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6시간이 걸려서 처음 화면에 벚꽃(엔딩5개 모두 끝냈다는 소리)을 띄우고 리뷰를 올립니다. 오오, 다 하니 벚꽃으로 바뀌는게 신기하더라고요.
이 글은 비주얼 노벨 자체를 문제삼는게 아니라 페이트의 스토리가 얼마나 일반소설에 비해서 빈약한지에 관한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페이트의 스토리가 감동적이다 또는 재미있다라고 말씀하시는건 상관없지만 그것을 문학성까지 가져오시는 분들도 몇몇 있습니다.)
소설은 시나 극문학처럼 특정한 형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의를 내리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일단 비주얼 노벨이 '소설'이 맞다면 주제, 구성, 문체를 이용해서 쓰고 구성은 인물, 사건, 배경으로 이루어지겠죠. 이것이 얼마나 잘 조합되었는지에 따라 그것이 명작의 척도가 됩니다.
1. 문체 배경은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현대입니다. 이 일본식 판타지 배경이라는 건 꽤 신선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중심 사건은 역시 성배이고 이 성배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코토미네와 이리야스필이 아주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결론은 중요한 것은 성배라는 물체가 아니라 영령으로 존재하는 성배 안의 내용물이고 이 내용물을 또 아주 앙그라마이뉴 등등으로 꼬아~~놓고는 결론은 소원을 이루게 할만큼 엄청난 마력덩어리 -_-;; 이건 대표적인 예일 뿐 게임 내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문장들... 뭘 그렇게 어렵게 표현합니까? 보고 있자니 속이 답답합니다. 수수께끼 푸는 심정이라도 만들고 싶으셨나봅니다. 우월중고딩들이 자기의 사상을 비비꼬아놓은 듯한 형식의 문체. 아마추어 번역이라고 그렇다고요? JPT1급을 가지신 분이 나스의 소설(일본에서는 나스의 책이 공의 경계말고도 출판된것 같더라고요.)은 너무나도 난잡한 문체다. 라고 표현하셨죠. 문체는 생활에서 말과 같이 독자가 잘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지 자기 혼자 공상의 세계로 빠지는게 아닙니다.
2. 갈등구조 구성에서도 가장 중요한 갈등구조! 갈등이 없는 소설따윈 없으니 일단 페이트도 봅시다. 페이트의 갈등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내적갈등! 즉 시로vs시로입니다. 10년전에 있었던 성배전쟁에서 피해속에서 살아남는 시로는 그 죄책감에 시달려 남을 돕고자 하고 어쩌구 저쩌구란 내용인데... 하나도 감정이입이 안됩니다. 왜냐구요? 묘사때문입니다. 정확히는 왜 시로가 그렇게 마음속에 그정도의 어둠을 가지고 있는지 표현을 잘 못하기 때문이죠. 왜 죄책감에 아직도 시달리는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따위의 심리 묘사는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그 꿈을 꾸고, 쿠토미네가 말하는 것에 대해서 흥분하고 정의의 사자는 불가능하지만 시로는 그 이상을 믿는다? 단지 일부분만 보여주기만 할 뿐... 게다가 중요한 사실은 이 페이트란 소설은 개인의 심리묘사가 가장 적나라하게 들어나야 하는 1인칭시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에서 말하는 문체부분이 말아먹었습니다. 남을 도와준다라는 그것이 게임 전체적으로 나타난다고요? 남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그런 빈약한 심리묘사를 비주얼 노벨이 가지고 있는 장점인 분위기와 음악 그리고 괜찮은 연출로 적당히 땜질했다는 느낌입니다.
3. 주제 도대체 페이트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페이트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이 바로 주제입니다. 가장 주된 사건인 시로의 내적갈등에 대한 묘사가 빈약해지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주 적어졌습니다. 페이트를 하신 분들 한번 결론을 내려보세요. 페이트에서 말하는 교훈적인 부분이 도대체 뭔가? (여기서 말하는 교훈은 어른들의 좋은 말씀이 아니라 소설 내에서의 철학이나 사상을 말하는 겁니다.) 정의의 사자가 되자? 차라리 하렘건설하자! 라고 하는게 정확하겠네요. 게다가 그런 나스의 오묘한 사상을 HF루트에서 특유의 장황한 문체로 표현을 해놓았으니... -_-;; 읽는 사람 엄청 부담스럽네요.
페이트, 할만합니다. 세계관도 상당히 깔끔하고 재미도 있습니다. 게임 추천하시는 분들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아, 물론 전 다들 싫어하시는 H씬과 길가메쉬의 성격이 마음에 들어서 ~ *^^*) 그런데, 이정도 소설로 작품성(결국 소설에서 작품성이란 문학성이지 뭐겠습니까?)을 따진다?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