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엘더스크롤즈 3 모로윈드 (2)

f_king 작성일 07.12.11 15: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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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꼐속

 

 

 

 

발로 만들어도 이루어낼 수 없는 최적화 : 성실한, 그러나 부실한

 

모로윈드건 대거폴이건 오블리비언이건, 하여간 1편 어리너를 제외한 모든 엘더스크롤즈를 플레이하는 횽아들이 처음 묻는 질문은 이거다.

 

씰바 이거 사양을 얼마나 처먹는 건가효?

 

(한국 횽아들의 경우에는 따로 묻고 싶은 게 있을 텐데, 쌩깔란다. 이유는 뒤에 적겠다)

 

사양이 아무리 높아도 높아도 프레임이 안 나온단다. 물론 특정 장소 - 발모라, 비벡, 플러그인으로 추가한 대던전 같은 곳에서 프레임이 안 나올 거다. 텍스처 문제는 절대로 아니다. 고작 가로세로 1024픽셀짜리 텍스처에 요즘 나오는 지포스 7600 8800 따위가 쫄아댈 리도 없다. 오죽 프레임이 안 나오면 프레임 압박이라는 용어가 각종 엘더 사이트에 공공연히 올라오고 있겠나. 각종 엘더 사이트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양놈들도 Low Frame이라는 단어를 쓴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다.

 

그래픽이 권장사양은 계산 못 할 만큼 개좋은가? 크라이시스의 셰이더와 하프라이프의 메시와 디스가이아의 연출을 합체한 초은하 연출 영상인가? 물론 그럴 리가 없다. 2002년에 그런 게 나왔으면 실행이 되긴 됐겠나 ㅋ 개풀 뜯어먹는소리.

 

원인은 바로 위에 내가 조깥다고 해놓은 엔진이다. 정확히 말하면 겜속에 등장하는 개체의 변수량과 계산법이다. 아니, 변수량은 좀 봐주자. 모로윈드는 콜옵4가 아니다. 절대로 눈앞에 보이는 건물 위로 올라갈 일이 없는 겜이 아니라는 뜻이다. 언제 어떤 횽아가 어떤 곳으로 들이닥칠지 모로윈드는 도통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눈에 안 보인다고 해서 개체를 안 읽어들일 수가 없다. 결국 모로윈드는 눈앞에 건물이 하나 보이면 옥상 위에 있는 바닥도 뒤에 있는 잔돌맹이도 남김없이 불러서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 계산량이 대책없이 늘어나면 당연히 CPU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 모로윈드 프레임 압박의 팔할은 씨퓨다)

 

그럼 계산량이 어쩔 수 없이 많은 만큼 계산법이라도 좀 합리하면 문제가 안 생겼을 텐데, 여기서 베세스다는 우리 횽아들의 기대를 배신했다. 이번에도 배신했다. (오블리비언도 최적화가 개판이다. 씨퓨 성능과 관계없이 한 지역에 NPC 100명만 넘어가면 프레임이 환상이다) 똑같은 개체가 두 군데 있다고 치자. 그러면 일단 개체 메인 데이터를 한 번 읽은 다음에, 위치 데이터만 두 번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모로윈드는 이 개체 데이터를 메인부터 위치까지 제따로 두 번씩 읽는다. NPC의 경우는 리스폰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또 그렇다 치자. 최소한 스태틱스 정도는 계산을 좀 우려주면 어디가 덧나나 베세스다 이 십숑 색퀴들아?

 

그래서 모로윈드에는 완성도와 상관없이 유저가 기피하는 모드가 몇 가지 있다. 훌륭하긴 훌륭한데, 깔았다간 당장 프레임 압박이 뼛속까지 타고 흐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황야모드. 들판과 바다에 각종 ‘짐승’을 빼곡하게 넣어준다는 이 갸륵한 모드는 결과적으로 로딩부터 다운까지 짐승 개체 계산량을 농담 아니라 두 배에서 최고 여덟 배까지 늘렸고, 마지막에는 모로윈드 야외 총프레임의 거의 90%를 박멸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장난치냐?

