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내 기억이 맞다면 이 게임은 97년도에 처음으로 국내에 그 모습을 들어냈을 것이다. 당시 ISDN을 이용한 네트워크가 확산되면서 게임방이 하나 둘 생겨났고 이 때문에 베틀넷을 사용할 수 있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등장했다.
그 중에 쟁쟁한 게임으로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에이지1과 SF적이며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인 스타크래프를 들 수 있다. 스타크래프야 후속작 없이도 지금도 유명하니까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초창기(?)만 해도 에이지1의 인기가 스타크래프를 가볍게 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97년 초, 에이지1이 국내에 어둠의 루트를 통해서 들어왔을 때... 국내의 게임방 갯수는 3개에 불과했었다.(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국내 3호 게임방 위층에 월세를 들어서 사무실을 했었거든 -_-;;) 당시에는 획기적인 ISDN이라는 네트워크 망을 이용하여(56k 모뎀보다 약 2배 가량 빠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더 느리기도 했지만)20~30대의 컴퓨터를 놓고 손님들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경쟁업체가 없으니까... 게임방이 무척 잘 됐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처음에는 게임방이라는 자체를 몰라서 사람들이 안 왔던 것이다.
이에 일조한 것이 바로 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였던 것이다. 당시 3대 통신망(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을 통해 멀리 있는 사람들과 게임 대전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제공하는 게임방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당시에 에이지1은 완성된 상태였고 스타크래프트는 베타판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에이지1 쪽에 쏠려 있었다. 물론 그래픽적으로 봐도 척 보기에는 에이지쪽이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색상이 많이 들어가는 관계로 좋아보인다. 어디 그 뿐인가? 자원만 해도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모습을 보인다. 나무, 금, 철, 식량(물고기, 동물, 열매, 농사)등으로 이것들은 그 적소에 맞게 사용되었다. 배경 역시 실제 역사를 다뤄, 각 나라(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별로 시대 상에 맞게 건물과 군의 병기와 병사들이 다르다. 게다가 곧 한글화까지 되어 국내에 정식 유통이 되었고 스타크래프는 그야말로 게임이 안되는 판이었다.
그러나 점차 사람들 사이에서 에이지1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그 복잡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자원의 종류가 너무 많다. 시대가 발전할 수록 뭘 하나 만들려고 해도 자원이 이것저것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일꾼은 항상 쪼들리고 더 많은 일꾼을 뽑아서 자원을 뽑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간다. 스타크래프트는 대충 일반인들이 대전을 했을 때, 길면 15분 짧으면 초반 러쉬로 5분 안 팎에 끝나지만 에이지1은 자칫 잘못하면 하루 종일이다. -_-;; 물론 에이지1 역시 초반 러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스타에 비해서는 한참 떨어지는 진행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빨리빨리 진행되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들한테 에이지는 너무 더뎠던 것이다.
그리고 종족간의 밸런스가 문제였다. 아니, 밸런스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그 다양성에 문제가 있었다. 각 나라별로 이름만 달랐을 뿐이지. 사실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물론 국가 별 전투 유닛이 두어가지 다른 게 나왔지만... 그게 끝이다. 반면 스타크래프트는 3가지 종족이 모두 모양이나, 전투 형태, 스타일까지 몽땅 달랐다. 스타의 캠페인을 하다보면 다른 게임이라 여겨질 정도였다.(정말 당시에는 각 종족의 캠페인을 하면서 다른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인터페이스랄까? 컨트롤이랄까? 그 부분에서도 스타와 차이를 들어냈다. 스타의 경우 유닛을 클릭, 움직이면 거의 바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에이지나 타 전략 게임을 보면... 스타에 비해서 한참 뒤에 움직였다. 이는 요즘 말하는 컨트롤이 안된다는 점이다. 발빠른 유닛으로 치고 빠지려고 해도 제대로 움직여주질 않으니... 유저들의 답답한 마음은 누가 보상해준단 말인가? -_-;; 게다가 군대를 컨트롤해서 움직이려고 하면 꼭 진형을 짠다. 이게 처음에야, 신기해도 나중에는 꾸물거리는 꼴이 짜증이 치밀기 시작한다. 재밌으려는 게임이 짜증나면 누가 하겠는가? -_-;;;
물론 이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스타와 차이를 들어냈겠지만... 나는 가장 큰 점으로 이 3가지를 뽑았고... 이 역시도 국내 정서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졸작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나왔던 수 많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중에 수작을 넘어서 대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에 반대할 사람은 몇 안된다고 본다.
