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우리나라 MMORPG유저들은 무엇을 즐기는 것일까...02

Kirth 작성일 06.06.02 1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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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쓰레기


아래글 이어서 쓰겠습니다 자꾸 길어지네요..ㅡㅡ;;
오늘은 진짜 쓰고 싶었던 이야기 좀 써볼려고 합니다

전에 FadeToCrow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랬습니다
국내 MMORPG게임의 문제점에서 같은 생각을 가졌던 저로서는
'동지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정도 였습니다

크로우님께서는 유저의 입장에서 게임자체에 대한 문제점을 너무나도 잘 적어주셨기에
전 약간 다르게 유저의 입장에서 다른 유저들을 보고 느낀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저도 MMORPG를 즐깁니다
그러나 그것은 예전의 RPG를 즐기는 것처럼 즐기는 것이 아닌 그저 시간 때우기 용으로
MMORPG를 즐기는 편입니다
'언젠간 재밌는것이 나오겠지..'라며 막연한 기대만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그런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 주던것은 게임회사가 아닌 주변의 유저들이었습니다

MMORPG가 싱글RPG와 다른 점은 바로 커뮤니티겠죠
온라인 상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MMORPG의 장점일 것입니다
싱글에서는 때려죽여도 혼자서 못할 일을 온라인에서는 가능하게 했죠
개인적으로 울티마온라인 할 때 드래곤 잡겠다고 길드원들이 시약 바리바리 싸들고
쳐들어가던 기억이 나는군요
서로 웃고 떠들고 길드원 누군가 스미스GM이 되면 기념으로 길드원들한테
자기 이름 박아서 칼 한자루씩 돌리기도 하고
길드원 누군가 집짓는데 성공하면 집들이랍시고 놀러가기도 하고...
이런 잔재미들이 울온에는 있었습니다
물론 그 때도 사람 짜증나게 하는 비매너 유저들도 있었지만 소수였고
게임내 버그를 이용한 계정에 대해서 블락도 철저했으니
비매너라고 해봐야 그것도 게임의 한부분으로 녹아들었습니다
울티마라는 게임안에서 만큼은 나는 대륙 최고의 대장장이 였고
대륙 최고의 낚시꾼이 될 수도 있었고 대륙 최고의 트레져헌터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형태의 커뮤니티들이 장점만이 될 수는 없었죠
사람들끼리 엮이다 보니... 아무래도 단점도 발생하게 되는것도 문제입니다만
국내 게임에서는 그런 문제들이 너무나도 특이하게 발전을 하더군요

퀘스트... 요즘 MMORPG에는 퀘스트라는 것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고
전혀 차지하지 않기도 합니다
지금 어느 게임에 접속해 봐도 마찬가지 입니다
퀘스트라는 것은 그저 경험치, 아이템에 대한 보상을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그런 면에서 요즘 게임들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스토리라인을 갖추고 있고 그 배경에 맞추어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퀘스트라는 것을
사용하는 게임도 적지 않게 있죠(WOW가 그 대표격이 되겠군요)
WOW를 하다보면 퀘스트에 대해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왜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싸우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어느정도는 알게 되고
그런 전쟁의 이유를 유저들에게 줌으로서 게임에 접속해 있는 동안만큼은
'난 호드의 일원으로서' 또는 '나는 얼라이언스의 일원으로서' 게임 속 하나의 개체가 되어
게임을 즐기게 해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제 국내 온라인 게임을 보죠(이제부터 WOW는 배제하고 국내것만 언급하겠습니다)
요즘 국내 게임들을 보면 그런 면에서는 많이 나아졌다고 봅니다
아래 글에서 썼듯 초창기 MMORPG들은 스토리 이딴거 없었다고 보는게 맞을정도로 취약하죠
그런데... 이것이 비록 게임을 만든 기획자나 스토리 작가를 비판할 수만 있는게 아니라는거죠

최근에 즐겼었던 게임중에 카발온라인이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카발온라인은 메인퀘스트 내용들이 '그나마 스토리라인에 신경 좀 썼구나'라는 느낌을 주더군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레벨이 올라가는동안 스토리가 계속 진행이 됩니다
즉, 싱글RPG의 느낌이 나는 형태의 진행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왜 이 게임을 언급하느냐...
제 주변에 유저들은 그런 스토리라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카발은 퀘스트 보상으로 경험치를 상당히 후하게 주는 편입니다 덕분에 레벨업이 빠르죠
그러다보니... 퀘스트 내용은 관심도 없고 그저 경험치를 위한 퀘스트만 합니다
(사실 카발도 퀘스트 보면 한심스러울 정도로 장난스러운 것도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만난 길드 사람들에게 스토리라인에 대해서 물어보면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제가 한참 길드에 들어가서 사람들과 막 친해졌을 즈음
길드 사람들과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이거 생각보다 스토리 재미있어요 스토리가 생각보다 괜찮더라니까'
이런 식으로 이야기 했던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대뜸 길드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야 쓸데없이 그런 거 읽을 시간 있으면 랭작이나 해. 그러다가 허접된다'
'그런거 뭐하러 읽어요 귀찮기만 하지'
'와~ 형은 그거 다 읽어보면서 게임해요? 난 그런거 다 읽어보는 사람 처음봤어'
......

