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자기 꼴리는 대로 사는 녀석이 합리? 적절한 자리를 찾느라 무던히 애쓰던 아이러니란 단어가 드디어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지금 녀석이 한 말은, 내가 요사이에 들은 말 중에 최고의 개소리가 아니었을까?

나는 지부장을 쳐다보았다. 역시나 그도 웃음을 참느라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다. 그는 내 경우보다 좀 더 심해서 눈가를 찌푸려 가면서 손가락을 깨물고 있었다. 우리를 보는 도로시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의 징후도 드러나지 않았다. 아마 우리 둘이 이런 반응을 보이리란걸 대충 짐작하고 있었나보다. 그런 모습을 보니...... 문득 불안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건

 

퍼센티지는 10%로 하는 걸로 하지요.”

 

옛 말에 그런 말이 있었던가,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정말 인생의 진리를 담은 말이 아닐까 싶다. 웃음을 참다가 도로시의 얼굴을 보면서 불안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어떻게 다음 순간에 바로 찾아올 수 있단 말인가. 어쨌거나, 우리를 골탕 먹일 생각이었다면 정말 성공한 셈이다. 녀석의 말 덕분에 나는 물론이거니와, 손가락을 깨물어가며 웃음을 참던 지부장마저도 민망한 얼굴로 입에서 손가락을 뗄 정도였으니 말이다.

 

“.......!”

 

문득 딸꾹질이 나왔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딸꾹질이라도 나오지 않았다면...... 이 분위기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갔을 것이다.

 

“.......10%라고?”

잘 들으시네요.”

...... 미쳤냐?”

“......”

너라면 잘 알고 있겠구만, 휠맨은 건당 3,000파운드씩 받잖아? 한 달이면 90,000파운드다. 그걸로도 만족을 못하는 거냐?”

“30%를 부르지 않은 걸로도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딸린 식구가 몇인지는 아냐? 너네 휠맨들 만 우리의 식구가 아니라고. 위에 놈들 용돈 줘야 되지. 짭새 찌끄레기들 입 틀어막아줘야 하지. 요원들 숙식 제공해야하지....... 우리도 남는 게 없다고!”

당신들이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하는지는 내 알바가 아니지만, 커미션을 10%정도만 떼고도 운영이 곤란해질 조직이라면, 당장 문 닫아야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지부장이 벌컥 자리에서 일어나 도로시년의 뺨이라도 올려붙이려고 하는 걸 말리느라 무던히 애를 써야 했다. 내가 지부장과 실갱이를 벌이는 동안, 이 눈치 없고 악의뿐인 도로시년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다음 말을 이어갔다.

 

아아, 공용어는 끝까지 들으셔야지. 이게 다가 아닌데 벌써부터 반응이 너무 뜨거운 거 아니에요?”

?”

커미션이야 운 뗄려고 한 이야기고...... 저 커미션은 순수하게 요원들에게만 나눠 줄 거에요. 저는 별도로 2%를 따로 받는 걸로 합시다. 이정도면 시대의 귀감이 되는 양심 있는 리더 아닙니까? 그리고, 휠맨이라는 게, ‘우리의 한 식구 대접을 제대로 못 받고 살아온 것이 사실이니, 이번 기회에 대접 좀 받읍시다. 워터 프론트의 전당포를 휠맨 청사로 개조할거에요. 견적은 의뢰 맡겨놨고, 계약금은 양심상 우리가 낼 테니까 잔금만 치러주시죠.”

.......”

 

......역시 도로시는 도로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녀석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거겠지만. 한 가지 특기할 점이 있다면...... 커미션 이야기를 꺼낼 때만 하더라도 지부장이나 나나 황당함과 분노를 느꼈다면, 녀석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젠 그런 생각마저도 들지 않았다. 그냥......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젠 커미션은 생각조차도 나지 않았다. 어찌 보면 그게 녀석의 노림수였을 지도.

 

어떻게 할까요? 도장찍을래요?”

“.......”

찍을거면 당장 찍고, 생각해 볼 거면 생각해봐요. 대신에 다음에 도장찍을 때는 직접 워터 프론트로 와서 찍으시죠.”

 

 

 

 

 

 

 

Channel 2. 아이리스

 

토라씨 지금 뭐라고......”

