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플레이 -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재미있는 게임
블리자드의 게임 디자인 부문 부사장 롭 팔도와 크리에이티브 부사장 크리스 맷젠은 이번 ‘스타크래프트 2’는 ‘스타크래프트’를 그대로 계승할 것이지만, 차별화된 게임 플레이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언뜻보면 상당히 모순된 이야기다. 하지만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를 나누어 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멀티플레이 - e스포츠를 위한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멀티플레이로 인해 지금처럼 큰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스타크래프트 2’ 역시 플레이어 간 대결(멀티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롭 팔도는 “스타크래프트 2에서도 스타크래프트의 재미인 긴박감, 빠른 게임 진행, 창조적인 전술이 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 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스타크래프트’ 멀티플레이의 재미를 그대로 계승할 것이란 말이다.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앞서 언급한 “스타크래프트의 중요한 요소들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작발표회에서 수석 개발자 ‘더스틴 브로더’가 시연한 데모에서도 이런 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스타크래프트 2’에 등장하는 유닛들은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한 유닛들보다 더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는 플레이어끼리 대전을 펼칠 때, 더 많은 전략, 새롭고 창조적인 전략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 롭 팔도는 `스타크래프트 2`의 멀티플레이는 전작의 특징이었던 빠른 게임 진행과 박진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각 유닛의 특징을 강화해 다양한 전략 창조가 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 종족 유닛 하이 템플러를 떠올려보자. 하이 템플러는 일반공격을 아예 할 수 없는 허약한 유닛이다. 하지만 ‘사오이닉 스톰(일명 지지기)’을 상황에 알맞게 사용하면 단 한 기로 저글링 한 부대(12마리)도 쉽게 해치울 수 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2’에서 이 ‘하이 템플러’처럼 각 유닛의 특징, 즉 장단점을 더욱 강화시키고 세분화 했다. 즉, 다양한 전술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스타크래프트 2’ 멀티 플레이의 핵심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스타크래프트 2’ 자칫 어려운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PC방에서 30, 40대 아줌마, 아저씨들이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는 ‘스타크래프트’가 그만큼 누구나 쉽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2’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닛의 특징이 확연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전술을 구사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스타크래프트 초보자가 저글링 100기로 울트라 리스크 10기를 상대하는 것과 하이 템플러 10기로 울트라 리스크 10기를 상대하는 것 중 어떤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할지는 극명하다).
▲ 유닛의 장단점이 극명하게 나눠지는 만큼 기존 `스타크래프트`보다는 어려운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저그의 유닛인 ‘저글링’이 테란의 유닛인 ‘마린’에게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마린’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생산해 공격하면(흔히 이야기하는 ‘어택 땅’) 승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2’ 데모에서 볼 수 있었듯, 자신이 많은 수의 유닛을 보유하고 있어도 상대편이 유닛의 특수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압도적인 수가 무색할 정도로 무참히 도륙 당할 것이다. 즉, 게임의 진입 장벽이 기존의 ‘스타크래프트’보다 높다.
물론 반대로 고수들 간의 대결, 즉 프로게이머들 간의 대결은 지금의 ‘스타크래프트’보다 더욱 역동적이고 다양한 재미를 줄 것이다. 롭 팔도는 “스타크래프트 2에선 프로게이머 스타일의 게임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정교한 컨트롤을 구사하면서 유닛의 장단점을 파악해 유닛을 운용한다면 프로게이머처럼 다양한 전술을 창조해 낼 수 있을 것이란 말이다.
정리해 보면 ‘스타크래프트 2’의 멀티플레이는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재미있는 스타일의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프로게이머들의 대전 플레이를 보는 재미는 더욱 쏠쏠해 질 것이며,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는 명경기가 지금보다 자주 연출될 것이다.
▲ ‘스타크래프트 2’의 멀티플레이는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재미있는 스타일의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고수 사이의(프로게이머) 대전 플레이를 보는 재미는 더욱 쏠쏠해 질 것이다
□ 대중화와 e스포츠 딜레마 - 필요충분조건? or 필요조건?
대중화와 e스포츠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 등이 오래 전에 출시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e스포츠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대중화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프로게이머들끼리의 경기가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시청자가 게임진행을 이해 하지 못한다면 흥미는 감소되기 마련이다.
이 부분만 놓고 본다면 진입 장벽이 높은 ‘스타크래프트 2’의 e스포츠 성공가능성은 전작인 ‘스타크래프트’에 다소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현재에 와선 게임을 직접 즐기는 인구 외에 e스포츠(스타크래프트) 관람 자체를 즐기는 수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즉, 게임진행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프로게이머들끼리의 대전 자체를 즐기는 인구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2`의 역점을 대중화에 둘지, e스포츠에 둘지에 따라 한국에서의 입지는 달라질 것이다
또 ‘스타크래프트 2’에 등장하는 유닛과 건물들은 전작의 디자인을 그대로 채용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청하는 입장에선 거부감이 덜하다. 때문에 대중화는 둘째 치더라도 e스포츠는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스타크래프트 2’가 한국에서 어떤 게임으로 기억될지는 대중화에 뼈대로 놓고 e스포츠라는 살을 붙일 것인지, 아니면 e스포츠라는 뼈대를 놓고 대중화라는 살을 붙일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싱글 플레이
롭 팔도는 “싱글플레이야 말로 스타크래프트 2가 스타크래프트와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스타크래프트 2의 싱글 플레이 방식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지만 “기존 RTS 게임에서 보았던 싱글플레이와는 다른 게임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어떤 싱글플레이 방식이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 질지는 알 수 없다. 단지, 기존 RTS 게임의 싱글플레이처럼 미션 목표를 전해 듣고 실행하는 단순한 형식은 아닐 것이란 점만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 롭 팔도는 “싱글플레이야 말로 스타크래프트 2가 스타크래프트와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