즉 기획자나 스토리 작가 역시 '고생해서 스토리 쓸 필요가 있나? 유저들은 관심도 없는데?'
라는 생각을 가지기 딱 좋은 모습이더군요
그저 유저들은 높은 레벨과 화려한 갑옷 그리고 강력한 무기만을 위해 게임을 하지
실제적으로 게임속에 즐기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게임의 부가적 요소들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예전에 나이트온라인이라는 게임을 한참 할때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죠
친구놈이 같이 하자고 꼬셔서 나이트라는 게임을 알게 되었는데...
꼭 두진영이 전쟁을 하는 설정의 게임을 보면
저는 꼭 게임내 악역이 되는 진영이 좋더군요
나이트를 할때도 카루스로 했었고... 릴 때는 아칸... 러쉬 때는 테모자레...
샤이아 때는 분노의 연합... 와우 때는 호드...
(물론 렙은 다 고만고만합니다 고렙 소리 한번도 못들어봤어요..;;)
나이트온라인에서 친구놈은 엘모라드라는 인간 쪽이었고
저는 카루스라는 마족이었습니다
어느날 게임방에서 둘이 나란히 앉아서 플레이 하다가 대뜸 물어봤습니다
'야 근데 엘모랑 카루랑 왜 전쟁하는거냐?'
솔직히 궁금하지 않습니까...ㅡㅡ;; 뭔가 전쟁에 이유가 있어야 몰입이 되죠
그러자 친구놈이 대뜸
'미친새X, 그런거 왜물어보냐 그 딴거 몰라도 겜하는데 아무 지장없다'
이러더군요...;;

후에 나이트온라인 홈페이지에 가서 스토리라인을 읽어봤습니다
제법 그럴듯한 설정이 되어있더군요... 그런데...
거기서 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러이러해서 전쟁을 한다' 요게 끝입니다
그럼 게임내에서의 스토리는? 없습니다 ㅡ.ㅡ;
하지만 어느정도 개발자를 이해하게 되더군요
스토리 빡세게 쓰나 안쓰나 유저들이 게임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겁니다
나이트 온라인의 서버이름 사이퍼, 로고스... 이런 것들이 나이트온라인 배경스토리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이라는 것도 모르는 유저가 98%는 넘었습니다
물론 제가 이 게임을 즐기던 2003~2004년에는 퀘스트도 적었고 보상도 형편없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퀘스트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기도 했었습니다

다른 예로 스토리텔링RPG라는 테일즈위버...
테일즈위버는 스토리라인으로는 국내 최강이라 할 수 있는 창세기전의 제작사 소프트맥스의
온라인 도전작이었죠
소맥이라는 이름만으로 게임이 가지는 임팩트가 대단하던 시절에 등장한 게임이고
창세기전에 버금가는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 게임이었죠
테일즈 위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고 접속해 봤을때...
그 스토리라는 것에 전혀 언급이 없더군요 그저 '룬의 아이들'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썼다는
정도만 알겠더군요
얼마전에 다시 테일즈위버를 해봤는데
이건 정말 많이 바뀌어 있더군요
오프닝도 있고... 오프닝이 끝나면 스토리의 서막도 있고...
나름대로 '오오오~ 이것 괜찮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던차에
'하긴 이렇게 만들어도 이걸 다 보는 사람은 몇 명 없겠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 처음에 서막이 시작할 때 스킵버튼이 있었습니다
아마 10명중에 7~8명은 스킵부터 누르고 시작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여태까지 제 주변에 많은 MMORPG유저들이 그랬기 때문이죠
스토리텔링 RPG에 스토리에 관심도 없는 유저들이 태반이더군요

즉, 게임 속에서 게임을 즐기는 저는 왕따가 되기 너무 쉬웠습니다
레벨업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천천히 게임을 즐기던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허접 취급받기 딱 좋았고 '허접=무시'라는 공식에 너무나도 잘 부합되었기에
말 그대로 왕따가 되어버리는 거죠

윽... 자꾸 길어져서 그만 쓰렵니다...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남았는데... 다음에 계속 쓸께요
자꾸 길어지믄 재미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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