언니.”

 

토라씨는 어물어물 거리는 제게 자신의 곱상한 얼굴을 바싹 가져다대었습니다.

 

정말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물어보는거에요?”

아니 뭐 그런건 아닌데......”

다시 한 번 물어볼게요. 둘이 무슨 관계에요?”

“......”

 

토라씨의 질문은 제게 질문으로서 들리기 보다는, 하나의 경고처럼 들렸습니다. ‘어떤 변명이라도 해봐. 무슨 말을 해도 난 널 가만두지 않겠다.’처럼 말이지요. 식은땀으로 뒷목이 축축해졌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넘겨야 할까요? 아니, 저는 원론적으로는 파해법을 알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지요. 첫째, 로키군과 제가 별 관계가 아니라고 어필해야 한다. 둘째, 그 어필이 토라씨가 수긍할 정도로 그럴 듯 해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이야 간단하지요. 그 말 그대로 하면 되니까요. 다만...... 문제가 있다면 두 번째입니다. 무슨 이유를 가져다 대어야 그녀가 납득을 할까요? 다른 때라면 잘만 떠들어대던 자아의 파편들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꿀 먹은 벙어리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생각을 해야 하고, 거기에서 그럴듯한 단어들의 조합을 찾아내야 하며, 그걸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첫 번째 계단 앞에서 발목이 꺾여 도저히 오를 엄두를 낼 수가 없었어요.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 토라씨의 얼굴은 점점 찌푸려졌고, 제 뒷목에 고여 있던 식은땀은 어느덧 등골을 타고 흘러내릴 정도로 정신없이 솟아나왔답니다. 아드님은 산 위에서 대중에게 설교를 하시면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요구합시다. 그러면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찾고 싶은 것이 있으면 찾아봅시다. 그러면 찾을 수 있겠죠. 들어가고자 하면 문을 두드리면 됩니다, 그러면 문이 열릴 겁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아무래도 아버님은 떡을 찾는 제게 돌을 쥐여 주실 생각인가 봐요.

제가 이런 곤란한 상황,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대답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 그런걸 물어보는 거에요?”

 

이런 시간 끌기용 질문을 하는 것 밖에 없었어요. ‘언 발에 오줌을 눈다.’라고 하지요? 정말 그 말이 꼭 들어맞을 정도로 허술한 미봉책이 아니었을까 하고 자평해 봅니다. 이 질문은 말 그대로 당장의 위기는 어찌어찌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로키 오빠가 언니랑 밤늦게까지 술을 먹고 들어왔다고 들었거든요. 제가 아는 오빠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거든요.”

“......”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또 다시 위기로 몰아넣을 뿐이거든요. 결국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뒷목의 땀이 등줄기로만 흘러들어갈 뿐, 해명을 할 길이 없어 저는 솔직하게 말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토라씨에게, 있는 그대로를 말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

그게 다다?”

.”

......”

 

토라씨는 제 말을 듣고 나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저는 언제 토라씨가 절 해칠지 몰라 잔뜩 얼어붙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아 진짜 이 오빠 답답해 죽겠네. 이렇게 여자가 어필을 해 오는데도 그 따위로 행동을 하는 거야?”

“.......?”

 

토라씨의 말은 정말로 뜻밖이었지요.

 

, 미안해요 언니. 우리 오빠가 더럽게 눈치가 없죠? 뭐 근데...... 그건 언니 쪽에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될 거에요. 제가 평생을 옆에서 잔소리를 해대도, 눈치 없는 건 끝내 개선이 안 되더라고요.”

......?”

왜요?”

 

토라씨의 말이 계속되면 될수록, 제 머릿속은 복잡해져갔습니다. ..... 토라씨를 일종의 연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 사람과는 결코 친하게 지낼 수 없겠구나.’라고 마음을 굳혔었는데...... 이런 식의 반응은 전혀 상상하지 않았었단 말이에요.

 

..... 토라씨, 로키군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제가요?”

.”

로키오빠를요?”

.”

“......남자로써?”

.”

