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목장이야기

f_king 작성일 07.12.26 21: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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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츄왕 납신다.

횽아들 쩔어라.

무한 태클환영.

 

 

 

행복을 키우는 RPG, 목장이야기

 

 

 

 

 

RPG의 패러다임에 도전한 걸작

 

특정 주제에 대해서 생각할 때 백만 횽아가 백만 번 생각해서 나오는 공통점, 말하자면 생각을 할 때 반드시 거치게 되는 어떤 인식의 굳어진 틀을 두고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사회 안의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는 건 아니므로 상식과는 다르다) 이를테면, 식사에 대해 생각할 때 국물을 포크로 떠먹으면 조땐다는 것부터, 민주주의를 실현할 때 검증을 통해 찾은 가장 효율적인 제도는 선거라는 사실까지.

 

그럼, RPG를 할 때 횽아들이 갖추는 패러다임은 어떤 형태일까? 혹 이렇지는 않을라나. 주인공은 몸빵짱이고(무기가 뭐건 일단은 방어력을 어느 수준 이상 갖추고 등장한다. 악튜러스의 시즈 플레어를 떠올려보라) 초자연적 인력(마법, 초능력, 승려의 진동권, 수호자의 거울방패, 전사의 죽격, 엉클 샘 피셔의 오리걸음, 하여간 보편타당한 인간은 훈련해도 흉내낼 수 없는 능력이면 뭐든지)이 있고 스토리를 보니 끝판대장은 무슨 일인지 세상을(정확히는 인류 문명을) 작살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 전반에 흐르는 폭력과 대립이라는 구도.

 

그런데 RPG라는 갈래는 정말 이런 게임인가? 역할놀이라는 단어의 뜻은 정말로 ‘장래 신변에 대비하여 정신줄 놓은 듯이 맷집을 키우고(말하고 보니까 딱 예를 잘 들었네. 시즈 플레어 ㅋㅋㅋㅋ), 자라서는 초자연적인 인력을 동원하여 인류 문명을 박살내려는(멸망이 아니다. 절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갈을 시켜보겠다는 마왕은 나오지 않는다. 열이면 열 충격과 공포 전술로 속전속결을 내려고 작정을 했다) 마왕과 시속100킬로미터짜리 맛사지를 주고받는 흉내를 내는 놀이’ 이건가?

 

요새까지 나온 RPG가 다 그 모양이 아니냐 하고 말하는 횽아가 지금쯤 분명히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도 본 잡담의 주인공 되시는 목장이야기를 소개하겠다. 목장이야기는 (내 기억이 맞다면) SFC로 처음 나왔고, 겜보이, 겜보이 어드밴스 혹은 그 외 닌텐도 콘솔로 주로 발매됐다. 최근 NDS로 동물의 숲이 나온 모양이지만 내가 안 해봐서 겜갈래도 정확히는 모르겠거니와 하여간 후발주자이므로 목장이야기가 버로우탈 이유는 없을 거다. 제작사는 GB까지는 나츠메라고 나왔는데, 어째 GBA로 나온 걸 보니까 빅터라는 이름이 나오더라. 이름이 바뀐 건가, 아니면 나츠메가 망한 건가? 망했다면 아쉽다. 마음에 드는 회사였다.

 

목장이야기는 말 그대로 목장 이야기다. 씰바색히 펀플하느냐고 횽아들이 울대울릴 듯하사 얼른 변명하겠다. 주인공은 이제 막 독립하여 시골마을 옆에 있는 폐목장에 새로 이사온 청년처녀다. 횽아들은 이 씩씩한 청년처녀가 되어 앞으로 살게 될 폐목장을 볼품 좀 나는 목장으로 가꾼다. 겜제목은 ‘목장 이야기’지만 맨 처음에는 주로 채집이야기, 농장이야기 등으로 겜 인상이 바뀔 공산이 약간 있다.

