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한국이름 졸업장

맹츄 작성일 05.11.27 17: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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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한국 사람으로 새로 태어난 것 같아요"

지난 25일 전북 김제 원평초등학교에서는 졸업한지 60년이 훌쩍지난 70-80대의 노인 16명이 졸업장을 다시 받는 이색 졸업식이 열렸다.

이들은 1941-1945년 일제의 강요로 창씨개명을 한 뒤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일본 이름의 졸업장을 받은 노인들.

당시 일본 이름으로 졸업한 학생은 300명이 넘었으며, 아직도 이학교 졸업대장에는 일본식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다.

죄인 아닌 죄인이 돼 장롱 깊숙한 곳에 졸업장을 숨겨놓고 살아왔던 이들이 우리 이름으로 된 졸업장을 다시 받게 된 것은 이 학교 한일랑(61) 교장의 노력 때문이다.

한 교장은 지난 8월 졸업대장을 우연히 살펴보다 일본 이름들을 발견하고 `일제 잔재청산´의 일환으로 이들에게 새로운 졸업장을 전달해야 겠다는 마음을 갖고 4개월여 동안 졸업생 찾기에 나섰다.

한교장은 시청과 면사무소 등에 남아있는 서류와 마을 주민들을 통해 알아본 결과 연락이 닿은 졸업생은 모두 20여명에 불과했으며 대부분 75-80세의 고령이다 보니 '한'을 풀지 못한 채 이미 세상을 뜬 뒤였다.

한 교장은 이날 학교 강당에서 열린 학예발표회에 맞춰 이들을 초청, 한국 이름으로 된 졸업장을 수여하고 위로했다.

1945년 `도이사야마 기붕´이라는 일본 이름으로 졸업한 송기문(77) 할아버지는 "그동안 누가 볼까 부끄러워 졸업장 한번 제대로 꺼내보지 못했는데 이제야 한을 풀게 됐다"며 "너무 감격스럽고 고맙다"고 기뻐했다.

한 교장은 "학교 내에 일제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두고볼수 없어 민족정기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한국 이름의 새 졸업장을 수여하게 됐다"며 "졸업생이 이미 고인이 된 경우에도 유가족이 원하면 새 졸업장을 주고, 졸업대장도 한국이름으로 손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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