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체온은 37.5도…사람보다 1도 높습니다

맹츄 작성일 06.01.06 09: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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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도우미견 뇌성마비 쌍둥이 남매 그들이 마음을 열었습니다

# “산이랑 노는 게 너무 좋아요”

“산이가 너무 귀여워요. 그래서 산이 보러 올 때는 혼자 ‘아싸’라고 말해요.”(성현)

경기 용인시 포곡면 전대리 삼성SDI도우미견센터의 강의실. 흰 푸들 한 마리와 두 아이가 작은 공을 가지고 정답게 놀고 있다. 공놀이에 푹 빠져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강성현(7·여), 성주(7)는 뇌성마비 증세가 있는 이란성 쌍둥이 남매. 두 아이는 지난달 8일부터 이곳에서 도우미견을 이용한 치료를 받고 있다. 남매의 치료를 도와줄 흰 푸들 ‘산’은 5년9개월 된 수컷으로 2002년부터 약 400회나 활동했다.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

도우미견을 이용한 환자 치료는 선진국에서 이미 1900년대 초반부터 널리 활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실정이다. 1995년 이리보육원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2003년 삼성SDI도우미견센터가 문을 열며 본격화하고 있다.

치료도우미견으로는 크기나 품종에 관계없이 건강하고, 사람을 보고 짖거나 물지 않는 개가 적합하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개는 모두 아홉 마리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치료도우미견 전문가 프로그램을 이수한 이주연(30·여) 주임은 “치료도우미견은 자폐아나 치매환자 등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며 “환자와의 친밀한 관계 형성을 통해 정신적이나 육체적 자극을 줌으로써 치료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날 치료는 두 아이가 반듯한 자세로 앉아 산에게 공을 던져주는 공놀이. 먼저, 성현이가 바른 자세를 잡은 뒤 힘겹게 공을 던지면 가만히 제자리에 앉아 있던 산은 기다렸다는 듯 달려가 공을 물어서 성현이에게 돌아온다. 단순 동작이지만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노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

남매의 치료에 함께하고 있는 이지영(30·여·물리치료사)씨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우 팔과 다리를 따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치료도우미견과 공놀이를 하면서 팔다리를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반복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하게 기구를 이용한 치료를 반복하다가보면 아이가 쉽게 흥미를 잃는 반면, 이렇게 강아지와 함께 놀이하듯 하면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 훨씬 높은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공을 물어온 산에게 성현이는 “아유 귀여워”라며 어눌한 말투지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직 산에게 완전히 익숙해지지 못한 성주는 산이 갑자기 몸을 움직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 성주를 보고 성현이는 “성주는 산이를 아직 무서워해서 만지지도 못해요”라고 놀린다. 성주는 “산이가 가까이 올 때는 무섭지만 그래도 집에서 산이 같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요”라고 대꾸했다.

남매 곁에서 치료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어머니 강진희씨는 “처음 올 때는 둘 다 개 근처에도 가지 못했는데, 불과 다섯 번만에 이렇게 개와 어울리며 스스로 몸을 가누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아이를 이렇게 만들어준 산에게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청각도우미견 사람들은 그들을 버렸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품었습니다






◇도우미견 이지가 훈련사 박옥경씨에게 청각장애인의 잠을 깨우는 훈련을 받고 있다.


# 내 귀가 되어준 이지, 정말 정말 고마워

도우미견센터에는 치료도우미견뿐 아니라 청각도우미견으로 훈련받고 있는 개들도 있다.

청각도우미견은 청각장애인 대신 주변의 다양한 소리를 듣고 이를 알려 주인의 귀가 돼주는 개다. 개가 듣고 주인에게 알려주는 소리는 초인종, 아기 울음소리, 물 끓는 소리, 남이 부르는 주인의 이름, 자동차 경적, 화재경보 등 다양하다.

도우미견센터 내 훈련장에선 청각도우미견 ‘이지’가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지는 미니핀 종으로 귀가 밝고 활달한 성격이 특징이다. 이지를 교육하고 있는 훈련사 박옥경(27·여)씨는 실제 청각장애인이다.

‘따르릉.’ 박씨가 침대에 눕자 곧 침대 머리맡의 자명종이 울린다. 이지는 잠시 귀를 쫑긋 세우더니 부리나케 침대 위로 올라가 앞발로 박씨의 이불을 긁기 시작한다. 도우미견센터에서 청각도우미견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박대규(35) 대리는 “이지처럼 작은 개는 앞발로 이불을 긁으며, 큰 개는 침대 위로 올라와 앞발로 지그시 누르거나 핥아 주인을 깨운다”고 설명했다.

박씨가 일어나 기지개를 켜자 초인종이 울린다. 역시 이지는 초인종이 울린 문과 박씨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초인종이 울렸음을 박씨에게 알린다. 박씨가 이지를 따라 문으로 간 뒤 문고리 옆에 있는 먹이통에서 먹이를 꺼내 이지에게 먹인다.

박 대리는 “청각도우미견은 주인에게 알려야 할 중요한 소리가 난 그 순간 스스로 판단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군견처럼 강제로 복종시키기보다는 최대한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도우미견센터의 훈련견은 거의 길거리에 버려졌던 유기견이라고 한다. 이지도 2003년 도우미견센터로 오기 전까지는 주인에게 버림받아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보호를 받던 개였다. 버림받고 떠돌이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개이기에 힘겨운 짐을 짊어진 사람의 고독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청각도우미견은 자발성 외에도 소리에 대한 반응이 빨라야 하므로 주로 호기심이 많고 활발한 개 중에서 선발해 훈련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말을 할 수 없는 주인을 위해 간단한 손동작으로 이뤄지는 몇 가지 수화를 익힌다. 둘째손가락을 곧게 편 채 아래로 내리면 ‘앉아 기다려’라는 뜻이고 손바닥을 펼치는 것은 ‘기다려’라는 뜻이다.

또 다른 훈련사 이미란(28·여)씨도 청각장애인이다. 2003년부터 ‘하늘’이와 함께 생활 중이다. 이씨는 수화로 “청각장애인은 이른 아침에 약속이 있으면 일어나지 못할까 봐 전날 밤을 새울 때가 많은데, 하늘이와 함께하면서부터는 이런 걱정이 없어져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개. 고통받고 절망하는 사람에게 빛이 되고 희망이 되는 영원한 친구. 병술년에도 사람과 개의 따뜻한 동행은 계속될 것이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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