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 1. 로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달린지도 한참이 되었다. 달리는 것은 내 의사가 아니었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온전이 내 몫이어서 내 입안에는 피맛이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코에서는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눈에서는 땀인지 눈물인지 구분이 안되는 액체들로 앞이 흐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 나타나는 각종 장애물들은 귀신같이 피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어어! 뭐야!”
“미쳤어?!”
별 생각 없이 거리를 지나다가 나와 부딪칠 뻔한 사람들로부터 욕설이 쏟아졌지만, 내 다리는 내가 사과할 시간도 주지 않고 앞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그렇게 한참을 달리며, 나는 더 이상 사고를 포기하고 가닥가닥 갈가리 찢겨진 정신줄의 마지막 가닥을 놓으려는 순간.....
“어엇! 로키군?”
“헉.....헉.....헉.....”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거에요?”
“......잠......잠깐 숨......좀......돌리......”
그랜드 스트림을 지켜보고 있던 답답이의 앞에 다다르고 나서야, 이 빌어먹을 저주가 끝이났고,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내 몸을 두들겨대는 피로감에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그 자리에 드러눕는 동안, 일이 잘못되었는지 한쪽 발목이 기괴하게 꺾인 느낌이 들었지만 완전 방전이 되어버린 터라 발가락도 꼼지락 할 수가 없었다. 지독한 통증도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하늘이 빙빙 돌았고, 입에선 피인지 침인지 모를 짭쪼름하고 칼칼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하...... 거 참 하늘 더럽게 맑네.
“이젠 좀 괜찮아졌어요?”
“한 10분만 더 있으면.”
“......이 어색한 상황을 10분이나 더 견디라고요?”
답답이는 내 머리에 손을 뻗어 기도문을 읊었고, 내 몸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일단 쿡쿡 쑤시는 발목부터 정위치에 두고나선 나도 어느정도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갈가리 찢기다 못해, 열려버린 것 같은 갈빗대도 서서히 아물려졌고, 대패로 슥슥 문대는 것 같던 내 목도 가라앉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입안에 고여있던 침을 뱉어냈다.
“안녕.”
“안녕이고 자시고 여긴 무슨 일로 온 거에요?”
“몇 시간 사이에 여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뀐거야?”
“시시껄렁한 농담 할 거면 가던 길 가요.”
“널 찾으러 왔지.”
“찾으러 왔다고 말하면.”
답답이는 여전히 누워있는 내게 눈길도 주지 않았고, 얼굴은 계절이 무색할 정도로 찬바람이 쌩쌩이었다. 이 여자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은 처음이었다.
“내가 ‘알겠습니다.’ 하고 넙죽 따라갈 것 같아요?”
“처음엔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이 사람이...... 그럼 지금은요?”
“일단...... 커피나 좀 마시면서 찬찬이 이야기를 해볼까?”
Channel 2. 아이리스
커피나 좀 마시자고 말을 열었지만...... 막상 커피가 모락모락 김을 내며 테이블 위에 올라왔어도 로키군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먼저 입을 열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대관절 그가 무슨 말로 저를 설득할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일단 저는...... 로키군에게 화가 많이 나있었거든요.
“.......”
“.......”
커피를 두고 대치인 듯 대치 아닌 대치 같은 침묵이 계속되었어요. 저는 그에게 ‘난 당신에게 일절 흥미가 없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커피에는 손도 대지 않고 딴청을 피웠습니다. 슬쩍 눈치를 보니...... 그의 얼굴은 이제까지 봐왔던 것 중에서 가장 복잡해 보였지요.
“일단..... 시켰으니 마시는 게 어때?”
“지금 먹으면 잠이 안 올 거 같아서요.”
“어.....그래......”
