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 1. 로키
“너는 마상마상으로 하냐, 상마상마로 하냐?”
“전 마상마상입니다.”
“그래? 그럼 나도 그렇게 하지 뭐. 근데, 은근히 초를 잡는다?”
“선수 필승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참나...... 그래 니 마음대로 해라.”
지부장은 껄껄 웃더니 한을 잡아서 자리를 배치했다. 그가 무슨 속셈이 있어서 나와 장기를 두려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둔다면...... 이기는 편이 더 낫겠지.
“자, 그럼 한판 두자고.”
스테레오 타입 이라는 말이 있다. 고정관념이라는 뜻인데, 일반적으로는 ‘극복해야 할 대상’ 혹은 ‘우리의 개방적인 사고를 가로막는 장애물’정도로 취급받는 녀석인데, 나는 그런 생각에 그닥 동의하지 않는다. 경험에 따라 굳어진 사고 및 행동 습관이라는 건, 그만큼 경험적으로 효율적이라고 인정받았기 때문에 굳어진 것이 아닐까? 공연이 아무것도 모르고 ‘새로운 시도’랍시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달려들어서 실패를 맛보는 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의 패인은 바로 ‘기본에 충실하고, 새로움을 시도하자.’라는 금언을 완전히 무시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지.
‘마’를 하나 옮기는데 무슨 말이 그리 기냐고 묻는다면...... 그닥 할 말은 없다.
내 수에 지부장은 졸을 하나 빼는 것으로 대응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마에 딸린 포를 장군 앞으로 옮겼다. 나의 수에 그는 내가 뒀던 것을 그대로 따라했지. 이제 주도권은 내 손아귀에 틀어쥐어진 셈이다. 나는 여유롭게 다른 쪽 졸을 옮겼다.
이제 내가 즐겨 쓰는 전법을 써야 할 때가 왔다. 나는 차를 즐겨 쓴다. 차로 상대방 진영을 파고든 뒤에, 선택을 강요하거든. 마와 상처럼 진로가 복잡해서 예측하기 어려운 말은 적도 예상하기 어렵지만 나 역시 예상하기 어렵기에, 직선적으로 치고 빠지는 차의 솔직함이 내 기질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나는 차를 여유롭게 꺼내어, 상대방의 반대편 (그러니까, 졸을 옮겼던 바로 그 차) 앞에 내 차를 두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내가 이제까지 장기를 둔 경험에 의한다면, 이런 수를 눈앞에 직면하면 상대방은 멘탈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내 차가 소중한 만큼 상대의 차도 소중하기에, 게임 벽두부터 차를 잃어버린 다는 것은 크게 부담으로 작용하거든. 하지만 나의 경우는..... 상대방의 진영을 휘젓는 데는 차 하나면 족했다.
“너무 몸 쪽으로 꽉 차게 공을 던지는 거 아니야?”
역시나, 지부장은 내게 투덜거리는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여기서 포가 출동하면 어떻게 될까?”
“.......네?”
어느샌가 상 하나가 졸의 빈자리를 메꿨고, 그리고 상의 뒤에는 포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허 참...... 낭패였다.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고 차를 빼앗길 판이다. 오히려 허를 찔린 나는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지킬 수 없다면, 상대의 말을 하나라도 더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울며 친구를 베는 마음으로, 차를 움직여 상을 먹었고, 그 차를 상대의 졸이 먹음으로써, 상대의 진영에 차를 집어넣는 작전은 그렇게 실패로 그쳐버렸다.
“에이그...... 차랑 상을 바꾸냐? 장기판에서 소중하지 않은 말이 어디 있겠냐마는 참.”
“무슨 다른 수가 있었습니까?”
“됐어. 말 하나가 소중한 판에 그런거 따져봐야.”
으응.....? 다른 수가 더 있었던가? 지부장은 ‘수지 맞았구나.’라고 중얼거리며 낄낄댔고, 내 머릿속은 완전히 꼬여버렸다. 하지만 그는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계속해서 움직였고 결국 나는......
“졌네?”
“.......졌습니다.”
“잘했네. 잘했어. 야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아까 차를 턱 하고 들이밀 때는 숨이 턱 막히는 줄 알았다.”
그는 칭찬의 말을 쏟아냈지만, 지부장의 얼굴은 그의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을 내게 하고 있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광대 아래, 동그랗게 말아진 입술 사이로 ‘못한다 못한다 말만 들었지. 이거 완전히 개허접이잖아?’이라는 말이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다시 한 판 더 할까? 완전 재미있는데.”
