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동네 사람인데 그거면 됐지”…500원에 구두 닦는 오 할아버지

맹츄 작성일 05.12.12 15: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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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피플] ○…가까운 편의점에서 과자 한 봉지나 생수 한 병을 사는 것도 모자랄 것 같은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구두를 닦을 수 있다면 어떨까.

부산 서구 서대신동 서대신시장에서 48년째 구두를 닦고 있는 오학수(66·서구 서대신동)씨는 구두 한켤레를 닦아주는 대가로 단돈 500원만 받는다.

10여년 전 구두 한 켤레 닦는데 300원을 받다 500원으로 가격을 올린 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값을 더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 오씨의 구둣방 앞은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하루에 100∼150켤레가량의 구두가 오씨의 손을 통해 500원의 값에 반짝반짝 닦여 나간다.

지난 9일 오후 2시 오씨의 구둣방 앞.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너명의 손님들이 찾아와 구두의 재탄생을 기다리며 손을 비비고 있었다.

시커먼 구두약으로 얼룩진 오씨의 거친 손도 구두 이곳저곳을 문지르며 노련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새시로 만든 지붕도,콘크리트 벽도 없이 큰 길가 노상에 자리한 탓에 오씨의 손은 추위로 발갛게 변한 모습.

"난 여기 대신동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이오. 초등학교도 여기서 나왔고 18세 때부터 구두닦이로 나섰으니 벌써 48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요."

힘 들여 구두 닦아주고 500원만 받는 이유가 뭔지 물어보았다.

"내 손님 모두가 이 동네 사람들인데 내가 그저 구두 한 켤레 닦아주고 얼마를 받아야 되나요? 500원이면 충분하다고 봐요. 다들 살기 힘들잖아요."

아직 몸도 건강한 데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돈도 벌고 손님들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는 걸 다행스럽게 여긴다는 오씨의 '500원 철학'이다.

그러나 정작 오씨는 19세 때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치면서 걸음걸이가 편치 못하다.

간선도로 옆 인도에는 구둣방을 지을 수 없다는 구청의 방침과 지저분해서 싫다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여느 구둣방처럼 새시 가게를 차릴 수 없어 시장 입구에 위치한 자동판매기 앞에 겨우 구둣방을 열고 있는 형편이다.

가끔씩은 다른 구둣방 사람들이 오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찾아와서는 "왜 500원만 받느냐,우리처럼 2천원으로 가격을 올려 받아라"며 볼멘 소리를 하고 돌아갈 때는 마음 또한 편치 않단다.

그래도 오씨네 구둣방에서 구두를 닦는 가격은 변할 줄을 모른다.

"사진은 찍지 말아요. 나야 내 생각이 그러니까 500원만 받고도 만족하며 일하고 있지만 다른 구두 닦는 사람들이 알아 봐,속상할 수도 있잖아요."

끝까지 인터뷰 사진촬영은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며 멀리 도망까지 가는 오씨. 오씨의 소박한 '500원 철학'이 새삼 올 겨울 맹추위 속에서도 따스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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