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우리나라 MMORPG 유저들은 무엇을 즐기는 것일까...04

Kirth 작성일 06.06.17 1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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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쓰레기


음... 생각지도 않던 일 때문에 글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기다리시는 분도 안계시겠지만... 그래도 시작한거니 끝은 맺어야 겠죠 ㅎ

조금전에 리플들을 찬찬히 읽어 봤습니다
제가 글을 잘 못 써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제 의도랑 다르게 나가시는 분들 계시네요
먼저 제 글의 전제를 두 가지 두겠습니다

1. 우리나라 MMORPG의 쓰레기화는 게임회사 뿐만 아니라 유저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2. 특정 형태의 MMORPG가 우수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먼저 1번은 게임중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운영자나 개발진들만 욕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고 그걸 악용하는 유저들
또 컨텐츠라는 것을 만들어도 즐기지 않는 유저들 때문에 게임사에서 컨텐츠 개발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전제를 두는 것이고요

2번은 울티마 온라인이나 와우가 리니지나 로한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 나름대로 장점을 가진 MMORPG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즐기는 유저들의 행동이
어느정도 다르기에 비교를 하는 것일 뿐입니다

제 주변에도 아직 리니지를 즐기는 친구가 있고, 와우를 즐기는 친구도 있고
로한을 미친듯이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특정 게임의 유저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게임에 퍼져있는 많은 유저들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개인적인 예를 하나 들어볼께요
저는 최근에 그라나도 에스파다(이하 그라)라는 게임을 즐깁니다
MCC라고 세 캐릭들을 한번에 컨트롤 하는 것.. 그로 인해 강제적인 파티가 아니어도 혼자서
놀기 충분한 게임이기에 혼자서 느긋하게 즐기기엔 꽤 괜찮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라는 레벨업이 상당히 빠른 편에 속하는 게임이죠
스쿼드(다른 게임의 파티)를 맺고 게임을 하면 보너스 경험치를 많이 주기 때문에
레벨업이 많이 쉽고... 그로인해 아직 오픈베타 이지만 수많은 만렙유저들을 생산해 냈습니다

그런데... 이 스쿼드라는게 참 웃기는게
같이 스쿼드를 하는데 레벨제한이라는게 없습니다
레벨 한 20정도 되는 사람도 만렙들과 스쿼드 하면 이틀만에 90을 찍네 뭐네 말이 많기도 하죠
심지어 실제로 90렙 이상 사냥터에서 20짜리들이 대뜸 들이대서
'스쿼 좀요'하고 도배질을 하고 댕기기도 하고 짜증도 많이 내죠
안해주면 욕부터 시작해서 사냥하는데 온갖 꼬장은 다 부리고 댕깁니다
그리고... 다른 게임의 클랜이나 길드와 같은 시스템도 있죠

그라에서는 '당'이라고 합니다
당사람들끼리 케릭 밀어주기 하면 장난이 아니죠
몇몇 당들은 사냥터 명당자리 점령해서 다른 사람들 스트레스 주기도 하는 행패도 부립니다
그라에는 세가지 난이도의 던전이 있습니다
마치 디아블로2의 노말, 나이트메어, 헬과 같이 같은 던전이지만 난이도가 다른 형식이죠
일반, 상급, 수라의 세가지 형태의 던전이 있는데
수라에서는 무차별적인 PK가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사냥하는데 걸리적 거리면 비켜달라는 식으로 툭툭 건드리기도 하고
그래도 못알아 먹으면 아예 눕혀버리고 'ㅈㅅ 못봤어요'라고 헛소리 찍찍하는 인간도 있습니다

그럼 제가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를 할께요
먼저 스쿼드로 인한 경험치 증가는 개발사에서 기획의도와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그라는 MCC라는 세케릭터의 동시 컨트롤과 영입 NPC라는 NPC영입으로
다양한 조합을 추구하는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벨업이 빠르고,빠른 시간에 만렙이 되면 컨트롤 싸움이 되게 하는것...
이것이 처음 목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쿼드라는 것도 처음에 목적은 각 가문(가문당 3케릭)마다 다른 조합을 찾고
그 조합에서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 내서 사냥을 하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유저들은 이것을 편법적인 레벨업의 형태로 변형시켜서 이용하고 있죠
즉, 자기 케릭터를 키우기 위해 자기 가문에는 힐러도 없이 대뜸 법사들만 데리고 간다거나
레벨 높은 사냥터에서 고렙들틈에 끼어서 아이템만 줏어먹으면서 렙업한다거나...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다른 분들 말씀처럼 렙업에 재미를 두시는 분들이 계실테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데서 생깁니다
그라에는 아직 와우처럼 만렙들이 즐길만한 컨텐츠가 없습니다(솔직히 와우도 별로 없긴 하죠)
즉 만렙이 되어봐야 다른 유저들 말처럼 마땅히 할게 없어지죠
그런데도 유저들이 어떻게든 빨리 만렙을 만들고 맙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이야기 하죠
'만렙들 놀거 없다 ㅆㅂ 게임 존내 재미없네'
'나 만렙 케릭만 9개인데 다른 케릭터 언제 나오냐 ㅈㄸ'
'이 겜 쓰레기네.. ㅆㅂ 만렙들 밖에 없어'
이렇게 소문내고 다닙니다
그렇다면... 흔히 이야기하는 '~카더라'는 소문이 돌죠
'그 게임 쓰레기 라더라', '재미 없다더라', '내 친구가 만렙인데 게임 재미없어서 접을거라더라'
이렇게 되면 신규유저는 당연히 유입이 없습니다
만약 누가 주변에 가까운 사람이 '그 게임 재미없다'고 한다면 선뜻 하시겠습니까?