“......”
아마, 내 가슴팍의 ‘비정한 마음’에 금이 가지 않았다면, ‘어차피 몇 판을 더 둬봐야 결과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워낙 큰 수준차이를 맛봐서요.’라고 응대했을 터지만, 금이 가버린 이 시점에서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그저 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그의 광대를 다소곳하게 접어주고 싶다는 생각 뿐 이었다.
“다행이네요. 3판 2선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그렇지? 라스알하게 놀이에서는 3판 2선이 정석이지. 판 다시 깔자.”
“이번에도 초 잡아도 됩니까?”
“아무렴요. 니 마음대로 하세요.”
자존심이고 뭐고 상관이 없어졌다. 그저 저 노인장을 약 올릴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를 정말 치가 떨리게 약 올릴 수만 있다면, 내 간이라도 떼어다 팔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번에는 좀 더 신중하게 두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를 먼저 옮기는 건 변함이 없었다. 다시 침착해야 한다. 아까는 오른쪽을 공략하다가 역으로 실패를 맛보았으니, 이젠 왼쪽을 공략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차근차근 패를 옮겼다. 그리고.....
“야, 이젠 차하고 포하고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겠는 걸? 어쩌다 여기까지 왔어 그래?”
“......”
그의 마가 얄밉게 나의 차와 포 사이에 떡 버티고 서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번 판은 더욱 더 그의 입맛에 맞는 판으로 흘러가버렸다. 분명 정신을 바짝 차렸는데...... 대체 왜?
“한번 봐주시면 안 됩니까?”
“에이, 선수끼리 그러면 곤란하지.”
“한번만 봐주시면......”
“뭐든 할 수 있어?”
“네 그렇습니다.”
“흐음...... 좋아, 그럼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줄 테니까. 이야기 잘 들어보고 감상을 말해달라구.”
이야기 한 토막에 차와 포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수지맞는 장사라고 생각해서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했다. 그는 자리를 고쳐 잡더니 짐짓 위엄 있는 얼굴로 이야기를 꺼냈다.
“라스알하게가 라스알게티에 복속되기 전에, 그들끼리 내전을 하던 시기가 있었어. 라스알하게 인들은 참 특이한 치라서, ‘폭력’과 ‘힘’이 모든 것이었던 내전의 시기를 ‘이성’과 ‘도덕’이라는 형이상학적인 가치로 수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나봐. 그래서 라스알하게 철학의 토대를 마련한 수많은 사상가들이 그 시기에 나왔다고 하더라. 나는 지금 그 중에 한 사람이 겪은 일을 이야기 해 줄 거야.”
“......”
“그 사상가가 고국을 떠나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여행을 가던 중에 길가에서 신기한 장면을 발견했어. 때는 여름이라, 나무에 매미가 매달려 있었거든. 더위를 잊게 하는 매미소리 아래 잠깐 쉬어갈까 싶었는데, 매미의 근처에 사마귀 하나가 숨어있었단 말이야. 사마귀는 매미가 모르게 녀석의 뒤에 소리 없이 다가가고 있었지. 매미는 그것도 모르고 한방에 저항도 못하고 잡힐 위기에 놓여있었어.”
“위태로운...... 상황이군요. 그런데 그게 신기한 장면의 다입니까?”
“거참 성격 참 급하네. 그거만 있으면 자연의 섭리뿐이지 않겠냐? 사상가가 자연의 섭리를 지켜보려고 다가가고 있었는데 그 사마귀라는 놈 뒤 나뭇가지에는 노란 꾀꼬리가 그 녀석을 지켜보고 있었더란 말이야.”
“사마귀도 참 멍청한 놈이군요.”
“그런데 그 꾀꼬리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닌게, 자신의 등 뒤에 사상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거든.”
“...... 뭔가 물고 물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래서 사상가는 자신도 저 굴레 속에 들어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등 뒤를 돌아보았어. 그리고.....”
“역시나 누군가가 등 뒤에 있었군요.”
“그래, 그의 등 뒤에는 관리가 있었어. 노란 꾀꼬리를 관리하는 관리였던거야. 그 나라에서는 노란 꾀꼬리는 귀한 녀석으로 대접받고 있었던 모양이지. 결국 그 사상가는 관리에게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느라 꽤나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고 하더라.”
“.....”