 

그녀는 세 번이나 똑같은 대답을 들은 끝에,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저는 토라씨의 심경에 무슨 급변이 있나 싶어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를 살펴보았습니다. 토라씨의 어께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파하하하!! ! 이 언니 정말 최고네! 와우! 진짜 언니는 최고에요 최고! 이제까지 들은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개소리였어요.”

“......”

 

토라씨, 아니 토라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배꼽을 잡으며 박장대소를 터뜨려댔지만, 그녀의 웃음을 듣다보니 마음이 복잡해져 왔습니다. ‘내가 이제껏 번민해 온 게 뭐였던 거지?’하는 허탈한 기분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독하게 무시를 당한 것 같아 부아가 치밀었지요. 하지만 가슴의 구석에서는..... 음습한 안도감이 꼬물거리며 또아리를 풀어나가고 있었습니다. 뭐라..... 한 마디의 단어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제가 꺼낸 말은,

 

이게 왜 개소리여야만 하는 거지?”

 

노여움과 확신에 대한 갈구가 범벅이 된 치졸한 질문이었어요.

 

 

 

 

 

 

 

Channel 1. 로키

 

말은 번지르르하게 했지만, 도로시년은 제 할 말만 하고 지부장실을 휘적휘적 나가버렸다. 그래, 애초에 녀석은 줄다리기의 마지막 경기를 워터 프론트에서 할 작정이었던 것이다. 어쨋거나 녀석은 나가버렸고, 방에는 지부장과 나만 남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방이 터무니 없이 크게만 느껴졌다.

 

“.......씨발.”

 

입을 먼저 뗀 것은 지부장이었다. 뒤틀린 입과 파르르 떨리는 주먹, 그 모든 것들은 분노라는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결국 그년이 이겨버렸군. 이곳에서 쫒겨났을 때 녀석이 지껄이던 말이 다 이루어져 버렸구만, 참 세상 오래살고 볼 일이야?”

지부장님.”

아놔 씨부랄! 이짓거리도 좆같아서 더는 못해먹겠네. 펜이랑 종이 어디있냐? 오늘 부로 사표 쓰고 와일드 브룩에 가서 흙이나 파먹으며 살던가 해야지.”

지부장님.”

알아. 그냥 투정 한 번 부려 본거야. 마스터 같은 악질 오너가 내 사표를 받아줄 리도 없고.”

 

지부장은 답답했는지 제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해시시 있냐?”

 

나는 별 말 없이 곽에서 해시시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고, 그는 그것을 받아 입에 물었다. 그는 볼이 홀쭉해질 때 까지 해시시를 빨고는 의자에 몸을 뉘였다. 이윽고, 하얀 연기가 의자에서 뿜어져 나왔다.

 

역시 이건 첫 모금이 다야.”

분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처음 한 순간만 넘기면, 그 다음은 그럭저럭이겠죠.”

감정도 없는 녀석이 잘도 아는 척을 하는군.”

감정 자체는 모르지만, 그로인한 현상은 지켜봐 와서 잘 알죠.”

하아...... 한 마디도 지지를 않는구만. 이놈이고 저놈이고 마음에 드는 놈들이 하나도 없어.”

 

지부장은 단 한 모금을 빤 해시시를 책상에 부벼 꺼버리고는, 꽁초를 책상위에 그대로 놓아두었다. 그는 초점없는 눈길로 의자를 돌려 창문너머를 바라보았다.

 

이대로는 안 돼. 뭔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해......”

 

동감이다. 도로시가 말한 10%의 커미션은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다. 거기에 자신의 몫으로 2%를 따로 떼어달라니, 그 뿐인가? 새로운 휠맨들의 청사를 신축한다고? 이건 아무리 좋게 봐도. 보복성 복수조항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녀석은...... 아마 워터 프론트로 가는 내내 실실 쪼개고 있겠지. ‘드디어 저 놈들에게 엿을 먹였다.’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지금이야 당장 발 등에 불을 끄기 위해서 녀석의 장단에 맞춰줄 수 밖에 없다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휠맨과의 관계에서 정말 큰 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뾰족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찰리가 제거되어버리는 바람에 더 이상 녀석을 대체할만한 다른 자원이 없다.

 

하지만 찰리가 죽어버린 마당에, 녀석을 대체할 만한 다른 자원이 없지 않습니까?”

