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햄스터

후랑셩 작성일 05.05.14 09:54:51
댓글 0조회 1,374추천 0
유머가 아닌 수필입니다.

심심하기도 하고 할 일도 없어

옛 추억을 되살리며

글을 써 봅니다.







1. 첫째날



내 나이 8살, 비오는 여름 날이었습니다.

저는 우산을 들고 놀이터에 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분위기..

놀이터를 돌아다니며

그렇게 외로움을 즐겼습니다.




멀리서 이상한게 저를 향해 돌진합니다.




가까이서 보니 쥐였습니다.

회색빛깔의 보송보송한 털, 동그랗고 까만 눈은

제 마음을 빼앗아 갔습니다.

쥐 치고는 되게 귀엽더군요.ㅎㅎ




우산을 접어 팔에 걸고

제 자그마한 두손을 모아 쥐를 올려놓았습니다.

이녀석 가까이서 보니 정말 귀여웠습니다.

그 귀여움은 가히 저와 맞먹을 정도였으니까요.ㅎㅎ

그래서 제 아들 삼기로 했습니다.



쥐를 들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먹이를 줘야 할 것 같은데....

쥐니까 치즈를 좋아하려나?

운 좋게도 냉장고 안에 먹다남은 치즈가 있었습니다.

이 쥐... 먹을복이 터졌나 봅니다. ㅎㅎㅎ




입에 치즈를 댔습니다.

이 쥐시끼가 찍찍대며 먹질 않네요.=_=

아빠가 주는 밥을 안 먹다니...

제 작은 손으로 쥐 방댕이를 몇대 쳤습니다.

아플까봐 세게는 안쳤는데 또 찍찍댑니다.;;




'반항...-_-'




나름대로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페트병뚜껑에 물을 받아 먹였습니다.

잘 마시더군요.

이 쥐는 편식을 하나봅니다.

그래도 귀여웠습니다.

쓰다듬어주니 아주 좋아라합니다.




그렇게 쥐랑 놀고 있을때...

시장가신 어머니께서 집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비명소리




'꺄아아아악!!!'




쥐와 저는 몹시 놀랬습니다.-_-;;

쥐는 도망가 버리고

도망간 사실을 알아버린 저는 펑펑 울었습니다.

쥐 찾아내라고 어머니께 땡깡부렸습니다.




"내 쥐 찾아내!! 찾아내!! 엉엉"

"쥐 찾으면 갖다 버려. 다음부터 그런거 가지고 오면 혼날줄 알아!"

"싫어 키울꺼야 엉엉"

"강아지 사줄게 쥐 키우지마"

"싫어 키울꺼야 엉엉"




그렇게 저는 엄마를 설득(?)하고

결국 그 쥐를 키우기로 했습니다.--v

헌데 도망간 쥐가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못 찾겠더군요.

침대 밑과 가구 사이사이를 봤는데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 저녁 내내 울었고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2. 둘째날



아버지께서 집에서 찍찍 소리 난다고 그러시더군요.

아버지께 상황설명을 해 드리고

그 쥐 잡게되면 유리병에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일요일이라 동네 도서관에 놀러 갔습니다.

도서관에서 사진이 있는 동물책을 보다가

그 쥐가 '햄스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애완동물임을 알고는

그 햄스터가 주인을 배신(?) 하고

가출했다는 내 식대로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




3. 셋째날



이틀이 지나고

저는 책상위의 유리병속에서 쥐와 다시 만났습니다.

아버지께서 주무시는 도중 손이 간지럽길래 일어나서 봤더니

옆에 쥐가 있어 유리병에 놓으셨답니다.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한 뒤

햄스터를 향해 씨익 웃어주었습니다.

저를 보고 찍찍대더니 다른곳을 쳐다봅니다.

ㅅㅂㄴ-_-....




4. 넷째날



햄스터가 계속 잠만 잡니다.

유리병에 치즈랑 쥐랑 병뚜껑의 물을 넣어놨는데

얘가 처음엔 비실비실 하드니

잠만 계속 자길래, 볼펜으로 톡톡 쳐봤습니다.

근데 일어나질 않았습니다.

햄스터가 딱딱해 졌습니다.




내 인생에 있어, 주위에 있던 생명체가

처음 죽는 날이었습니다.




5. 햄스터 죽다.


어렸을 적...

그렇게 울어본 날도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울면서 우리집 앞 마당에 묻어주고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십자가를 꽂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종이에 '사랑하는 햄스터 여기서 잠들다' 라는 글을 적어 스카치 테잎으로 붙여놓았습니다.




'다음세상에서는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라.'







8살때라 햄스터가 뭔지도 몰랐고

키우는 법도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햄스터가 주인을 잘못만난것 같기도 해서

굉장히 미안하네요.




제가 초등학교6학년때쯤 햄스터를 이웃집에서 얻게되어 또 한번 키워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땐 키우는법도 정확히 알았고 잘 키웠습니다.

새끼 낳으면 온 몸이 빨간데 꼬물꼬물 거리는게 굉장히 귀여워요.

털 나기 시작하면 귀여움이 하늘을 찌르구요 ㅎㅎ

언젠가 자기끼리 잡아먹어서 경악을 금치못하고 다른사람한테 줬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추억거리네요^^

요새도 햄스터 키우시는 분들이 있을까요?ㅎㅎ

다시 한번 키워보고 싶기도 하고...




좋은 하루 되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후랑셩의 최근 게시물

엽기유머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