 

* 이런 막장 계산법은 프레임 압박만 부르는 게 아니다. 같은 개체를 같은 위치에 불러도 이 데이터 따로 저 데이터 따로 제멋대로 불러대니 개체중복이 안 생길 수가 없다. 모드 깔고 지우고 했다가 크리퍼 두 마리 불러본 경험이 있는 횽아라면 이해가 빠를듯. 오블리비언에서는 이걸 막으려고 개체중복진단 계산을 로딩에 추가했........이것들 제정신인가??? 보통은 문제의 원인을 곧장 수정하는 게 정상 아님????

 

** 모로윈드 모드에서 심각한 시행착오를 겪어본 덕분인지, 아니면 플러그인 병합 기능이 아직도 완전하지 못한 탓인지, 오블리비언 모드는 그래도 개체수를 대책없이 늘려서 프레임 깎아먹는 게 별로 없다. 모드의 완성도로 치면 오블이 모로보단 훨씬 더 낫다.

 

 

 

 

 

마지막 일곱 번째 자유, 유저가 판단하는 스토리

 

모로윈드가 자유도로만 소문난 게임은 아니다. 자유도 못지않게 방대한 세계관, 치밀하게 계산된 퀘스트, 유려한 서사 구조로 지금까지 존경받는 겜이기도 하다.

 

근데 거 참 희한하단 말이지. 유독 한국(+일본)에서만 모로를 한다는 횽아들이 스토리를 두고 별로 하는 말이 없단 말이다. 언어패치가 없어서 그런 줄 알았더니 패치가 나와도 이러더라. 그 이유는, 내가 생각할 때에는 주입식 겜에 길들여져서, 혹은 대가리가 게을러서 그런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처음 시작하면 뻔히 ‘발모라에 가서 편지를 전하시오.’ 하고 말을 해주는데도 ‘아 ㅅㅂ 어딜 가도 발길 잡는 놈이 없네 이제 난 뭘 하란 말인가효’ 이렇게 물어볼 리가 없다. 겜해서 처음 물어보는 질문이라는 게 이따구니 스토리가 눈에 밟힐 리도 없지. ㅡㅡ; 그러고 보니 카페에서도 누가 모로윈드 스토리는 텍스트가 너무 적다고 당당하게 적어놨더구만. ㅋ 팬사이트에서.

 

하지만 행여라도 횽아들은 착각하지 마라. 모로윈드의 스토리는 절대로 간단하지도 않고, 건조하지도 않고, 빈약하지도 않다. 오히려 방대하고, 차라리 혼란스럽다. 단지 전달 방식으로 단순한 아나운스나 대화만 이용하는 게 아닐 뿐이다. 모로윈드에서는 횽이 주워드는 책 한 권, 사소하게 건네는 말 한 마디, 우연히 주워들은 소문 한 토막이 모두 횽을 이끄는 퀘스트의 시작이거나, 스토리를 알아먹기 위한 단서가 되거나, 써먹으면 피와 살이 되는 정보가 된다.

 

물론! 처음 시작한 상태에서 횽이 모로윈드의 텍스트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을 리는 없다. 단지 횽이 처음 알 수 있는 거라고는 이제 막 모로윈드의 바든펠 섬에 뚝 떨어져 사면받은 죄수라는 것뿐이다. 이어서 찌질한 교역촌에서 세금 뜯어먹던 군인의 심부름을 받으면 횽의 모험이 시작된다. 뽕쟁이로 위장한 제국의 첩보기사단 지국장한테 편지를 전해주면 횽은 지국장이 전해주는 말을 따라서 엉뚱하게 제국의 첩보기사로 뽑힌다.

 

