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13 - 현대철학의 거장들

NEOKIDS 작성일 15.01.31 00: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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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철학의 거장들, 박찬국, 이학사, 2012



근래에 철학과 관련해 여러 서적들이 마치 틈새시장이라도 찾은 양 밀려 나온다. 대부분은 철학자들 자체를 중심으로 한 모듬집 수준으로, 컨셉은 '무조건 쉽게!!!!'를 지향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철학의 힘은 기본적으로 사유다. 사유가 그렇게 쉬운 말들로 두리뭉실 넘어갈 수는 없는 것이다. 일단 개념어들이 나오고, 그 개념어들에 대한 설명들이 나온다. 그 개념어가 탄생되기까지의 사유적 흐름이 있고, 그 사유적 흐름이 맞는지 아닌지를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는 과정이 또한 필요하다. 어떤 때는 무의식중에 교조적이 되어버린다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사유의 자유는 여전히 그 틈새에 남아있다. 그 철학의 예외적 사유들이 너무 자주 발견된다고 하면, 개인적으로 끌려도 세계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 철학이 되어버릴 것이고, 
아무리 쉽게 이해하려 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그것을 다시 되새김질할 때의 한계는 불을 보듯 뻔하다. 마치, 밥을 먹긴 먹는데 소화는 시키지는 않겠다는 해괴한 상황과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들을 참고할 때, 이 책은 그런 요약서들 가운데서 보기 드물게 충실한 책이다. 
이 책의 구조상 장점으로는 
첫째, 먼저 철학자들의 삶이 요약된 단락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인간의 철학이 시대의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 그 철학의 창시자들이 겪은 시간들 그 자체에서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니체가 여성들만 속해있는 가족구조 속에서 남성성을 그리워한 것이 그의 발언들에서 묻어나온 것이란 혐의가 있고, 칼 포퍼는 사회주의 운동 속에서 그 모순을 발견하는 과정이 있는 그런 등등등, 철학자의 전기적 약력은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일정부분의 배경적 디테일을 제시한다. 
둘째, 그들의 사상에 대한 강점과 약점을 골고루 담백하게 이야기한다는 점. 다른 해설서들이 그 철학에 대한 설명만 있는데 반해, 이 책에는 그 사상이 어떤 지점에서 공격을 받았는지, 또 어떤 지점에 핵심이 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간결한 설명이지만 너무 쉽게 가려는 강박으로 빠지지 않고, 한자어 같은 것이 좀 어려워 보이지만 조금만 파고들기 시작하면 의외로 이해가 잘 되게끔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저자의 구성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으로 다가오는 글들은 그 바깥으로 무척 많은 생각들을 떠올리게 해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철학가들에 대한 호불호가 완전히 갈리는 현상도 벌어져서 꽤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나는 하이데거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와 유사한 이유로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사르트르도 힘들다. 니체는 워낙 방대한 지점들이 있어 받아들이기 힘들고 자시고를 떠나 탐사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라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에, 푸코는 뭔가 괴물을 보는 듯 하면서도 갑자기 방점을 확 찍어버리는 부분(에피스테메!! 이것만으로도 놀랍다)이 있는. 
그런 느낌들. 그런 흐름들을 넘나들면서, 지적인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는 것. 그것이 이 책에 감사하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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