제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잡았던 커피 잔을 내려놓는 그를 보면서 전 ‘그를 향해 깔깔거리고 웃는다면 기분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 보았어요. 모르긴 몰라도, 제법 짜릿하지 않겠어요? 짐짓 모르는 척 하고 있지만, 그가 다른 사람에게는 저를 두고 ‘답답이’라 부르고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고요. 아니 자기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사람을 이렇게 무시하고 그런데? 하지만 7개월 동안 버티고 또 버틴 결과, 이렇게 짜릿한 일발 역전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니...... 마냥 헛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좀 더 이 승리감을 맛보고 싶긴 했지만...... 제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 사내에게 시간을 더 끌어버리면,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릴 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조금 숨통을 틔여 줘 볼까요?
“당신 말이 맞았어요.”
“어.....어?”
“그 방식이 제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면서요. 그 말이 맞았다고요.”
“......”
“뭐라고 말이라도 해보죠? 좀?”
숨통을 틔여주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계속되는 그의 침묵과, 그 답지 않은 우유부단한 태도에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르더라구요. 제 목소리는 계속해서 높아졌고, 그에 비례해서 그는 몸이 점점 쪼그라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움츠러들었습니다. 저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려 했지만, 이젠 그가 제 시선을 피하고 있었어요. 와..... 제가 저랬단 말이죠?
“네?”
“이 판국에 말해봐야..... 변명 밖에 더 되겠냐 싶다.”
“변명이든 뭐든 제가 판단 할 테니까, 일단 말이나 해봐요.”
“이런 감정은 처음 느끼는 거라 뭐라 말 하긴 어렵지만...... 내 말로 인해 네가 화를 낼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일단 로키군 당신이 모르는게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 전 이미 화가 날 만큼 났거든요? 산불이 일렁거리는데 거기에 성냥 더 댕겨봐야 매일 반이라고요. 그리고 둘째, 내가 화를 내는 것이 두렵다면,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저를 이해시키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요. 그게 인간관계의 기본이라구요. 마지막 셋째, 전 지레 짐작하며 짐짓 포기해버리는 사람은 최악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에요.”
“.......”
로키군은 제 말에 입을 꾹 다물었지만, 그의 손은 바쁘게 찻잔 위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었습니다. 함부로 속단한 할 수는 없겠지만....... 그는 머릿속으로 ‘이걸 말 해 말아?’라고 바쁘게 저울질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의 말마따나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니까요. 그의 결정을 돕기 위해 정보를 제공해 주었으니...... 빠르든 느리든 분명 말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릴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제껏 알아온 로키군이라면 분명 그럴 겁니다.
Channel 1. 로키
‘얌전하던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섭다.’는 말이 육신을 입는다면....... 아마 세모눈을 뜬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형상이 되지 않을까......? 그만큼 그녀는 나를 완전히 몰아세우고 있었다. 그동안 이 여자를 꽤나 근접해서 지켜봐왔기 때문에 남들보다는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유래없는 역대급 시선공세에 나는 가드조차 올리기가 버거울 정도로 쥐어터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의외로 날카로웠고, 그리고...... 집요했다. 내게 말을 해보라고 채근을 하는 것이나, 그녀가 화를 낼까 두렵다는 나의 말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이나......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는 것 없이 나를 철저하게 궁지로 몰아넣었다. 특히 내 말에 세 가지 근거를 들어 반박하는 것이 백미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젠 빼도 박도 못하고 줄줄 말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겠구나.’하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거든.
“용서받거나 이해를 받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
“......”
“너도 알다시피 우린 최근에 수비대에 빨대를 꽂긴 했어. 하지만 그건 거짓으로 쌓아올린 모래성에 불과한거야. 그렇다는건, 우리가 수비대의 관심을 계속해서 받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 언제까지나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일뿐더러 기사단에서 근접경호를 천명한 이상 더 이상 거짓을 쌓아올릴 수도 없게되어버렸어. 이대로가면 꼼짝없이 괴사할 판인거지. 이제는 새로운 방안을 생각해야 하는 거야. 우리를 놓고 기사단과 PBRC가 다툼을 벌인다면? 우리가 굳이 거짓말을 지어내느라 머리 터질 일 없이 알아서 굴러가지 않겠어?”
