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9 - 철학과 마음의 치유

NEOKIDS 작성일 14.11.02 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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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마음의 치유, 김정현, 책세상, 2013

인간의 삶의 문제는 사고와 감정이 얽힌 것이어서 사고의 논리적 오류만 찾아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어느 경우에는 응혈된 감정을 풀어주는 과정을 통해 딱딱하게 굳어진 믿음과 사고가 유연해지고 삶의 문제가 풀리거나, 어떤 사태에 대한 이해나 해석의 방식을 달리함으로서 자신의 부정적 감정의 고통이 없어지기도 한다. - 14p중
랑크에게서 치료의 과제는 삶의 긍정을 가로막는 불안과 죄책감에서 개인을 자유롭게 하도록, 즉 개별적 의지를 자유롭게 하도록 돕는 데 있는 것이다. 이로부터 신경증 환자의 치유 가능성을 찾는 랑크의 작업은, 자기표현과 창조의 과정 속에서 고통의 치유 가능성을 찾는 예술치료에 이론적 바탕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 113p 중
니체가 말하고 있듯이 사물과 사태를 다양하게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 그것을 시험적으로 고찰하고 다른 관점에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인식의 힘은 철학실천의 기반이 된다. 어떤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해석의 진리만이 있을 뿐이라는 니체의 말처럼, 다양한 관점을 가짐으로서 우리는 삶의 텍스트에 대해 더 '좋은' 해석을 할 수 있다. 니체는 관점주의 아래서 세계라는 텍스트, 몸의 텍스트로서의 삶, 과거의 텍스트 읽기를 시도하고, 이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서 현실 긍정의 치유적 언어를 제시한다. - 169p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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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간단히 말하자면, 철학이 다가가 실천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대전제를 두고, 크게 두 축으로 나누어져 있다. 1. 니체가 영향을 준 심리적 치유론이라는 계보의 역사를 논하고 있는 부분과, 2. 철학이라는 영역이 심리치유의 영역에 어느 정도 도전하고 있는가에 대한 현황 보고서 같은 성격. 
그러나 이 말만으로는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다 표현했다고 할 수 없다. 
심리학은 프로이트부터 시작된 것으로 많이들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니체였다. 그런 니체의 영향력은 심리학의 거두들로 불리는 굵직한 이름의 소유자들마저도 계속 언급할 지경이다. 프로이트도 사실상 단초는 니체에서부터 시작했지만, 그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이 서적은 말한다. 
심리치료에 있어서 철학은 어느 정도의 효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심리치료의 일반학문들이 보이는 문제는 인간의 병리와 그 원인에만 집중할 뿐 인간의 여러 가지 측면들을 모두 고려하지는 못한다. 그런 심리치료의 빈틈을 철학이 메꿔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의 도전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서적에서도 지적하다시피, 큰 문제는 철학을 이용한 치료 자체가 일반적 심리치료처럼 과학적 근거와 사례를 충분히 축적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앞으로 철학은 심리치료와 연계되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증상이 심하여 강력한 약이 투여되는 등의 부분은 어쩔 수 없으나,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겪는 공허감, 상실감, 죄책감, 자학감 등등의 부정적인 감정과 그에 따라오는 신경증에는 상당한 영향을 발휘하리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원리다. 모르니까 답답한 거다. 그러나 내가 왜 이런 감정을 갖게 되는지, 세상이 왜 이 꼬라지인지를 설명한 것을 읽고 아는 것은 그러한 답답함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물론 완벽하게 알게 될 수는 없다. 알면 알수록 편린들만 알게 된다는 것 같은 불안요소도 존재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의 답답함보다는 차라리 훨씬 위안이 된다는 것, 자기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 이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 어떤 것들을 보아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은 이 서적의 큰 장점이다. 

사족으로, 
이 서적은 그동안 심리학 소식지 등에서만 간헐적으로만 언급되어 왔던 오토 랑크를 제대로 발언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저작은 현재 한국상에서는 한 권도 발매되어 있지 않으며 라이센싱조차 진행이 되는지 어떤지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미 사조의 흐름을 타고 있으며, 그의 저작에 따른 철학적 치료접근법도 개발되는 중이다. 
여기까지 영향을 미칠 사조의 유행이 아니기에 우리에게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이 있지만, 프로이트로부터 배척당하고 현재에 와서 인정을 받을 정도의 혜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서적이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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