비록 국내 정서와는 맞지 않지만 현실적인 자원 채취와 시대적으로 고증된 건물, 군사 시절 및 병사들(건물 크기와 사람의 크기가 상당히 현실적이다.)... 짜임새 있는 진형으로 절도있게 행군하는 모습...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 2부터는 캠페인 역시 잘 짜여져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어찌나 재밌던지 게임 불감증이 생길 때마다 한번씩 해보면... 정말 정신없이 끝을 보게 만든다.
이왕 캠페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를 짓겠다. 나는 에이지 시리즈는 1탄 확장팩부터 3탄까지 모두 정품을 구매하였다. 왜 그랬는고 하니... 바로 이 캠페인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재밌다. 정말 정말 재밌다. 왠만한 RPG 게임보다 더 재밌다. 게다가 이번 3탄은 그래픽까지 환상이다. 내용? 말 할 필요가 없다. 한 마디로 굳이다! 굳! -_-;;
한 가문과 세계 정복의 야욕에 불타는, 비밀결사 집단의, 세대를 뛰어넘는 대결이랄까? 뭐 내용은 대충 이렇다. 물론 RPG만큼 세세한 내용까지 어떻게 담을 수 있겠냐마는... 요즘 무슨 아무렇게나 찍어내는 RPG와는 차원이 다른 시나리오와 그래픽과 음악을 가졌다. 그냥 캠페인만으로 게임 하나를 만든다고 해도 정품을 구매할 정도다.(물론 내 경우지만)
게임 속 유닛들이 하나하나 살아서 움직인다. 내가 제대로 본 것일지 모르겠지만 놀고 있는 일꾼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영웅의 존재는 타 게임에서처럼 큰 힘을 가지진 않았지만 전략적으로 충분히 가치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화려한 광원 효과와 넘실대는 카리브의 바다는 볼 때마다 나를 감탄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장점이 무척 많은 게임이지만... 내 글 재주의 부족이 아쉬울 따름이다. 끝으로 최신작인 3탄의 대략적인 시스템과 권장 사양에 대해서 서술하겠다.
3탄은 특이하게도 본국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플레이어가 전투나 건설, 유적등을 발견하였을 경우 경험치가 오르고 이에 본국의 레벨이 오른다. 그러면 그 합산점으로 본국으로 부터 필요한 자원이나 병사 및 요새같은 것을 지원 받는데... 이것이 또 하나의 묘미가 된다. 자원하나 쓰지않고 본국으로 부터 지원 받은 병력으로 방어를 하고 남보다 빨리 발전하는 것등의 전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 앞서 말했던 요새의 경우는 모두 병기(대포등을 제외한)및 병사의 생산이 가능하며 요새 자체에 대포를 장착하여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적과의 요충지에 세우면 반쯤은 이겼다고 생각해도 된다.
기분 탓일지는 모르겠는데 전에 비해서 빠른 발전이 가능해 졌다. 더 이상 그 전만큼 더딘 진행은 아니었다. 물론 고질적인 진형 문제도 그 수를 줄여 현재는 분산과 집합 정도만이 남았을 뿐이다.(물론 이들을 한데 묶어서 움직이며... 그것도 적 앞에서 진형을 깨고 다시 진형을 짜게되면 정말 큰 피해를 입는다. ) 종족, 국가 역시 아직까지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에 비해서 많은 차등을 두었지만 현실을 반영한 게임이니... 이 문제는 크게 달라질 수 없으리라 본다.
앞서 수 차례 말했듯, 그래픽과 음악은 현존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중에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정말 환상적이다. 문제는 그 사양에 있는데... 최적화는 잘된 편이라고 말하고 싶다. FX5900이상의 그래픽 카드에 램 1기가면 1024*768 해상도, 풀옵으로 돌려도 그다지 무리가 없으리라 본다. 물론 사양과 타협한다면 더 낮은 사양에서도 무리없으리라 본다. 하지만 하이엔드 유저라도 해상도와 풀옵을 동시에 주려고 한다면 말리고 싶다. 단지 해상도만 올렸을 뿐인데 상당히 저조한 프레임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