“자, 이 이야기에서 뭘 느꼈나?”
“음..... 자신의 눈앞에 이익을 탐하다보면, 자신도 위험 속에 빠져있을 수 있다는 것? 그걸 알아차리고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
지부장은 고개를 끄덕하면서, 마를 움직여 나의 차를 먹어버렸다. 뭐 이런......
“아니 대답을 해드렸는데 그걸 왜 먹습니까?”
“별로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거든.”
“네?”
“넌 어떤 거 같아? 매미와 사마귀, 꾀꼬리 중에 넌 어느 쪽인 것 같냐?”
Channel 2. 아이리스
문을 열었을 때, 마중을 나와 준 것은 코를 찌르는 듯한 독한 향냄새였습니다. 지하라서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곳에 향을 피워놓으니 그럴 수 밖에요. 문 틈 사이를 빠꼼이 바라보니 아무도 없었지만 마냥 열어젖히는건 매우 부주의한 일이기에, 저는 소리가 나지않게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완전히 열어젖혔지만, 여전히 인기척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약간......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어요. ‘조직을 위해 몸을 바친 무명의 요원들을 추모하며’라는 글씨가 적힌 액자 아래에는 검은 석판이 놓여있었습니다. 석판에는 하얀 별이 새겨져 있었는데요, 아마 누군가의 죽음을 추모하는 액자 아래 있는 것으로 보아, ‘암살자들’중에서 임무중에 사망한 요원을 추모한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람의 삶의 궤적이 어떠했든, 죽음 앞에서 인간은 숙연함을 느낄 수 밖에 없기에, 저는 석판 앞에 놓인 향로에 향을 피우고 그들의 영면을 위해 잠깐 기도를 올렸습니다.
석판 너머에는 그들의 유해로 추정되는 시신들이 안치되어있었습니다만...... ‘안치’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외부인인 제가 보았을 때는 안치라기 보단, ‘거치’되어있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였거든요. 꽤나 많은 수의 유해가 있었지만, 형태는 정말로 다양하고....... 그리고 저 같은 사람에게는 비위가 상할 정도로 적나라해 보인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어떤 유해는 뼈만 남아있었고, 어떤 유해는 근육만 남겨져 있었습니다. 또 다른 유해는 여러 가지 장기들과, 혈관들이 인체의 형상대로 배열되어 서 있었지요. 이들은 꽤나 운이 좋은 편인게, 적어도 이들은 사지육신이 온전히 보전이라도 되어있었지만, 깊숙이 들어갈수록 팔이나 다리의 일부, 혹은 목만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에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향냄새는 점점 희미해지고, 방부제 냄새가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고어물을 좋아하는 이라면 정말 이곳은 성지나 다름없었겠지만, 고어물에 취미를 두지 않은 저로서는 문자 그대로 ‘살풍경’이었지요. 사자의 육신을 욕되게 하는 장소...... 가증스러운 장소였지만, 저는 이 풍경을 보면서 새삼 로키군이 몸을 담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다시 한 번 곱씹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윤리관은 저희와 정말로 동떨어져 있었던 거에요. 왜 그와 대화를 나눌 때 무언가가 어긋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건 그것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살풍경을 지나니, 또 다른 문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터미널 인스티튜트라는 장소는, 아마 여러 구역으로 이루어져있는 모양이에요. 첫 구역이 그들에게는 추모를, 부외자에게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면, 그 다음 장소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문을 여니, 아까와는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곳에는 치약냄새가 감돌았어요. 편의상 1구역이라고 부를게요, 처음의 1구역의 음침했던 풍경과는 달리, 이곳은 하얬습니다. 하얬어요....... 그게 다에요. 뭐라 묘사를 해야 이해가 쉬울 텐데, 그냥 하얀 복도, 그게 다였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하얀 벽에 둘러쌓인 복도만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저는 문을 닫고, 벽을 살펴보았습니다. 잘 몰랐는데, 자세히 만져보고 살펴보니 이 하얀색은 단순한 도색이 아니라, 푹신한 천으로 된 것이었어요. 일종의 흡음재 같았습니다. 외부의 소리가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 할 뿐 만 아니라, 내부의 소리가 외부로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이네요. 저는 약간 바보스러운 행동이지만, 벽에 귀를 대어보았습니다. 역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꽤나 긴 복도를 따라 걷다보니, 이번에는 좀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벽에 큰 거울이 걸려있었어요. 저는 거울이 아니라 혹시 창이 아닐까 싶어 구석구석을 살펴보기도 하고, 거울에 이마를 대고 그 너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제 눈에 들어오는 건, 검은 눈동자 두 개가 전부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곳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도저히 알 도리가 없었다는 거겠지요. 이 공간은...... 대체 무엇을 위한 공간인 걸까요? 일단 보이는 것만 놓고 보자면, 아마 1구역과 2구역을 잇는 통로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거 치고는....... 벽에 군데군데 문처럼 보이는 게 놓여져 있는 게 의심스럽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아무리 귀를 가져다 대도, 그 너머로 소리 따위가 들리지 않는걸요.