유서깊은 황제 직속 첩보기사단 ‘블레이드!’ 오늘 출소한 죄수가! 이게 무슨 조화인지 며칠 지나서 주위 사람들(즉 기사단 상관들)한테 물어보면 대답이 꽤 재미있다. 어떤 님은 지금 횽이 모로윈드에서 갑자기 사면받아 신원이 불안하기 때문에 사면에 대한 후속조치로 기사로서 신분을 확고하게 보장해주는 거라고 한다. 반면 어떤 놈은 웬데 듣보잡인지 알도 못할 색뀌를 대뜸 사면했으니 제멋대로 텨다니지 못하게 첩보국 차원에서 감시를 붙인 거라고 한다.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에 횽을 블레이드로 발탁해야만 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물어보는 림하마다 돌아오는 대답이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무턱대고 한 사람이 하는 말만 주야장천 처들으면 이야기가 생뚱해진다. 반대로 모든 사람이 하는 말을 들으려니, 대답이 사람 대가리 수만큼 나온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모로윈드의 대부분 퀘스트가 이런 식이다. 언제나 맞는 대답이 없다. 똑같은 퀘스트를 똑같이 깨고 있는데, 부여하는 의미는 겜하는 횽마다 모두 다르다. 특히 퀘스트가 단순한 심부름을 해주는 차원을 넘어가서, 섬의 진실과 맞닥뜨리게 되면 더더욱 혼란스럽다. 난데없는 언데드의 습격, 승리의 기쁨도 앗아가는 무식한 시련,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난 섬 동쪽의 천년마법사, 제국에서 파견된 습격군 등 범상하지 못한 사건을 겪으면서 횽은 겨우 사면받은 이유를 알게 된다.

 

이 섬에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있었다. 침략자가 나타나 섬을 병들게 하고, 신화 시대의 임금이 부활하여 침략자를 섬에서 축출한다고, 꽤나 유치한 전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섬에 믿힌놈이 많아지는 등 불길한 사건이 벌어지고, 특히 주인공도 겪은 언데드의 습격이 빈발하자 섬에 영향을 미치는 각 정치권은 이 사태를 침략자의 창궐로 단정하고, 침략자가 누구인지 밝혀주고 또 이에 맞서 싸우기 위한 대항수단을 찾았다.

 

주인공은 그 중 중앙제국정부가 내세운 예언 속 영웅 지명자다. 중앙제국정부는 원래 전부터 모로윈드, 특히 바든펠 자치정부의 부패를 불신하고 있었다. 때마침 바든펠에 못된 사건이 잦아지는 판에 잘 됐다고, 바든펠 자치정부를 불신임하고 내친 김에 직할권도 좀 따내고 싶은 눈치였던 모양인데, 당연히 바든펠 자치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또한 평소에는 공명정대하여 권력에는 흘겨도 안 보던 걸로 소문난 바든펠의 활신 비벡이 공식으로 중앙제국정부의 개입을 반대했다. 물론 제정도 이만한 상황은 뻔히 알고 있어서 찾아냈다는 명분이 바로 섬의 예언이었다. 그리고 횽은 하필 제정의 빙고 게임에 걸려서 신화 시대에서 부활한 임금이 되러 바든펠에 도착한 것이다. 아놔!!!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횽이 사면을 받은 이유지, 그 날로 기사 직위까지 처받은 이유라고는 할 수 없다. 여기서 들어오는 소박한 질문 하나. 결국 기사 직위는 왜 받았지? .....ㅋ)

 

그런데 제정이 깜빡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예언이 뜻하는 진실의 무게였다. 하필 신화 시대의 임금이 부활한다는 말은 그 신화 속의 임금이란 넘이 정상적으로 늙어듸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문제는 그 ‘비정상적인 사인’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뭔가 탐탁치 못한 위인의 죽음. 거기서 식자들은 (그리고 현대의 ‘승리자’에게 원한이 좀 있는 사람들, 즉 살 곳을 잃은 원주민이나, 권력다툼에서 패배한 인두릴 권당이나......) 지금 바든펠에서 가장 영화로운 승리자에게 의심의 눈길을 돌렸다. 바로 활신 비벡. 더구나 비벡은 인간이었을 때에는 바로 그 신화 속 임금의 오른팔이었다고 하지 않은가?

 

결국 비벡은 신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섬의 결속을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찔려서 하여간 무슨 이유를 붙이든 임금의 부활 예언을 부정했고, 자기 교회 안에서 예언을 연구하거나 전파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차 없이 잡아가두었다. 비벡의 과민 반응은 다시 비벡 살인범 가설에 설득력을 더했고, 탄압에 대한 저항은 예언에 대한 신앙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비벡은 탄압을 강화했다. 악순환이었다. 하필 이럴 때 나 신화 되러 왔쎄요? 하면서 깝치고 쳐들어온 이방인. 싸움 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만, 결국 무슨 꼴이 났을지는 횽아들이 알아서 판단하시라 ㅋ 설상가상으로 주인공을 처음 바든펠에 발 붙이게 도와준 대뽕님이 제정에 생긴 권력다툼에서 가족을 피신시키기 위해 제국수도로 뛰어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분명히 가족과 함께 평화로운 귀향길에 올랐거나, 권력다툼에 한 자리 끼어들어 설레발치다가 조땐듯)

