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고, 검사봉급에 매달 시부모 생활비를 보내드려야 할 때도,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생겼다면서 여동생이 돈을 부쳐달라고 할 때도 제가 선택한 직업인 검사를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성실하게 근무하고자 하였습니다.그러나 더 이상은 제 형편에 버티기가 어려워 부득이 사직을 하고자 합니다”
검찰의 차장급 이하 인사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검사 6년차로 청주지검에 근무하는 김찬학 검사(41.사시 30기)가 사직서를 제출하며 법조계 주변에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김 검사는 최근 검찰 수뇌부에 어려운 집안 형편, 검사로서의 자긍심, 아내에 대한 사랑 등을 담은 A4용지 3쪽 분량의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사직서에서 김 검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했을때 살아가는데 별다른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또 결혼후 전셋집을 얻을 형편이 되지 않아 3대가 같이 살게 됐을때도 시할머니, 시부모가 모두 살고 있는 집에 들어와 시집살이를 하겠다는 처가 고맙고 가상스럽기만 했다”고 적고 있다.
김 검사는 이어 “임관후 승용차를 구입하고 유지할 형편이 되지 않아 마을버스로 출퇴근하면서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사건당사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묵묵히 검사생활을 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그러나 “2003년 내성적이던 부인이 처남 결혼식에 참석하러 서울로 올라가던 중 근육이 강직되는 현상이 나타난 뒤 점점 증세가 심해져 종합검진을 받은 결과 정기적인 치료와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아내의 치료비를 대기 위해서 정든 조직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하기 바란다”고 끝을 맺었다.
이처럼 김 검사의 사연이 알려지자 법조계 주변에서는 “올곧고 강직한 검사가 집안사정 때문에 검찰을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 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검사를 그만둔 뒤 청주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