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9의 부록 - 읽으며 쓴 것들

NEOKIDS 작성일 14.11.02 23: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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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 오토 랑크

신경증 환자는 완전한 이기주의자이고, 대중을 위해 고통스러워 하는 종교 창시자는 그 정반대 유형이며, 예술가는 다양한 가치판단을 수반하는 그 양자 사이에 서 있다는 것이다. 즉 예술가는 개인과 사회, 이기주의자와 이타주의자 사이에서 그 심리적 갈등과 다양한 가치판단의 긴장을 개별화하고 표현하는 창조적 인간인 것이다. - 철학과 마음의 치유, 김정현, 책세상, 2013, 95p 중


455. 랑크의 이론은 굉장히 신선하고 감명깊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왜 나는 그것을 하고 싶고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459. 철학은 물론 심리치료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460. 철학이 심리치료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점들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차례가 뒤죽박죽) 

첫 번째로, 심리치료의 영역 자체의 문제점을 지금보다 더 명료화 해야 한다. 

두 번째로, 명료화된 심리치료의 문제를 통해 다른 방법론을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현재 피치료자들의 임상상태들을 철학치료의 틀 속에서 다룰 수 있는 새로운 개념 정의들이 필요하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두 번째 부분을 위해 필요하다. 접근법의 차별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세번째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이슈도 도식화되고 유형화될 수 없다. 피치료자 개인마다 처한 상황들이 그렇게 같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다른 개개별의 상황에 영향을 주는 외부환경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철학의 영역 안에서 '도식화'되어야 한다. 


461. 이러한 접근 방식은 어떠한가? 

각 주제들에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근대까지의 모든 철학들이 연관되어 있다. 

도식화된 외부의 영향요소들에 따라 이 주제들에 관해 정리된 부분들을 대상자와의 대화 사이에 편입시키는 방법. 


462. 어떠한 주제들에 대한 생각을, 쉬운 말을 써서, 철학적으로 접근해 볼 수 있도록 쓰기. 즉, 사람들에게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기. 재미있게 써볼 수 있는, 그러면서도 어려운 작업. 


463. 얄롬의 실존적 심리치료의 문제, 또는 니체의 문제. 

-인간의 철학적 내면화는 고통이라는, 그것도 기능상실을 수반하는 정도의 큰 고통이 존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464. 니체의 몸 억압에 대한 지적, 그것에 인류는 효과적으로 대응해 왔다. 스포츠와 피트니스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스포츠 같은 경우는 니체가 지적했던 모든 병적 기반의 해소를 할 수 있는 기틀 위에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일종의 연극적 요소들을 만들어내며 발전해왔다. 그럼으로서 누구나 돈이 있고 원하기만 한다면, 그 연극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생각하던 바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비극은 탄생한다. 

니체가 종교와 죄의식이 몸을 억압하고 있었다고 보았다면 이제는 돈과 돈을 버는 능력 등 자본주의적 의식 일반이 그 위치를 차지하며 인간들을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465. 야성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며, 그것을 되도록 정서적 상처를 입지 않는 선에서 안전하게 승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가 찾고 있을 뿐이다. 


468. 니체는 심지어 오늘날 횡행하고 있는 자기계발서들의 근저까지 모두 건드려놓았다. 


469. 인간에게 있어 하고 싶은 것의 진정한 가치론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 어떤 것이 의미있는 진정한 '행위'인가? 


470. 인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현재의 괴리를 인식한다. 가장 기초적인 부분은 그 현재에 굴복하는가 아닌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첫 싸움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희망을 현실화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문제는 무기력이다, 라는 서적에서도 지적했듯이) '그냥' 하는 것이다. 

'그냥 한다'라는 부분이 중요해지는이유는 거기에 가치판단과 그에 대한 기대가 수반될 경우, 언제나 현실논리에 밀리기 때문이다. 항상 그럴 수밖에 없다. 현재의 '현실'은 언제나 필요로 하는 것이 계량적으로 정해져 있고, 그에 반하는 모든 것들은 철저하게 배제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 배제에 반하여 움직이고 역사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인간의 '현실' 중에는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댓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있으며, 최상위층의 사용자가 아닌 이상 이것은 절대적인 불문율처럼 느껴진다. (옮기며 든 생각. 이것은 칼 폴라니가 주효하게 보았던, 사회가 경제에 종속되어 비인간성을 강요한다는 부분과 상동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인간은 댓가가 따르지 않는 일들에 훨씬 더 몰두하는 경향을 보인다. 왜 이런 딜레마가 발생하는가? 그것은 그 '일'이 자신의 자아성취와 만족에 더 큰 파이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실'의 가치를 철저히 배격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그냥' 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현실'에서 어떻게 형상화될 것인가 하는 그 기대와 가치부여마저도 철저하게 지워버리고, 거기에 몰두하며 자아에 만족감을 주려는 자신을 느끼고 '행위하는' 것이다. 자신이 그런 위치에 있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들 때는 생존을 위해 그것을 따르라. 그러나 위치를 역전시켜 그것이 삶의 중심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말라. 그런 방식 또한 허황된 꿈을 쫒는 행동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무의미함이다. 


471. 과거에 대한 투사, 그리고 그에 따르는 비극. 

-니체가 말한 바와 같이, 과거의 시점을 재조립해 정화하고 화해시키지 못하면 현재 또한 긍정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런 후회를 하고 있을 때다. 

'내가 그 때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면' 

의외로 자주 보이는 이 후회는, 현재의 내가 몸이 힘들고 정신적으로 지쳐있기 때문에 과거에 내가 뭔가 다른 것을 해 현실을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과거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후회로 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 감각이 후손에게까지 투사된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들에게 자신이 놓쳐버리고 후회했던 그 '유형화된 가능성' 하나만을 어떤 '현실'의 논리로 고착화시키고 투사시켜 키워온 자식들은 사실 그것에 수반되는 후회, 부정적 감각이 어떤 것인지조차 전혀 모르고 있다. 말 그대로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자들에게 자신이 집착 속에서 조율해 놓은 한 가지의 가능성만 강요하는 것이다. 한국지형 상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부조리 중 하나이다. 

계속 하여 재생산되는 이 부조리는 전체적으로 한국의 인간들에게 현재의 삶을 부정하는 습관만 팽배하게 만들어놓는다. 과거에 대한 집착만이 습관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신질환적인 문제에서 사회범죄적 문제까지 수많은 '부정'들의 원인이 된다. 


474. 자신의 삶에서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는 무기력증과 허무주의의 때는 언제고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 이런 방법을 해보면 어떨까. 펜과 종이를 앞에 놓고, 자신이 그것 때문에 압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항목들을 적어보자. 결혼, 육아, 돈, 직장문제,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그 다음, 그것들을 지워나간다. 지울 때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내 속에서 절실하게 자아가 원하고 있는 문제가 아닌 것부터 시작한다. 둘째, 원인이 남들이 만들어놓은 것들일 경우 제외한다. 결혼에 대한 압박 같은 경우가 그 예다. 결혼이라는 것이 지금 나의 자아에 절실하다면 남겨놓지만, 그게 아니라 남들의 말과 눈치에 좌우되고 있다는 판단이 들면 제외하는 식이다. 

그런 식으로 나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것들을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라.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들 수 있는 고통과 회피의 감정에 매달려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남의 일을 보는 것처럼, 종이 위에 써진 항목들을 바라본다. 

그러고 나면 분명히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생존 혹은 현실이나 고립에 대한 공포라는 명목 아래, 얼마나 자신을 부정하고 있었는지. 

그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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