 

탄압을 받으면서도 열라게 침략자와 부활한 임금 예언을 조사하던 횽은 결국 이 예언을 처음 만들어낸 이계의 제사장 아주라와 대면하고, 아주라는 ‘네가 예언의 인물이 될 것이라’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을 상징하는 달과 별의 반지를 주는데, 이거 뉘앙스가 굉장히 아햏햏하다. 뭐가 다른지 감이 안 오는 횽아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제사장 림하는 네가 예언의 인물‘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예언의 인물‘이 되어라’ 이렇게 말한 거다. 이거 무슨 매트릭스 찍는 건가??? 아니면, 결국 예언은 저 좋을 때 써먹기 좋은 구라에 지나지 않았던가? 혹시 구라가 맞다면 그 예언에 휘둘려서 사람 처잡던 비벡은 지금 뭐가 된 거냐??? 아니면 사실은 예언은 진짜 맞는데, 다만 대대로 성공할 날만을 기다리며 끊임없이 화신을 양산하고 있었던 건가? 한 명의 성공, 그리고 백 명의 실패, 마치 그렌라간 1화처럼?? ㅅㅂ!!

 

이런 기묘한 의심은 예언이 진행될수록 깊어진다. 예언이란 건 원래 모르고 이루어야 맞는 거다. 예언을 듣고 있을 때에는 그게 뭐냐 싶은데, 다 지나가고 나면 아하 이거였서? 하고 감탄할 수 있어야 예언이다. 예루살렘 가는데 우연히 말이 없어서 당나귀를 대신 타고 갔더니 그게 구세주 맞더라는 어느 수염 지저분한 아저씨처럼 말이다. 근데 모로윈드 속의 횽아는 그 뭐냐. 예언이 아니라 무슨 임무개요 같다. 이제 원주민 사회를 하나로 규합한다. 실시! 바든펠에 있는 권당 중 세력이 강한 세 파벌을 중계한다. 실시! 그리고 추가로 적군에 대한 특정을 전달하겠으니 지시를 기다리도록. 써, 옛써!!!! 이게 과연 부활한 임금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가?

 

또 중요한 참고사항이 있다. 예언이 언급하는 신화의 내용이다. 옛날에 이 세상에서 두 초인이 반목하여 싸운 적이 있었다. 영원한 새벽의 초인, 그리고 흐르는 시간의 초인. 두 초인의 싸움은 용의 모습을 부리는 시간의 승리로 돌아갔고, 시간의 초인은 자신과 같이 싸운 일곱 동료와 함께 팔성이라 불리며 신으로 숭배받았다. (이것이 제국의 정식 국교인 구성교, 나인 디바인즈의 시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바든펠 섬에서 영원한 새벽의 초인 ‘로칸’의 심장이 발견되었다.

 

