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근본이 되는 논리적 사고와 통찰력... 그걸을 확인하여 스스로에게 지적인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인간만의 본성이 추리물의 인기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리만화로서 인기를 끄는 양대산맥이라면 아무래도 김전일과 코난을 들수 있겠죠.
둘 다 훌륭한 편이지만 코난이 장치트릭에 의존하는 편이라면 김전일은
장치트릭뿐만 아니라 논리트릭과 심리트릭을 복합적으로 구사하여 코난보다
높은 수준의 추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둘 다 공통점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건에서 코난과 김전일은 당사자로 등장합니다.
특히 김전일의 경우가 그러한데 김전일은 언제나 사건을 스스로가 경험하고 당사자로서
사건을 풀어 나갑니다.
김전일의 경우에는 또 한가지의 특징이 있는데 작가는 모든 정보를 독자에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특히 중요한 정보는 김전일만이 확인하고 독자에게는 최종 추리때 공개하죠. 즉 독자가 자신의 추리를
바탕으로 김전일보다 앞질러가는걸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항상 김전일의 추리에 끌려다닐수밖에 없고 최종의 김전일의 범인공개때 무릎을 치는것 외엔
아무것도 할수 없는 구조입니다.
김전일의 경우엔 높은 인기에도 이상하리만큼 게임화가 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것때문이라고 봅니다.
물론 새턴으로 나온 호시미섬의 슬픈살인같은 B급게임이 아주 없는것은 아니지만 호시미섬살인같은 경우는
주인공이 김전일이 아니라 김전일의 눈을 피해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이니 약간 경우가 다르다고 봅니다.
추리라는것이 정말이지 너무나 잘 먹히는 장르고 수많은 추리게임, 또는 변형된 법정게임(역전재판)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비해서 김전일정도 되는 만화가 게임화가 되지 않는 이유는 김전일은 독자가 풀어나가는 세계가
아니라 작가가 풀어나가는 세계이기 때문이라는것이 제 생각입니다.
보통 추리게임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주인공은 탐정으로서 의뢰인의 사건을 접합니다. 그리고 현장에 가서
끈질긴 조사로 간신히 단서 하나를 얻고 그 단서를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그 단서로부터 한가지씩 사실을 발견해
갑니다. 그걸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찾고 진술을 얻으면서 조금씩 사건의 윤곽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추리게임의 가장 큰 즐거움이죠. 김전일처럼 사건의 당사자로서 사건의 윤곽을 머릿속에서 넣고 출발한다면
추리게임의 재미는 격감될 것입니다.
한명의 소녀의 익사사건에서 출발하는 패미콤탐정구락부2나 시리즈를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있는 진구지 시리즈나
이브시리즈가 바로 그렇죠. 정통 추리게임은 아니지만 추리게임에 가까운 역전재판 또한 탐정모드와 법정공방을
계속하면서 사건의 윤곽을 조금씩 확인해 나가는 타입입니다.
스스로 추리를 해서 지적 허영을 즐길수 있는 추리게임이 작가의 추리를 지켜보기만 하는 추리만화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것도 그때문입니다.
Ps.여담이지만 역전재판은 변호사보다는 검사를 주제로 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변호사가 범인을 찾아야 한다는건
억지죠. 피고가 범인이라는 검사의 주장을 부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범인을 찾는건 변호사가 아니가 검사가 할 일이죠.
증인의 거짓말을 밝혀낸다는것도 보통 변호사보다는 검사가 할 일입니다. 항상 느끼지만 나루호도는 변호사보다
검사가 되었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