이 복도의 끝에서, 저는 또 다른 문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문 근처의 벽에서, 저는 이 공간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결정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벽에는 ‘행동교정소’라는 글씨가 새겨진 금속판이 걸려있었지요. 그 글자를 읽는 순간, 제 등 뒤에는 오싹하고 소름이 끼쳐왔습니다. 대학시절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들었던 그 개념과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재회하게 되었거든요.
“나에게 건강한 아기 열 두 명만 주십시오. 잘 만들어진 나만의 세계에서 그들을 키우고, 그들의 타고난 특성에 상관없이 내가 의도한 대로 아이들을 성장할 수 있도록 훈련시킬 것을 약속합니다. 그것이 의사든, 변호사든, 예술가든, 상인이든, 심지어는 거지나 도둑까지도 말입니다.”
꽤나 멋들어졌다고 생각했던 그 문장을 이런 장소에서 다시 만나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아는 행동주의는....... 이런게 아니었어요. 사람의 심리가 ‘과거의 트라우마에 예속되어있다.’라는 심리학 사조에 대한 반발로 ‘인간의 행동은 변화할 수 있는 것이며 과거는 인간을 얽맬 수 없다.’라는 당찬 각오와 자신감에서 비롯된 심리 사조였다고요. 물론...... ‘스키너의 상자’에 대한 루머가 있긴 했습니다. 스키너라는 심리학자가 자신의 딸을 자신이 고안한 상자에 넣고 양육했다라는 거긴 한데...... 이건 터무니없는 루머라는게 밝혀졌고, 그의 딸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아직도 변론하고 있는걸요.
자극이 반응을 창출한다는 아주 간단한 이론을 토대로, 교육계가 얼마나 큰 도움을 얻었는지 모릅니다. 어른에게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을 보이는 아이, 편식하는 아이,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자극’과 ‘반응’의 연쇄로 인해 구원 받은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건 지금도 진행 중이고요. 그런데...... 이런 학문을 ‘암살자’들이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활용을 하고 있는 걸까요?
도저히......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건...... 학문에 대한 모욕이에요. 모든 학문은 인간의 행복과 가치 실현을 위해 시작되었고,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데....... 이건......이건......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행동주의가 악용되는 사례를 눈앞에서 목도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가 너무 미웠습니다. 아니, 그보다 그들이 악용을 한다는 건 짐작이 되지만 ‘어떻게’ 악용을 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으니 미칠 노릇이었어요. 그동안 그들과 함께 지내오면서 ‘알고 보니 사람 사는 곳이었다.’라고 결론 내렸던 그때 당시의 저는...... 벚나무에 매달린 벚꽃만을 보느라 그것이 어떤 가지에 달려있었는지, 그 가지는 어떤 줄기에 매달려 있었는지, 그리고 그 줄기는 어떤 뿌리에 비롯되었는지, 어떤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둘째구역은, 그들에게 생산과 재생산의 의미를 가진다면, 부외자에게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한다는 미명하에 학문에 대한 조롱과 파괴행위로 보일 뿐이었지요.
이렇게 되니...... 제 앞에 서 있는 세 번째 문을 열기가 너무 두려워졌습니다. 토라가 말했던 이면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알았고, 이제 더는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제 몸을 경직되고 굳게 만들었어요. 이렇게 결말을 알고 싶지 않은 드라마는 처음이었습니다. 이대로 여행을 포기하고 지상으로 올라갈까요? 올라가서...... 저는 한 달 동안 함께한 ‘식구’들과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웃으며 지낼 수......있을까요?
“하지만, 여기에서도 ‘비정한 마음’에 대해 알지는 못했어.”
아아...... 전 정말 바보인가 봅니다.
Channel 1. 로키
“......네?”