패배한 신의 옥체를 두고 바든펠에 살던 사람들은 의견이 나뉘었다. 막대한 힘이 깃든 초인의 유물을 인간을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한 동굴촌 인간(모로윈드 말로 드베머라고 한다. 이후 드베머의 발음이 와전되어 드워프라는 단어가 생겼다.)과 인간이 손댈 수 없는 위험한 것이니 봉인해야 한다고 주장한 하늘촌 인간(키머라고 한다)이 결국 심장의 제어권을 놓고 전쟁을 벌였다. 전쟁은 하늘촌의 의장이 (옛 키머 사회는 왕국이 아니라 촌락의 결속이었다. 고대 신라나 가야를 떠올리면 될듯하다. 이 의장이란 직책이 와전되어 ‘임금’이으로 변질되었다) 동굴촌의 제사장을 제압하고 그 손에서 로칸의 심장을 다듬던 망치와 손칼을 빼앗으며 끝났다. 먼저 로칸의 심장을 차지해 생명력을 강화하던 동굴촌 사람들은 로칸의 제어권을 갑자기 잃은 대가로 육체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저주를 받았다. (그래서 현대에 드워프-드베머가 한 명도 남지 않은 것이다) 하늘촌은 의장을 칭송했고,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늘촌은 틀렸다. 전쟁 중에 먼저 로칸의 심장을 차지했던 동굴촌이 어떻게 로칸의 심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을 목도한 하늘촌의 전쟁 영웅들이 입장을 바꾸어 로칸의 심장을 이번에는 하늘촌이 이용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 중 가장 온건했던 변절자가 비벡이다) 하늘촌 의장은 격분했지만, 의장과 의원의 대립은 별로 오래 가지는 않았다. 예언이 말하는 대로,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하여간 어느 날 의장이 덜컥 죽었다. 남은 의원은 의회를 장악해 로칸의 심장의 제어권을 찾기 시작했고, 마지막 남은 의장파 의원도 싸움에서 패배하여 바든펠 산의 골짜기에 산 채로 묻혔다. 그러나 이 마지막 의원은 끝내 살아남았고, 변절파 의원이 차례로 로칸의 심장을 이용해 살아있는 신으로 거듭나는 것을 숨어서 지켜본 후, 이어서 자신도 로칸의 심장과 접촉하여 신으로서 새로운 힘을 얻고, 복수할 때를 기다렸다고 한다. 한편 동굴촌 사람들이 육체가 사라지는 저주를 받았듯이, 의원들이 로칸의 심장을 두고 벌인 다툼은 결국 하늘촌 사람한테도 저주를 내리고 말았다. 깨끗한 모래색이던 피부가 검게 변하고, 눈알이 시뻘겋게 변한 것이다. 그래서 하늘촌 사람들은 자신들의 추해진 모습을 부끄럽게 여겨 자기들 이름도 하늘촌에서 검은촌으로(거믈촌 아니다) 고치고 말았다. (모로윈드 말로 검은촌 인간을 던머라고 한다. 이들이 바로 현대의 다크엘프다)

 

위에 적은 것은 횽아가 각종 서적을 통해서 종합할 수 있는 역사의 가장 일반적인 입장이다. 이 짤막한 사실 하나를 찾으려고 해도 각종 서적을 들춰야 하고, 대가리에 용을 써야 하며, 기껏 모아둔 저것도 진실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모로윈드를 직접 해보면 알 것이다. 또 어떤 반증이 얼마나 되는지.

 

엔딩까지는 적지 않겠다. 다만 엔딩까지는 더 많은 혼란과 더 많은 비밀, 더 많은 주장이 얽혀들고 있다는 사실만 적겠다. 모로윈드에서는 모든 스토리가 이렇다. 큼직한 사건 하나에 얽혀서 모든 사람 모든 짐승이 제멋대로 말하고, 지꼴리는 대로 짓한다. 메인퀘만이 아니다. 저 시시한 역사와 쓸데없는 예언 하나 두고 권당부터 교회 쫄따구까지 춤추고 설레발을 아니 하지 못해 안달이시다. 눈꼴이 시릴 정도다. 바든펠의 혼란을 이용해 제정이 (횽을 이용해) 간섭을 시도하자 이에 편승해 나도 한가닥 잡겠다고 벌어지는 길드 사이의 싸움은 차라리 헛웃음마저 나온다.

 

결국 아무도 횽에게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라고 정답을 주지 못한다. 그저 횽이 알아서 쌔울 일이다. 횽을 탄압하던, 혹은 예언 속의 횽을 죽였다던 비벡이 미운가? 그럼 죽이든가. 그런데 장담하건대 비벡과 대화는 일단 좀 해보고 죽이든 말든 해보길 바란다. 비벡도 할 말 있는 모양이니까.

 

이것이 최후의 자유다. 누구의 말을 선이라고 여길 것인가.

횽아가 세상을 심판할 차례가 왓따.