지금은 없지 지금...... 하나 적당한 녀석만 있으면 당장 도로시년 따위는 당장에라도 치워버릴 수 있을 텐데.”

“......”

 

그게 문제인 것이다.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는 것, 언제부터 우리가 이토록 인력난에 시달렸단 말인가. 나도 할말은 없지만, 지부장도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유리창 너머로 비쳐보이는 그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나는 사람을 관찰하느라, 이러한 양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머릿속에 있는 정보들을 찬찬히 살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도출하는 도중의 모습. 혹은, 뭔가 떠오르는 게 있는데, 그것이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갈피가 잡힐 듯 말 듯 할 때의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하나의 결과를 도출할 때도 있게 마련이다.

 

, 그래.”

 

바로, 지금처럼.

 

뭐 생각나는 거라도 있습니까?”

있지...... 어떻게 본다면 약간 도박일 수도 있겠는데,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어.”

휠맨들 중에서 말입니까?”

아니, 어차피 외주 맡기는 입장인데 니가 모르는 사람이면 당연히 나도 모르지. 생각을 바꾸면 되는 거야. ‘걔들을 굳이 외주로 맡길 필요가 없지 않냐?’라는 거, 이들을 정말 우리의 식구로 만들면 되는 거 아니냐는 건...... 장기적인 문제가 아니었어. 그냥 정말로 해버리지 뭐. 적당한 총책을 찾아내기만 하면.”

그래서, 생각해놓은 사람이라도 있는 겁니까?”

 

지부장은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나를 통해서 찾은 것 같은데...... 내가 그의 뮤즈가 되어준 건 참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겠지만,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생각이 들었다.

 

니가 데리고 왔던 아이리스양...... 그 사람을 우리에 합류시켜서 휠맨 총책으로 키워보는 거 어떻게 생각 하냐?”

 

 

 

 

 

 

 

Channel 2. 아이리스

 

...... 이게 왜 개소리여야만 하는 거냐고요?”

 

토라는 제 질문에 왜 이딴 걸 물어보는 거지?’라는 얼굴로 골똘이 생각에 잠겼다가, 저와 눈이 마주치자 웃음끼를 싹 빼고 좀 더 진지한 얼굴로 돌아가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기분이 좀 묘하더라고요. 타인의 죽음으로 연명하는 불길하다고 일컬어지는 존재가, 제가 조금 정색을 했다고 눈치를 보는 것이잖아요. 그 모습이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론 조금은...... 우월감이 들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언니가 많이 섭섭해 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오빠 별로 인기 없어요. 얼굴이야..... 뭐 쿨하게 생기긴 했으니까 데리고 다니는데 쪽팔리지는 않겠지만...... 사람이 많이 답답하잖아요? 무뚝뚝하지, 배려심 없지, 그런 매너쯤이야 가르치면 되겠다손 치더라도...... 사람이 감정이란게 없어서, 기본적인거에도 공감대 형성이 되질 않거든요. 오빠는 삘릴리 불어봐 재규어도 웃음끼 없이 보는 사람인걸요.”

“......”

 

토라는 그건 좀 심하지 않아요?’라고 동의를 구하는 얼굴로 고개를 으쓱하고는, 좀 더 제 눈치를 살펴보는 듯 했습니다. 한참동안 제 얼굴을 뜯어보던 그녀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는지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에휴, 이 언니 콩깍지가 단단히 씌였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선 일언반구도 먹히지 않겠지마는, 그래도 인간된 양심으로 경고정도는 해줄게요. 오빠랑 만나보는건 자유지만, 엮여봐야 피곤할 사람이니 피하는 게 좋아요.”

