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전주시 노송동 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12시께 3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동사무소 지하주차장 옆 화단에 현금과 돼지저금통이 들어있는 쇼핑백이 있으니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고 찾아가 보니 쇼핑백 안에는 현금 1천만원과 1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 45만5천180원이 들어 있는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쇼핑백에는 또 `올해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렸습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에게 전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메모지도 함께 넣어져 있었다.
이 독지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노2동 사무소에 선행을 베풀어왔으나 올해는 행정동(洞) 통폐합으로 중노2동이 노송동으로 통합됨에 따라 노송동 사무소에 선행을 베풀었다.
작년 이맘때에도 이 독지가는 중노2동 사무소에 현금 500만원과 동전 44만8천350원이 든 쇼핑백을 놓고 가는 등 지난 2000년부터 6년째 `얼굴없는 천사'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독지가가 지금까지 낸 성금은 모두 2천520만9천720원에 달한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이 6년째 이어지고 있으나 신원을 알 수 없어 지금까지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다"며 "천사의 선행이 이번 폭설로 실의에 빠져 있는 전주시민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줘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청 주변에서는 얼굴없는 천사의 정체에 대해 추측이 난무하다.
지금까지 시민들 사이에 오간 얘기를 종합해 보면 신원을 밝히기 곤란한 `과거 조직폭력배'나 `선미촌 포주설', `일반 사업가'로 모아지고 있다.
과거 조직폭력에 몸담았던 사람이 어른이 돼 한때의 잘못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매년 선행을 베풀었을 것이라는 `조직폭력배설' 얘기부터 인근 선미촌에서 직업여성을 고용해 영업을 해온 사람이 불우이웃돕기를 통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으려는 `포주설'까지 나오고 있다.
또 신앙심이 깊은 성공한 사업가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 해마다 불우이웃돕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일반 사업가설' 등이 있는데 시민들은 이 같은 말쟁이들의 추측과 상관없이 그를 `전주의 얼굴없는 천사'로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