“너는 매미냐, 사마귀냐, 아니면 꾀꼬리냐?”
“.......”
그의 질문은 언듯보면 선문답과 같이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질문은 앞서 그가 이야기했던 고사와 얽히면서 내 등에 식은땀을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의 연쇄, 누군가가 누군가를 노리고, 또 누군가에게 노려지는 관계 속에서 지부장은 나의 실존을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나는...... 꾀꼬리였다. 눈앞의 사마귀에 정신을 팔린 나머지 내 등 뒤에 어른거렸던 살색의 손을 무시했었고, 잡아 채이고 나서야 비로소 실책을 깨달았지만, 깃털이 뽑히고 불에 구워질 일만 남은 것이다.
“나는 네게 어느 쪽이냐고 물었다.”
질문을 하는 쪽이든 질문을 받는 쪽이든 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그대로 그의 손에 완전히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손에 잡힌 새가, 발버둥을 치는건 당연한 섭리가 아니겠는가?
“선택지 중에서 사람은 없군요.”
“어차피 사람이 아니란 건 알고 있잖아?”
“그랬나요?”
“선수끼리 너무 돌려서 말했나? 그럼 본론부터 말해볼까? 도로시랑은 잘 만나고 왔냐?”
“.......네?”
“도로시랑 만나서 지금 돌아온 거 아니었어?”
변수를 만들어보기 위해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손아귀란 녀석은 호락호락하게 놓아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셈이다. 꾀꼬리는 갑작스러운 압박감에 컥하고 숨이 막혔고, 손아귀 속에서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려고 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 나른한 질식감에 정신을 놓는 순간, 또 다른 손아귀는 내 몸의 깃털을 뽑아버리려고 다가올 것이다. 손아귀가 고통스럽게 짓누르지만, 움직여야 한다. 살아있어야 변수도 있는 것이다.
“절 마킹하신 모양이군요?”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
“그럴 이유가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하실 분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마킹 당했다는 걸 알고 나니 유쾌하진 않습니다.”
“유쾌하진 않다라......”
그가 내 말을 곱씹는 동안, 나는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아니...... 이 순간에 이루어지는 나의 사고의 흐름을 머리를 굴렸다는 표현으로 묘사한다는 건, 조금 성의 없는 것 같군, 생각이 달려 나갔다고 해야 할까? 흠.....아니면 생각이 뻗어나갔다? 하여간 의식이 내 머릿속을 숨 가쁘게 돌아다닌 건 사실이다. 그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이로 인해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내게 긍정적으로 이끌어가야 할지가 바로 이 사유의 흐름이 지향하는 목적지였다.
“뭐 그런 건 내 알바가 아니지. 거기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이야기해라.”
일단 그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명확했다. 그가 고백했듯이 나를 마킹했고, 내가 도로시와 접촉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로 인해, 내가 처한 상황은....... 야단 난거지 뭐.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야 반전시킬 수 있는 걸까?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선택지가 넉넉하게 주어진 건 결코 아니다. 아무리 좋게 봐봤자 두 가지 정도? 하나는 포기하고 순순히 모든 사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로시년이 선요원을 이끌고 지부에 들이닥칠 때 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다. 일단 쇼핑할 대상을 골랐으니 사이즈를 재보자면, 첫 번째 경우는 높은 확률로 도로시는 좆 될 것이다. 아마 나도 공범으로서 마땅한 대가를 치르겠지. 물론 순순이 협조했다는 것에서 양형의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래봤자 에바포레이터에게 끌려가는 걸 면하는 정도? 어쩌면 그걸 면한다고 할지라도 나는 반동분자로서 지부에서 위험하다 싶은 일에 뺑뺑이 돌려지다가 결국 모든 걸 소모하고 버려질 것이다. 하지만 답답이만큼은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육신의 안위일 뿐, 결국 지부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경우는? 도로시는 반역의 양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녀석의 반역이 성공한다면 해피엔딩이 되겠지만, 실패한다면 첫 번째 경우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도 마차나지다. 도로시의 반역이 성공한다면 해피엔딩이 되겠지만, 그전까지 고문과 함께 자백을 강요받을 것이다. 실패한다면 말할 것도 없고. 아마 어느쪽이든 에바포레이터에게 끌려가는건 면키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답답이는......? 반역이 실패한다면 지부장의 손에 떨어질 것은 첫 번째 선택지와 다를바가 없겠지만, 반역이 성공한다면? 과연 도로시는....... 답답이를 살려둘까?