 

뭐 긴장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무엇을 하더라도 해피엔딩은 없을 것이고, 어떻게 되더라도 그렇게 나빠지지는 않을 테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적은 대로 읽으면 이런 결론도 나와야 한다. 아, 그러면 예언 속의 침략자도 이해를 하려고 들면 나쁜 놈은 아니겠네효? 그렇다. 침략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나쁜 놈은 절대 아니다. 그럼 협력도 할 수 있어야겠네효?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로윈드에서는 직접 협력할 수 없는 종류의 단체가, 혹은 적대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 몇 군데 있어서 보석 같은 스토리에 흠집을 약간 냈다. 대신 불만이 똑같은 선발 유저가 유용한 파벌(팩션) 플러그인을 많이 만들었으며, 이 파벌 플러그인으로 원본 모로윈드에서 아쉬웠던 판단의 자유를 훌륭하게 때울 수가 있다. 베세스다도 직접 파벌 플러그인을 만들어 공식 발표했으니, 여섯 번째 권당에 관심 많은 횽아는 반드시 참고하도록.

 

 

 

 

사족 : 알면 편하다. 혹은 알아야 되는데 똑바로 가르쳐 주는 횽아가 없다

 

권당 : 원어로 Hause. 가문을 뜻하는 House가 아니다. 권당이란 바든펠의 독특한 정치구조인데, 간단히 한국의 정당을 떠올리면 쉽겠다. 어떤 이념, 혹은 정치 패러다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집단이다. 정당과 권당이 다른 점은 정당은 자체 통치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인정받은 범위만큼만 제한된 조건 아래 발언권을 행사할 (입장표명 혹은 국회의원 선발) 수 있는 반면 모로윈드의 권당은 사회의 공인 아래 일정 영토를 점령하고 영토 안에서 정당한 통치 권리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모로윈드의 권당은 일반적으로 인두릴, 드레스, 랄루, 레도랜, 텔반니 다섯 파벌이 있다고 한다. 특히 제정의 지원을 받는 랄루, 활신 교회의 지원을 받는 레도랜, 자유로운 규율 덕분에 강한 마법사를 많이 보유한 텔반니, 이 세 권당은 세력이 아주 강하여 대권당Great Hause이라고 부른다. 옛날 하늘촌 의장이 다스리던 인두릴 권당과 인두릴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던 드레스 권당은 중세 시대 랄루 권당과 알력을 빚다가 처맞아 지금은 찌질해졌다. (오블에서 드레스 권당이 새로 뜨기 시작한 모로윈드 총독정부와 손잡았다는 소문이 나온다)

 

먼지부족 : 원어로 Ashlanders. 옛날부터 모로윈드의 전통 풍습을 지키며 고집스럽게 사는 원주민이다. 같은 모로윈드 토박이지만 먼지부족은 활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옛적 하늘촌의 사회를 이상 사회로 생각하고, 하늘촌의 의장을 신격화한다. 겜속에서 횽한테 예언에 대한 정보를 가장 상세하게 가르쳐주는 사회이며, 가장 힘들 때 횽한테 근거지가 되어주는 사람들이다.

 

하늘촌의 의장 : 원어로는 High Councilor. 이름은 네레바르 인두릴Nerevar Indoril이다. 예언에 따라 네레바르가 부활하면 이를 일러 네레바린Nerevarine이라고 부른다 한다.

 

모로윈드의 정치 세력 구분 : 정확히는 모로윈드가 속한 대륙 ‘탐리엘’의 정치 구분이라고 보는 편이 옳겠다. 스토리 보면 대번에 눈치 까겠지만 탐리엘에는 중앙집권식 권력이 별로 없다. 굳이 꼽으라면 암흑 형제단 내부 질서 정도랄까? 황제가 제국의 강력한 구심점이 되지만 그건 정치적인 수완이나 권력보다는 종교적 상징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황제의 종교성에 대해서는 1편 어리너와 4편 오블에 언급된다) 더불어 모로의 현대에서는 황제라는 자리보다도 현 황제 유리엘 셉팀 7세의 개인사와 성격에서 나오는 카리스마가 더 제국의 결속에 영향을 크게 미치니....... 사실상 제국정부는 제국직속령 씨로딜 말고는 명령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현대 모로윈드에서 영향력을 떨치는 세력은 바로 활신교. 바든펠의 비벡, 본토 남부의 암말렉시아, 본토 북서부의 소르사 실을 각자 신으로 떠받드는 교회가 제일 세력이 세고, 다음으로는 탐리엘 황제의 위임을 받아서 모로윈드에 들어온 총독(원어가 King이지만, 역할이 임금이 아니다)을 중심으로 짜인 총독정부다. 이들은 탐리엘의 임명을 받아 들어오지만 내부 행동이나 방침은 철저하게 지죳때로 나가는 사실상 독립세력이다. 총독정부와 활신교회는 모로윈드의 완전한 정치 주도권을 놓고 알력을 빚고 있으며, 각자 계산에 따라 모로윈드의 권당과 손을 잡거나, 반목하기도 한다. 사족으로 제국수도의 중앙제국정부는 원로원을 중심으로 나가는 로마식 제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100% 동일하지는 않아도 많이 비슷하다)