 

밭에 괭질하고, 돌바우는 망치로 쓰다듬고, 부러진 나무는 도끼로 썰어 목재로 쓴다. 잡초 뽑은 자리에 감자나 밀을 심어 물뿌리고 거둔다. 초반딱지 떼고(주로 1년째 가을부터)누적수입이 한 3~7만원쯤 되면(지갑에 아마 1만~3만쯤 있을듯) 드디어 겜제목에 걸맞게 소나 닭을 사서 치기 시작한다. 생긴 건 닭이 더 만만한데, 해보면 목초가 옥수수보다 안정적으로 들어오니 아무래도 소가 초보횽아한테 더 만만하다. (물론 능력 되면 아무거나 몇 마리든 길러라 ㅋ 난 소가 치기 쉽다고 했지 소를 치라고는 한 마디도 안 했다)

 

특이한 점은 이게 철저한 RPG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키운다’ ‘친다’ 하는 것만 두고 말하면 목장이야기 앞뒤로도 수작걸작 아주 봇물터지게 나왔다. 내가 해본 것만 존내 옛날 걸로 심라이프 심팜 이런 게 있었고 최근.....은 아니지만 ㅋ 비바피냐타도 있다.(엑박이 없어서 피냐타가 최근건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갈래가 시뮬로서 겜 밖에 있는 제 3의 관리자의 입장에서 일종의 ‘기적’을 행사하여 겜을 풀어나간다.

 

반대로 목장이야기는 주인공이라는 한 사람을 내세워, 밭에 물 주러 가도 주인공의 발로 직접 걸어서, 주인공의 손으로 직접 물을 떠서, 주인공의 손으로 직접 물을 주도록 한다. 목초를 하루에 너무 많이 거두면 진이 빠져 쓰러지고, 낚시해서 생선을 낚았는데 노을이 뉘엿뉘엿 지고 있으면 그 자리서 생선을 삼키고 저녁 삼는다. 게임을 하는 횽은 횽의 인격으로 목장을 꾸리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라는 아바타를 통해서 겜 속의 세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근데 말하고 나니까 좀 이상하네 이거? 생선을 그 자리서 먹어? ㅆㅂ 무슨 골룸인가?

 

위대한 용사도 없고, 인류의 존망이 걸린 무서운 전쟁도 없다. 그냥 1년 쌔빠지게 소 길러서 송아지 한 마리 나오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게 횽아들이 분출하는 나트륨의 전부다. 아침이면 괭이 메고 집을 나서며, 점심이 되면 마굿간에서 말갈기를 솔로 쓸어주고, 오후에는 강아지와 뛰논다. 이게 목장이야기의 중심 구조, 알파 투 오메가다.

 

자, 어떤가. 탄식이 나올 만큼 시시하지 않은가.

그리고 감탄이 나올 만큼 신선하지 않은가.

 

행복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ㅎㅎㅎㅎ

 

 

 

 

 

사족 1

 

비평 쓸 것도 아니고 특정 겜요소를 분석 정리할 생각은 쪼껨도 없으나, 이것만은 말해야겠다. 바로 라이트와 마니악을 넘나드는 겜성의 두 면상이다. 요걸 빼놓으면 이야기가 안 된다. 무슨 소리냐, 목장을 그냥 꾸리는 것만이 아니라 ‘곁다리로’ 혹은 ‘하는 김에 좀 더 잘 하기 위해’ 도전할 만한 요소가 많다는 소리다. 잽스겜에 빠질 수 없는 미니겜은 그 쪽 나라 취향이니 빼버린다 쳐도 그 밖에 마을 사람과 친해지면 선물을 받고, 이성 인물과 사이가 좋아지면 결혼도 하고, 밥 지어먹고, 굴 파고, 도구 레벨업하고, 요정나라에 들어가고, 집 불리고, 약 연구하는 등 ‘하면 괜찮은’ 일이 한둘이 아니다.