그렇게되면 당연히 게임내의 인구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렙업만 즐기던 유저들은 만렙이 되면서 하나 둘 게임을 접기 시작하고
신규유저는 재미없다는 소문에 유입이 안되고...
그렇다면 게임회사는 수입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투자비도 줄어들고
결국 게임은 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솔직히 게임회사에서 잘못한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오픈베타 때 완벽하게 게임이 만들어져 나오는 게임이 몇개나 되리라 보십니까
오픈베타를 하면서 벨런스 조정도 하고... 또 버그도 고쳐나가다가
'이정도면 게임의 완성도가 어느정도 갖추어 졌다'라고 생각할 때 정식 서비스를 하겠죠
그렇기 위해서 오픈베타를 하는 것이고 많은 유저들에게 의견을 듣고 그것을 수렴해 나가겠죠

게임회사는 비영리단체가 아닙니다
기업의 근본적 목적은 이윤이죠.. 게임회사도 유저들이 줄어들면 당연히 손해보고
자기들도 손해볼 짓은 안할려고 할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들의 의견도 들으려고 할 것이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어떻게든 수정하려고 하겠지만 그게 마음처럼 안되는 부분이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그것 때문에 유저들이 짜증내고 화내는 것도 무서워 할 겁니다
유저한명은 고객이고 고객은 돈이라는 개념에 맞추어보면
게임회사는 어떻게든 유저수를 늘리고 그것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겠죠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서 게임이나 기타 다른 것들을 즐기다가 한번씩 오류뜨고
가끔 포맷도 해야되는 상황을 안겪어보신분 계십니까?
개발자들 컴퓨터도 마찬가지 겠지요.. 서버가 과부하 되면 다운도 될 수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버그가 생기기도 하겠죠
그걸 고치라고 이야기 하는데 왜 욕을 해야 되며...
그걸 못고친다고 게임 자체가 쓰레기라고 욕을 먹어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온라인게임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형은 'MMORPGING'라고 표현하더군요
끝도 없이 계속되는것이 온라인게임의 특징이라고 보았을때...
컴퓨터 기술이 발전 될 수록, 프로그래머들의 실력이 좋아질 수록, 인터넷 회선이 좋아질 수록
나아질수 있는 문제들이 있을 겁니다
가끔 TV드라마나 영화에서 '현제 의학으로는 고칠수 없는 병입니다'라는 말이 나오죠
즉, 지금의 기술로는 어떻게 해도 안되는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다음달에는 내년에는 더 나아질 수도 있겠죠
그런문제를 만들어낸 개발자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그런문제를 당장 해결해 내지 않으면 '널 죽이겠다'고 욕하는 유저들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게임내 버그 뿐 아니라 컨텐츠 역시 마찬가지 일 겁니다
지난 번에도 썼듯이... 지금 한국 시장은 다양한 컨텐츠를 가진 게임이 '닥치고 사냥'게임보다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그로인해 게임회사들역시 컨텐츠 개발을 소홀히 하고 있다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닥치고 사냥'게임에서 만렙만 풀어주고 상위아이템만 만들어주면 기존의 유저들은 그만큼
유지가 되기 때문이겠죠

제가 그라나도 에스파다라는 게임을 예로 들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 국내 온라인 게임의 'BIG3'라는 썬온라인과 제라,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엄청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성공을 보장받은 게임은 없습니다
제라는 이미 넥슨이라는 브랜드로 인해 수많은 유저들이 등을 돌린지 오래되었고
썬은 오픈 첫날 엄청난 렉과 버그로 인해 다시 서버내리고 대규모 수정 후에 다시 오픈했지만
그래도 썩 좋은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오픈 때 그래도 '괜찮다'라는 의견을 많이 받았던 게임입니다
그 후에 '스쿼드 경험치 뻥튀기'가 소문이 나면서 수많은 유저들이 고렙이 되어버렸고
개발사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빠른 렙업으로 컨텐츠 추가가 늦어지면서 게임이 '쓰레기'라는
평을 듣게 되고 많은 유저들이 빠져나갔습니다

얼마전부터 그라나도의 2.0 패치를 슬슬 공개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그걸 보면서 마음이 참 씁슬해졌습니다
지금 현재 그라나도의 최고 숫자의 케릭터 생성갯수는 9개이지만 조만간 36개가 될거라 하고
또 아이템 제작과 강화 라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보이더군요
현재 그라나도의 아이템 강화는 아이템 옵션의 변경만이 가능합니다(디아블로 큐브돌리기식)
그런데 이제는 리니지의 강화시스템을 따라가더군요

즉 처음에 '신선하다' 또는 '색다르다'라는 평을 듣던 게임이
유저들에게 휘둘려... 유저들의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존의 게임들을 따라가는거 같아서
참 씁쓸했습니다
물론 100% 유저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임자체의 버그나 문제로 인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겠죠

비극적으로 끝나는 TV드라마의 결말을 시청자들의 항의로 해피엔딩으로 끝내는 경우가 있죠
지금 우리나라 온라인게임계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청률을 위해서 결말을 바꾸는 TV드라마처럼
유저수의 유지를 위해서 게임자체의 틀을 바꿔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오늘은 좀 더 길어졌네요...
어떻게든 빨리 마무리 하고 싶은데... 자꾸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서리...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PS. 그라나도 빠는 아닙니다... 썬도 처음에 미션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었지만
유저들 항의로 결국 필드도 만들고... 이렇게 되어버렸죠
이젠 그라도 접어겠습니다... 나름대로 독특해서 한참 재밌게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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