라스알게티에서 워터프런트에 이르기까지 온 동네를 잘난 듯이 휘젓고 다녔지만, 도로시라는 미친년에게 모든 운명의 선택지가 흘러들어가 버렸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나는 녀석을 믿어야만 하겠지만....... 녀석은 믿을만한 녀석인가? 사람이라는 체언 앞에 ‘믿음직한’이라는 관형어가 붙을 수 있는 건가? 평소의 나라면 이런 생각을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아무도 믿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비이성에 가깝지만 나는
“그냥 신변잡기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별 이야기도 못하고 헤어진 것 같아서요.”
녀석에 걸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 선택에 지부장의 얼굴이 찌푸려진건 말할 것도 없겠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런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이거 참...... 내 밑에서 큰 녀석을 내손으로 망가뜨려야 한다니. 안타깝구먼. 거기 누구 있나? 있으면 나와서 담배 한 대만 줘봐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문이 열리면서 에바포레이터가 들어왔다. 눈과 코가 없이 입만있는 가면을 보노라니 일순간 손이 떨렸다. 올게 왔나보구먼.
“지부장님, 잠깐 보고드릴게 있습니다.”
“.......보고?”
에바포레이터는 지부장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이 귓속말을 했다. 워낙 소리가 작은 탓에 무슨 내용인지 도통 알아들을 도리가 없긴 했지만...... 지부장의 얼굴이 놀라움에서 득의연함으로 점점 바뀌는 걸 보면서, 무언가 그에게 유리한 변수가 생긴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볼 수만 있었다.
“이거 참...... 부창부수라더니, 너만 그런게 아니라, 아이리스양도 재미있는 일을 저질렀구먼. 이걸 어쩌냐? 그녀를 지키기 위해 반역자노릇까지 했는데 그게 무위로 돌아간 듯 싶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터미널 인스티튜트에서 외부인의 출입 흔적이 발견된 것 같다는데?”
Channel 2. 아이리스
세 번째 구역은....... 거대한 홀이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겹층구조로 되어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소독약 냄새가 은은하게 떠돌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텁텁한 향이 제 코를 간질여 재채기를 하도록 만들지 않기 위해 소매로 코를 가리고 구역을 둘러보았습니다.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이곳의 홀은 너무나도 커서, 홀 말고는 딱히 특징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몰래 온 입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홀을 대놓고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저는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2층에서 보니, 큰 홀이 그래도 한 눈에 보이더라고요.
홀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문들이 설치되어있었습니다. 문의 개수와 홀의 크기를 가지고 볼 때, 이곳의 용도는 일종의 집회장소가 아닐까 해요. 암살자들에겐 종교가 없으니, 종교적인 집회라기보다는, 조회라던가, 집단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사족을 좀 붙이자면, 저는 이제까지 둘러본 구역중에 이 구역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제까지 정리정돈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보니, 흐트러진걸 보면 마음이 불편하곤 했는데, 이 구역의 홀은 예술적이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기하학적 패턴의 타일이 가지런이 깔려있었거든요.
이런 패턴을 뭐라고 하던데....... 아 맞다! 프렉탈이었어요! ‘수학은 신의 언어다.’라는 명제가 참이라고 증명된 계기가 된 구조였지요. ‘자기유사성의 원리’를 가지고 무한이 반복되는 구조...... 숲에 서 있는 나무들, 바다를 가로지르는 해안선, 끝없이 이어지는 능선 하늘에 떨어지는 눈...... 그리고 뉴턴을 파멸시킨 주식까지 혼돈과 무질서하게 보이는 자연현상 속에 감춰진 단 하나의 법칙이었지요.
바닥에 새겨진 이 프렉탈의 형상을 보며,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암살자들이야 말로 자연에 가장 가까운 자들이 아닐까?’하고요. 자연은 영양의 고기를 먹는 사자를 비난하지 않고, 어미에게서 새끼 고래를 빼앗아가는 범고래들을 탓하지 않습니다. 악인과 선인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햇살과 공기를 줍니다. 어쩌면 자연이라는 건...... 선과 악이라는 걸 초월한게 아닐까요?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비열한 것도, 악한 것도 신의 섭리에 합당하기만 하다면 선에 귀결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새삼스럽게 의료법을 위반하고 끌려가던 수녀님이 우리에게 했던 마지막 말이 떠올랐습니다. 암살자들이 악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에게는 윤리도, 사회적인 통념도 무의미한 단어의 나열에 불과할 뿐이에요.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존속에 충실할 뿐이에요. 그런 그들의 악행의 산실에 새겨져 있는 신의 언어 프렉탈...... 동의하고 싶지 않고, 그러지 않으리라고 믿고 싶지만, 어쩌면 이들이야 말로 가장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행정반에서 알린다. 터미널 인스티튜트 수용인원 총원은 지금 즉시 점호 대형으로 모여라. 다시한번 알린다. 터미널 인스티튜트 수용인원 총원은 지금 즉시 점호 대형으로 모여라. 이상 전달 끝.”