“그럼 당신과 리겔이 납치한 사람은......”
“그래, PBRC의 일원이었어. 정확히 말하자면, 거기에서 어느 정도 입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인물을 골랐지. 물론 네가 싫어하는 수단을 사용하긴 했지만, 적어도 리겔이 지껄였던 것처럼 녀석의 목숨을 해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녀석은 PBRC로 하여금 우리를 공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했으니까.”
“그럼 리겔도......”
“넌 녀석을 과도하게 미워한 나머지 그에 대해선 뭐든지 폄훼하는 경향이 있지만, 내가 말했듯이 녀석은 의외로 똘똘한 녀석이야. 내 계획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했고, 공감하고 있었어.”
“그래...... 그랬단 말이죠.”
내 말에 답답이는 한숨 섞인 대답을 했다. 내가 제대로 본 것이 맞다면, 지금의 이 반응은, 대화를 시작한 이래로 처음으로 보인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라스알하게 출신의 군사 전문가는 지휘관의 역량으로 ‘수줍은 여자처럼 방어하고, 날랜 토끼처럼 공격하라.’라고 말한 바가 있었다. 바로 지금...... 날랜 토끼가 될 타이밍이 온 것이다.
“물론 내 생각이 네 마음에 들지 않을 건 잘 알고 있었어. 변명을 하자면, 나는 내 생각을 네게 설득할 자신이 없었고, 이런 계획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절차적인 옳고 그름을 따지기엔 시간이 부족했었지.”
“......”
나는 답답이가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고 빠르게 내 논지를 치고 들어갔다. 한 사람이 판단하기 어려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판단을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한 거지. 언어의 폭포 속에서 답답이가 정신을 잃고 내 논리에 수긍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노리는 바였다. 답답이는 벌써 머리가 아파왔는지,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 거의 다 됐다. 마지막 결정타만 날리면 된다.
“그런 점에서 네게는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구구절절한 변명 잘 들었어요. 충분히 그럴 듯한 이야기긴 했어요. 하지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답답이가 치고 들어왔다. 녀석은 더 이상 내 말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듯, 자신의 뺨을 두어차례 두들기더니 결연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아는 한, 어떤 목적도 수단을 정당화 할 수는 없어요. 특히 그것이 타인의 안위를 위협할 수도 있는 경우엔 더욱 더 말이에요. PBRC같은 또라이들을 자극해서 그들이 공격적으로 나온다고 치자고요. 과연 그들이 ‘우리’만 건드릴 수 있도록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오만이에요. 분노만큼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은 없다구요. 그들의 분노가 Cloud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왕도내의 라스알하게 계 주민에게 돌아간다면, 그걸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의 이익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그걸 책임 질 수 있냔 말이에요.”
“그건......”
