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호주갑부 알고보니 ‘산타’

맹츄 작성일 06.01.01 12:06:32
댓글 0조회 403추천 1
지난 26일 호주화 70억불(약 5조6천억원)의 개인재산을 남기고 신부전으로 사망한 호주 최대의 미디어 재벌이자 최고의 갑부인 케리 패커(68) 씨가 그의 행적을 둘러산 일부 엇갈린 평가 속에 20년 넘게 은밀히 수백명의 생명을 살리는데 큰 기여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디어 가문의 3대손으로 TV방송국과 각종 잡지뿐 아니라 부동산, 플라스틱, 화학제품, 목축업 등 다방면에 걸친 투자로 지난 회계연도에 하루 1백만불 이상의 수익을 올린 패커 씨는 거액의 베팅도 불사하는 도박벽과 터프하고 냉정한 기업경영, 그리고 때로는 구제 불능의 강압적인 봉건군주 같은 스타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그룹을 위해 일해온 장기근속자 등 직원들에게 해마다 성탄절이면 푸짐한 선물 보따리를 돌리는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것은 물론, 그의 그룹과 관계가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도 값진 선물을 선사하는 산타 역할을 해왔다는 것.

시드니의 한 식당 주인인 조 데이비드 씨는 2년 6개월 전에 15개월 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그의 아이스박스를 받았다. 이 박스가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을 때 당시 26세였던 데이비드 씨는 약혼한 상태였고 아들을 두고 있었다. 이 박스에 담겨 있었던 것이 지금도 그의 가슴 속에서 힘차게 박동하고 있다.

시드니에서 심장이나 폐의 이식 수술을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그 절실한 장기를 받기 위해 패커 씨와 세인트 빈센트 병원에 의존해 왔는데 패커 씨의 개인 제트기 중 한대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장기가 나오는 대로 즉시 공수해올 수 있도록 거의 22년 동안 상시 대기상태에 있었다.

심장이식수술 후 데이비드 씨는 약혼녀와 결혼하여 두 아들을 더 낳았다. 그는 "패커 씨가 아니었더라면 장기이식을 받지 못했을 것이며 어느 누구도 장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후회되는 것은 직접 그를 만나 감사를 표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씨가 받은 박스에는 당시 55세였던 3자녀의 아버지 이안 스미스 씨를 위한 한 쌍의 폐도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은 지금 매우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데이비드 씨는 "우리는 같은 사람의 심장과 폐를 나눠 쓰고 있어 마치 피를 나눈 형제와 같다"고 전했다.

장기의 긴급공수에 사용돼온 그의 팔콘 200 제트기는 1998년 캔버라의 럭비선수 리키 스튜어트가 바이러스성 뇌염으로 쓰러졌을 때 시드니로 이송하는 데 사용됐으며 그해 패커 씨 자신은 심장수술을 받기 위해 그의 DC-8 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갔었다.

이 DC-8기에는 구급요원으로 1977년 시드니 그랜빌의 열차 탈선 참사 현장에 달려가고 1997년 트레드보 산사태 때 흙더미 속의 생존자 스튜어트 다이버 씨의 손을 잡았으며 지난해 아시아 지진해일 후 스리랑카로 파견됐던 폴 페더스톤 씨도 타고 있었다.

지난 15년 동안 패커 씨를 이따금씩 돌보면서 절친한 친구로 지내온 페더스톤 씨는 "그는 자신이 운이 좋아서 그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종종 언급해 왔으며 그런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안쓰러움을 느끼고 있었다"면서 "그는 분명히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살폈다"고 말했다.

페더스톤 씨는 이어 "사람들은 그의 도박에 대해 얘기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베푼 것 때문에 오늘도 살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제휴사/호주온라인뉴스(www.hojuonline.net)
맹츄의 최근 게시물

좋은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