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안타까움...안도...’ 8일 방송된 SBS `긴급출동 SOS 24`를 본 시청자들이 털어놓은 감정들이다
. 이날 방송은 열 살 아이의 충격적인 폭력 장면으로 시작됐다.
지방의 한 공부방에서 공부하던 김상준(10, 가명)이라는 아이는 화가 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난동을 부렸다.
주먹과 발로 공부방 교사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책상을 뒤집어엎는데다 주위 물건을 마구 집어던졌다. 말리면 아이가 더 흥분한다는 걸 알고 있는 교사들은 망연자실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함께 공부하던 아이들은 겁에 질려 다른 방으로 피해있었다. 상준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흥분해 아이들이 피신해 있던 공부방에 들어가기 위해 책상으로 문을 부수려 했다. 교사들이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상준이가 더욱 흥분해 상황이 악화되자 교사들은 보호자인 할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할머니가 곧 올거라는 소식에 상준이는 믿을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내가 죽어야지 할머니가 고생을 안하지...”
그 후 도로 한 가운데로 나가 “내가 죽어야 돼”라는 말을 반복하며 울부짖었다. 할머니가 왔지만 상준이는 “할머니도 나 키우기 싫다며...키우기 싫다는데 왜 키워”라며 소리쳤다. 열살 아이는 그렇게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상황이 겨우 정리된 후 취재진은 상준이 집을 찾았다. 상준이는 공부방에서 보인 난동을 부린 아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수줍음이 많고 조용했다. 상준이가 취재진에 밝힌 난동 이유는 단순히 한자 공부가 하기 싫어서였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취재 결과 상준이가 다섯 살 때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는 집을 나간 후 아들에 무관심한 채 지내고 있었다. 여기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과 폭력으로 상준이에게 쉽게 잊혀지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애정결핍이 어린 아이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분노를 안겨준 것이다.
제작진은 상준이의 아버지를 만나 아들의 소식을 전했다. 그는 아들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그런 아이들끼리의 싸움으로 인식하고 무관심하게 제작진을 대했다. 그런 아버지가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아들의 난동 장면을 담은 영상을 보고 난 후였다. 한참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그는 아들의 모습에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상준이의 심각성을 깨달은 아버지는 “진짜 상황이 이런 줄 몰랐다”며 “도와달라”고 제작진에 호소했다. 그는 자신이 먼저 술을 끊겠다고 결심했고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아들을 설득했다.
가족 치료가 시작되면서 상준이의 또 다른 상처가 드러났다. 아이는 5년 전 죽은 엄마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았다. 아버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내의 죽음 이후 그는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가족들은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던 것이다.
본격적인 상담 치료가 시작되면서 상준이 가족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아버지는 술을 자제하려고 노력했고 아들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상준이를 진단한 의사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상준이가 다시 공부방을 찾은 날, 상준이는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웃고 장난치는 평범한 아이로 돌아가고 있었다.
초반 난동 장면에 충격적인 반응을 보였던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상준이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길 밝혔다.
한 네티즌(djsgm123)은 "처음엔 아이가 왜 저럴까 했는데 속내를 알아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끝까지 치료를 잘해 밝은 아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이디가 ‘bloodapril’인 네티즌은 “아이의 행동은 상황이 만든 것이다”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많은 시청자들이 상준이에게 주변의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시청자들은 소외된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작 의도는 좋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장면이 많았다며 신중한 편집을 당부하기도 했다. [TV리포트 조헌수 기자]pillarcs3@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