“......으응?”
잠깐만요..... 방송이 들리나 했더니, 홀의 프렉탈이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이거 뭐야...... 타일이 아니었던 건가요? 타일이 움직인다는게 말이 안되잖아요. 저게 바닥 타일이 아니었다면 대체 저건......
“흡!”
몸을 숨겨야 한다는 것도 잊고 난간에 기대어 홀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저건 타일이 아니었어요.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었습니다. 빽빽하게 서 있던 사람들이 방송에 따라서 기존의 대형에서 벗어나 이른바 ‘점호대형’으로 재배치하고 있던 거였어요.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가 아는 한, 사람은 이른바 ‘부동자세’를 취하는건 불가능해요. 호흡도 하고, 생리작용에 따라 장기가 움직이기에 서는데 영향을 미치는 다른 근육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그들은...... 물론 제가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탓도 있겠으나, 타일로 보일 정도로 미동도 없었어요. 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 수 있었던 걸까요?
자연과 같다고 생각했던 제가 잘못 생각한 걸까요? 이게 과연......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카드키를 손에서 떨어트리고 말아버렸습니다.
“탁!”
바닥에 카드가 떨어지는 소리는 객관적으로 작았지만, 아무런 소리가 없는 진공에 가까운 상황에서 난 소리는 이 홀에서 제법 크게 들렸기에, 홀에 서 있던 이들이 모두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그 엄청난 시선에 짓눌리는 바람에, 카드를 집어들려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습니다.
“.......”
“.......”
그들의 눈빛은 공허했고, 끝을 모를 심연이 드리워져있었습니다. 그들은 ‘호기심’을 느껴 저를 바라 보았다기 보단, 그저 소리라는 ‘자극’이 와서, 돌아보는 ‘반응’을 기계적으로 보인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하고 싶어서’하는게 아니라, ‘해야 하니까.’하는 것 같았다는 말이에요.
무거운 공기속에 이어지는 대치아닌 대치상황에, 제 이마에는 땀이 솟아나와 눈썹을 타고 눈에 흘러들어갔지만, 저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이 거둬지지 않는 한..... 영원이 그럴 것 같았어요.
“.......”
“......휴우.”
고양이 앞의 쥐 노릇을 한참동안 한 끝에, 사람들은 제게서 어떠한 유의미한 움직임을 느끼지 못했는지 일제히 고개를 앞으로 돌렸습니다. 마치 타이머가 꺼진 것처럼 말이에요. 와아...... 다행이라고 해야겠죠? 정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제게 적대감을 가지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저로서는 정말 곤란한 상황에 놓일 뻔 했으니까요.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싶었지만, 혹여나 그들이 다시 저를 돌아볼까봐 싶어 저는 소리를 죽여가며 그 자리에서 천천이 주저앉았습니다.
그들의 눈을 피해 벽쪽으로 천천이 기어가고 나서야 저는 간신히 한숨을 쉴 수 있었어요. 저긴...... 대체 무엇인걸까요? 어떤 과정을 거쳤기에 사람들이 인간성은커녕 최소한의 생물로서의 모습마저 빼앗기고 기계와 같은 모습을 해야 하는 걸까요? 암살자들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런 것을 하는 이유는 대체......
“여기까지야 누나.”
“.......?”
누군가가 제 어께에 손을 올리며 부드럽게 속삭였습니다. 이 목소리, 그리고 어께에 얹혀진 이 온기...... 저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습니다.
“이런 말을 하기엔 장소가 적절하진 않지만...... 정말 보고 싶었어 누나.”
“너.......너.......”
그....... 그 아이에요. 저와 언제나 함께 해 왔고, 그토록 그리워 했고, 언제나 사랑했던 그 아이가 지금 제 눈앞에......
.......티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