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inence - 1

zion234 작성일 20.08.27 09: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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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고 그런 날이었다.

늘 걷던 거리는 그날 따라 더 새침해 보였고, 들이키는 숨에 차가운 쇠맛을 함께 들이키게 되는 그런 날이었다.

집을 떠나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은 어려 편의 영화들을 스킵하면서 보게 되는 착각을 들게 하는 요상스런 요소가 있다. 기다란 쇠고리를 들어 아침 셔터 문을 여는 아저씨, 미처 아직 아무도 다니지 않은 이슬 젖은 도로를 쌩하고 가르는 몇 안되는 자동차들... 

버스정류장을 건너기 직전 건너야하는 기다란 횡단보도를 가기 위해서는 몇몇의 묘한 느낌의 가게를 지나쳐야 했다. 나중에서야 안 일이지만, 그곳은 몸을 파는 아줌마들이 일하는 가게들이었다. 이상하게도 굳게 문이 닫힌 그 가게들을 왠지 빨리 지나가야 할 것만 같은 생각 때문에 나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횡단보도를 건너 손으로 버스 정류장 기둥을 잡았다. 아직도 밤새 온 비가 덜말랐는지 축축한 느낌이 들었지만 손을 떼고 싶지는 않았다.

 

늘 타던 35번 버스가 왔고 난 여느 때처럼 버스 기사 아저씨의 눈을 쳐다보지 않고 올라탔다. 사람의 눈을 마주치면 그 사람이 나의 본래 모습을 알아챌까 두려워진다. 

 

그때였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올라탄 버스에서 그 소녀를 만난 것이...

실수로 마주친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물방울을 머금은 유리등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흔들리는 차창 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얼른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고개를 떨구고, 그녀의 하얀 교복 자락을 가끔씩 흘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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