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흑마다 13부 - 펌

싸도 작성일 07.01.02 10: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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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별

ㅡ "이따금 이런생각이
이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별, -Alphonse Daudet


==========================



"그런데 계속 영원이라고 부를꺼에효? -_-)+"

".......아니, 그게아니라 습관이 되서;;"


집으로 가기 위해 정문을 향해 걸으면서

나는 영원이에게 무수히 많은 압박을 받아야만 했다.


"내 이름은 연희에요!! 이. 연. 희."

"..........;;"


잡고있는 손에 힘을 꽉주어 압박을 하며

스타카토를 주듯이 한자한자 또박또박 발음하는 영원이.


....아니 연희. -_-;


"알았어. 앞으로는 꼭 이름으로 불러줄께. ^^;;"

"진짜죠? ㅎ"


나한테 속고만 살았냐. 믿어보라니깐. -_-;;


.
.
.
.
.

"삼춘... 내가 갑자기 뽀뽀해서 놀랬죠..;;"

"........-_-;;"


장미원 벤치에서 잠시간의 적막이 흐른뒤에

영원이가 꺼낸 말이다.


"미안해요. 그럴려구 한 건 아니었는데...'


음.... 많이 놀랬지만, 기분 안나빴는데;;;;

사실, 나야 고맙지.

영계는 옷깃만 스쳐도 몸보신이 된다는 옛말도 있는 걸.


...아놔, 이 놈의 머리속은 뭐가 들어있는거얏!! ;ㅁ;


==========


"삼춘은 혹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어요?"


당연히 믿지!!

우리도 오늘 처음 봤잖아. >ㅂ<//


"응..ㅎㅎ"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원이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믿지 않아요."

"응......?"


무슨 뜻일까?

혹시... 우리가 알고지낸 건 한달도 넘었으니까

아무리 게임상이라도 트고지낸지 오래된 사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건가?

.....에이.... 놀랬잖아. ^^;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 첫눈에 반하는게."

"........-_-;;"


뭔가 이상하다.

어디선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나는 믿지 않아요...."

".........?"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마치, 내가 알고있는 영원이가 아닌 것 같다.


"그런 건 소설속에서나 나오는 말일꺼에요."


분수대 위쪽을 수놓고 있던 불꽃놀이는

어느새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


"삼춘, 삐쳤어효?"

"..........."


자리에서 일어나 분수대 쪽으로 걸어갈 때

영원이가 슬그머니 말을 꺼낸다.


나는 아무말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에~~~ 삐친거 맞구나?? ㅎㅎ"

"........."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럼 조금전에 나와 나눈 입맞춤은 뭐란 말인가.


"삼추우운~~ 화내지 마효~~>ㅂ<//"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가까이 다가와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린다.


"........"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 아이는 지금

날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일까.


"삼춘..... 화내지 마요. ㅠㅠ"


여전히 내가 말이 없자

영원이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사실... 여기 처음 나오기 전에 되게 궁금했어요."

"........?"


포시즌가든 가운데에 있는 분수대에 다가가

잠시 앉았다.


조금전 끝난 불꽃놀이의 여운탓인지

약한 화약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키는 얼마쯤 될까. 덩치는 클까..."

"........."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혹시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는 아닐까...."

"풉."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실수다. -_-


"앗!! 삼춘 웃었다!! 그쵸?ㅎㅎ"

"-_-;;"


내가 무심결에 웃어버린 걸 본 영원이는

금새 밝아진다.

그리고 좀 더 가까이 다가와 내게 기댄다.


"삼춘... 처음 봤을때... 참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나이도 얼마 차이 안나보이고."


사실 동안이라는 소릴 자주 듣는 편이다.

지금도 어디가서 나이를 밝히지 않으면

서른 전후의 사람들에게 한참 애 취급을 받기도 한다. -_-;;


"키도 아주 크진 않지만... 나랑 딱 잘 어울리고...."


순간 울컥해서

'177cm면 내 또래중엔 걸리버급이얏!! ;ㅁ;"

하고 말할뻔 했다. -_-;;


"내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모습처럼.. 따뜻하고 다정해 보이는 사람이라.. 참 좋았어요."

"......."


그런데...왜..?


"헤헷. 근데 너무 빠르잖아요. ㅎ"

".......?"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영원이는 분수대에 손을 담갔다가 꺼내

나에게 물을 끼엊기 시작한다.


"앗 차거!! ;ㅛ;"

"까르르르..."


나도 분수대 물을 한움큼 집어

영원이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꺄악~~~~!! 삼추우우우운!!! ;ㅁ;"

"일루와바바. 주겄어!! -_-)+"


나를 피해 손가방을 들고

마구 도망치는 영원이.


"아쭈~ 도망가?? "


그리고 양손을 모아 물을 한가득 뜬 채

그 뒤를 쫓아가는 나.


"꺄아~~!! 잘못했어요~!!!"

"일루 안와!! ;ㅁ;"



그렇게 잠시동안 공원안을 뛰어다니다

숨이 찼는지 이내 도망가길 포기하고

영원이는 근처 식당 야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사실.. 쫓아다니다가 이미 물은 손가락 사이로 다 빠졌고

설령 물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해도 뿌릴 마음도 없었다.


"하아, 하아, 삼춘....."

"응..."

"우리... 조금 천천히 시작해요."

"........."


어느정도 숨을 고른 영원이는

갑자기 내게 오른손을 뻗는다.


"나는 연희에요."

응....?


"이.연.희. 절대 잊으면 안돼요.ㅎㅎ"

...연희... 참 예쁜 이름이구나.


"......나는 현민이라고 해."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나는 손을 뻗어서

연희의 손을 꼬옥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잘 부탁한다, 연희야."

"잘 부탁해요, 삼춘.ㅎㅎ"


어느새 분수대 주변 스피커에서는

에버랜드의 영업이 끝나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어둑해지는 꽃밭 사이에서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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