 

이계의 제사장 : 이계를 원어로는 Oblivion이라고 한다. 단어의 원래 뜻이 좀 음침한데, 이는 탐리엘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이계가 파괴장 메룬스 다곤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엘더에 나오는 이계의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는 불지옥이고, 당연히 이계에 불지옥만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이계의 주민을 원어로 Daedra라고 하는데, 단어의 뜻은 애드라Aedra(우리들, 혹은 조상님)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드라 중에서 각자 이유가 있어서 대빵으로 추대된 사람을 제사장Councilor Lord, 혹은 제주Prince라고 한다. 아주라는 탐리엘에서 확인된 대드라의 열여섯 제사장 중 한 명이며, 말 많고 탈 많은 다른 제사장과 달리 무지 아름답고(.......모로에서 아주라를 목도한 횽아들은 날 좀 따라해보자. 웩!) 너그럽다고 한다. 별칭은 ‘달과 별의 여신’이다.

 

활신교 : 원어로는 Cult of Tribunal. 로칸의 심장을 사용하여 살아있는 신, 즉 활신Tribunal이 된 세 명의 영웅을 떠받드는 종교이다. 바든펠의 비벡은 셋 중 가장 머리가 좋고, 가슴이 따뜻한 신으로 알려졌다. 모로윈드 남부 몬홀드의 암말렉시아는 무기와 마법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신이라고 하며, 북서부 클락타워에 틀어박혀 외부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소르사 실은 가장 박식하며, 가장 놀라운 학구열을 자랑한다고 한다.

 

활신교가 모로윈드에서 유행하는 이유는 뻔하다. 아티팩트와 의식이 있어야 접촉이 가능한 대드라나, 아예 자신의 존재를 이적으로 선언하지 않는 구성교의 아홉 신과 달리 현세에서 신의 존재가 확인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상징은 노란 삼각형인데, 비벡은 제국을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흐르는 시간의 초인 아카투시의 화신인 용을 새겼고, 암말렉시아는 자기가 베푸는 은혜를 의미하는 손을 새겼다.

 

이적사제단 : 원어로는 Dissent Priest.......였다고 기억한다 (장담 못하겠다. 젭라 태클을 다오) 활신교회에서 네레바린 예언을 연구하던 사람들은 비벡의 탄압을 피해 바든펠의 동쪽, 아주라 유적 근처까지 도망했다. 그곳에서 모인 옛 사제들은 이제는 네레바린 예언을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옛날 하늘촌의 신앙 체계를 참고해 대드라 중 선한 이(아주라, 메리디아, 클라비쿠스 바일...... 그리고 도박 좀 해서 믿힌 신 셔고라스??? ㅋ)에 대한 인간의 입장도 다시 정리하자고 신중하게, 하지만 또박또박 주장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엔딩 후에 비벡은 이적사제단의 주장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하지만, 아무래도 이적사제 쪽에서는 탄압에 응어리가 맺힌 건지 아니면 비벡을 더 이상 인정할 수가 없는 건지 별로 화해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물론 비벡만 빼고 교회의 성직자들도 이적사제단이라면 끝내 이를 갈더라)

 

 

 

 

 

 

 

쥬브 : Jiub. 모로윈드를 처음 시작하면 모니터에 건방지게 면상을 들이대 횽 심장을 공격하는 못된 놈이다. 이러니까 감빵에 갔지 ㅋ 하여간 같이 사면받아 나올 처지였는데, 정작 겜속에서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실그라드라도 넘어갔나? 결국 모로윈드 유저 횽아들이 쥬브를 잊지 못해서 동료 모드로 넣기도 하고, 대거폴에 등장하는 마녀 흑여왕의 쫄따구가 되었다고 이야기를 꾸미기도 했는데......... 진실은 오블리비언에 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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