아니...... 토라, 난 로키군이 그냥.......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이야기 했잖아요. 더럽게 재미없는 벽창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

 

저는 토라의 말에 반박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말을 하기에 앞서 침을 꾹 삼켜야만 했습니다. 입에 침이 너무 많이 고이는 바람에, 그녀의 예쁜 얼굴에 침이 튀지 않을까 저어하는 마음이 있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얼마 전만 하더라도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건 불가능 할 것 같아.’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던 제가 그녀에게 이 속내를 꺼내도 되는 건지 싶었던 게 이유였던 것 같아요. 아무리 미화를 하더라도....... 스스로 모순된 행동을 하는건 사실이잖아요. 그건, 스스로에게 많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

 

하지만 어찌 본다면, 토라만큼이나 로키군과 오랜시간을 함께 해와, 그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과 로키군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는 건...... 그에 대한 다수의 정보를 얻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긴 합니다. 하하..... 선택의 기로라는 게 이런 건가 싶네요. 제 스스로의 떳떳함이냐, 아니면 실제적인 이득이냐..... 아마 제가 이스트민스터에 있었다면, 절대 머릿속에 담아둘 일이 없는 고민이었을 텐데 말이죠. 아마, 그때의 저라면, 스스로의 떳떳함을 선택했을 거에요. 케시와 페터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여기는..... 운터브룩이었죠.

 

......말이야.”

 

하하.

 

로키군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이곳에 왔어.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또 그가 추구하는 건 무엇인지 말이야. 그런 걸 모두 알게 되면......”

“......오빠를 미워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걸 포기하게 될지 좀 더 명확해 지겠죠?”

“......? 어떻게 알았어?”

 

토라가 뒷말을 가로채는 바람에, 저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분이야 유쾌할 수가 없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불쾌하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말이 잡아 뜯겨졌다고 해야 하나? 그나저나, 이 속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기껏해야 지부장님 정도만 알고 있을겁니다. 제가 그분께는 그렇게 이야기를 드렸거든요. 그런데 그걸 토라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요?

 

딱 봐도 뻔한걸요. .”

 

이렇게 대답을 듣긴 했지만, 그 말을 듣고도, 뒷 맛이 개운치 않은건 사실이었습니다. 다만, 그녀는 그런 제 기분과는 별개로, 저를 정말 딱하다라는 얼굴로 쳐다보며 혀를 끌끌찼습니다.

 

언니는...... , 이거 둘이서 술이나 한 잔 하면서 해야 나올 진솔한 이야긴데 말이에요. 우리 이렇게 된거 일 끝나고 술 한 잔 하실래요?”

...... 그렇게 하면 이틀연속 마시는거라, 아주머니께......민폐가 될 거 같아.”

에이...... 뭘 그렇게 깊이 생각을 하고 그래요? , 알았어요. 언니도 나름 입장이란 게 있을 테니까, 그럼 어쩔 수 없네, 서로 손 좀 오그라들 텐데, 그거 조금만 참고 10%만 이야기 할게요. 언니는 말이에요....... 다 좋은데, 정말로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어요. 그게 뭐냐면, 너어무 순진하다는 거에요. 너무 순진해서,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만 보고 판단하려고 해요. 언니, 내가 아는 한, 모든 일에는 이면이라는 게 존재해요. 대부분의 경우에 그건 꽁꽁 숨어있기 때문에, 명확히 밝히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추측은 할 수 있어요. ‘이래서 이럴 것이다.’라고 말이에요. , 아까도 밝히기도 어렵고, 또한 그것을 너무 따지다보면, 사람이 의심 속에 갇혀 옴짝달싹도 할 수도 없게 되겠지만, 그걸 너무 도외시하잖아요?”

“......”

그 이면이란 놈이, 언니의 등 뒤에 칼을 꽂게 될지도 몰라요.”

 

토라는 이 말을 끝으로, 한참동안 말없이 저를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 붉은 심연은 제게 무언의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애석하게도 저는 그 눈 속에서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었어요. 뉘앙스를 찾는다면......경고? 그런데 그 경고는...... ‘무엇에 대한 경고였던 걸까요? 제가 무엇을 했기에, 그녀는 이런 눈길로 저를 보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이 정도로 말해줬는데도 언니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언니는 오빠가 한 말마따나 답답이일거에요.”

아니, 토라.....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는거 같은데......”

그래서 말 했잖아요 언니, 이건 술을 먹어야 할 수 있는 이야기라니까요? 정 알고 싶으면 술이나 한 병 챙겨서 제 방으로 오시던가요. ......진짜 나 원래 이런 스타일 아닌데. 좌우간! 오빠는 언니가 망상하는 것처럼 그런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니깐, 얼른 눈에 달라붙어있는 콩깍지를 떼어버리라구요. 어차피 듣지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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