내 알바 아니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했지만, 초인적인 자제심을 발휘해 말을 삼킬 수 있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분노만큼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이 없다.’는 명제를 몸소 실천해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Channel 2. 아이리스
로키군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저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그의 말은 일견 타당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확실히 알샤인씨가 근접경호를 하는 이상, 더 이상 어설픈 자작극은 먹히지 않게 될 거에요. 우리 ‘필그림’들에게 있어 그의 존재는 양날의 칼과도 같은 것입니다. 수비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임과 동시에, 우리를 지켜보는 감시탑인 셈인거죠. 감시탑에 등불이 켜졌는데 바보 같은 행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그의 말에 타당한 부분이 있는 것과,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상황인식은 옳다고 치더라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그의 궤변은 참아줄 수가 없었거든요. 아무리 숭고한 목적을 들고 나선다 하더라도, 추악한 수단을 동원한다면, 그건 바로 위선이에요. 음...... 내가 아는 그는 ‘선’을 추구하지는 않으니, 위선이란 표현은 그에겐 부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 그와 저 사이에 큰 간극이 있는거에요. 당위성을 추구하는 저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이 남자...... 상황에 따라선 접점이 맞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금의 상황처럼 평행선을 그을 수도 있는 거에요. 애초에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니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도 없을 테니까요. 그동안 저는 그와 대하면서 그에게 고집을 부리기도, 맞춰주기도 했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내가 아는 한, 어떤 숭고한 목적도 그걸 달성하는 수단을 정당화 할 수는 없어요. 특히 그것이 타인의 안위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PBRC같은 자들을 자극해서 그들이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죠? 수뇌부 몇 명 제압했다고 우리가 그들의 분노를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오만이에요. 분노만큼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은 없다구요. 벼락이 Cloud라는 피뢰침에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왕도내의 라스알하게 계 주민에게도 불똥이 튄다면, 어떻게 감당할 생각인거죠? 만약 그로인해 불필요한 희생이 생겨난다면 어떻게 책임 질 거냐고요.”
“......그건.”
제 말에 로키군의 입가가 일그러져갔어요. 이로서 로키군도 저와 당신 사이에 크나 큰 간극이 놓여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청산유수같은 유려한 말은 급작스러운 고기압을 만나 순식간에 말라버렸어요. 저는 와디의 가장자리에 서서 건천이 말라가는걸 찬찬이 지켜보았습니다.
“그건 뭐요?”
“최대한 막아볼 생각이다. 양성적이든 음성적이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말이지.”
“양성적이든 음성적이든?”
“어차피 갈등이 벌어진다면, 기사단은 나설 수밖에 없어. 그렇게 된다면 PBRC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겠지.”
“음...... 그건 양성적인 것 같군요. 그럼 음성적으론요?”
“나와 리겔이 나서야지.”
“....... 둘만으로 그 모든 걸 다 막겠다고요? 너무 순진한 생각인 것 같은데?”
“둘이라니, 넷이지.”
“넷이면...... 아 안 되요! 난 못 도와줘. 아니, 안 도와줄 거에요. 나한테 협조를 바라지 마요.”
“아니, 너는 협조를 할 수 밖에 없을 거다. 너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민감한 여자야. 사람들이 다치고 고통을 받는데, 자신으로 인한 일이 아니니까 신경을 끌 거라고? 내기를 해도 좋아. 넌 절대 그렇지 못해.”
“이익......”
생각지도 못한 반격에 제가 비틀비틀 하는 사이, 로키군은 낚아챈 승기를 까치발까지 동원해가며 제 손이 닿지 못하게 휘휘 저어댔습니다. 그런 그의 얼굴은 처음 본 것 같아요. 방금만 해도 일그러져갔던 그의 입가는 미소라고 추정되는 비틀린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치사하다고 욕해도 좋고, 비열하다고 손가락질해도 좋아. 나를 막기 위해서라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할지도 알아야겠지? 그러려면 싫어도 나머지 필그림들이 어떤 논의를 하는지 참관해도 좋아. 네 이견을 피력하면 더욱 좋지.”
“와 진짜 이 사람......로키군!”
“수단과 방법 안 가리는건 네가 아는 어디 사는 누구에게 배운거니, 네가 뭐라고 할 것도 없어. 어차피 이미 들어서 알겠지만, 그 녀석이야 말로 ‘악마’라는 추상적 표현이 육신의 옷을 입고 이곳에 온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그 아이를 욕하지 마세요. 그럼 저도 더는......”
“알았어. 그건 그만둘게. 하지만...... 날 막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참여해야 할거다. 딜?”
“.......”
“딜이라고 물었는데?”
“.......”
하...... 정말.
“딜?”
“딜! 그래 딜이요 딜! 딜! 딜! 아 정말 너무하네 진짜. 사람 이렇게 몰아 부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