 

이러니까 목장이야기를 하는 횽아라도 겜하는 취향에 따라서는 행태가 완전히 극과 극을 가른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다양하다. 하루에 딱 겜시간 사흘만 보내면서, 정말 소박하게 오이에 물 한 번 주고 강아지 산책 한 번 시켜주고 겜땡 하는 극라이트 횽아도 있고, 우유빼고양털깎고나와서닭모이주고달걀부화시키며나무찍고바위깨고낚시하고들꽃따고창고짓고부엌들이고애인챙기고교회가서고해하고결혼하고요정나라조수뽑고굴에가서광산털고보석캐는동안에 실제시간으로 사흘이 홀딱 날아갔다는 극마니악 횽아도 봤다. 목장만 꾸려도 되지만, 목장도 꾸리면 더 깊이, 더 오래 즐길 수 있다는 표현을 쓰면 적절할까.

 

이렇게까지 라이트 취향에 마니악 취향을 뒤섞은 겜은 살다살다 첨봤고, 아직도 양면성을 기준해선 달리 못 봤다. 자타공인 버라이어티겜 심즈도 이만큼은 아니었다. 이리하여 목장이야기가 라이트 유저를 마구잡이로 거둬가서는 초마니악으로 물들이는 물귀신겜으로 악명도 쪼껨 날린다.

 

 

 

사족 2

 

레벨이 없으므로 목장이야기를 RPG라 말할 수 없다는 병스러운 태클이 혹 있을까 싶어 설레발 세 마디만 하겠다. 첫째, 목장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성장은 주인공의 수치화한 능력이 아니라 겜을 하고 있는 횽아의 경영 능력 혹은 잔대가리의 으끄레이드다. 그러므로 목장이야기에서도 숫자로 명확히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겜하는 횽아의 머릿속에 레벨이 엄존한다고 봐야 한다.

 

둘째,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성장 과정을 보고 싶다면 GBA판 이후 작품을 하면 어떨까. 횽아가 줏어먹은 힘나무 열매 숫자와 써먹은 도구의 으끄레이드 정도가 한눈에 보인다. 이 정도면 레벨이라고 봐도 되겠지?

 

그리고 셋째. RPG는 역할놀이지 레벨놀이가 아니다. 레벨 개념은 어디까지나 가상인격의 특징과 (폭력의) 기량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던 TRPG시절에 가상인격의 능력을 객관화, 규율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임시방편일 뿐이다. (특히 직업의 전문성이 겜하는 횽아의 전문이력과 일치하지 못하는 공백을 억지로 메우기 위한 ‘클래스 레벨’ 개념과 ‘컨트롤’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에 회피상황을 예상하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민첩성 능력치’ 개념) RPG 하면 만렙부터 떠올리는 버릇은 제발 이제 좀 고치자.

 

 

 

사족 3

 

크레이지 택시 리뷰보단 내가 봐도 이게 더 상세하다. 근데 택시 리뷰는 리뷰고 이건 왜 잡담이냐? 그건 택시는 미쳤다는 것만 적고 나면 더 안 적어도 되기 때문에 리뷰라고 한 거다. 오히려 택시의 가장 훌륭한 요소인 미쳤다는 걸 내가 얼마나 공들여 적었냐 ㅋㅋㅋㅋ 반면 목장이야기는 아직도 할 말이 많다. 영향력이 강한 겜이 아니라 외적요소도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으며 여기 적은 거 말고도 중요한 요소가 많다. 근데 적기가 귀찮다 ㅋ 아무리 글자가 쓸데없이 많아도 해야 하는 말이 없으면 그게 리뷰냐? 캐잡담이지.

 

아, 여기 리뷰겟인 거 안 보이냐고?

 

 

 

 

 

 

 

 

 

 

 

 

ㅆㅂ 알게뭐람 리뷰 똑바로 쓰긴 귀찮은데 하고 싶은 말은 있고 나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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