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여행...

issop 작성일 04.08.03 1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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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106:+::+::+::+::+::+::+::+::+::+::+:3년전의 일로 기억되는군요.(직접 겪었던 일임을 알립니다. )

황금같은 여름휴가철, 아직 미혼인 친한 친구들과 함께 강원도 홍천으로 놀러가기로 했는
데 때마침 휴가차량으로 붐비는 철인지라 친구들셋과 밤11시에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서울을 지나 경기도 광주를 지나 국도를 타고 제차는 막히는 것 없이 달리고 있을
때는 이미 새벽 1시경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고속도로 대신 택한 지방국도는 그날따라 안개가 작욱하게 끼어서 운전하는데 그다지 좋
은 시계는 아니더군요.
의외로 휴가차량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고 한산한 산길도로를 가고있는데 친구들은 무료
함을 달래고자 각자 무서운 이야기를 하며 가고있었습니다.

무서운 이야기라봤자 대부분 재래식 화장실 이야기나, 니고구마 먹을껴? 가위눌린 이야기
등등 뭐 그리 새로울것없는 어디선가 들어봤을 얘기들이 줄줄이 나왔는데. 옆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 [성호]차례가 되었습니다.

다른친구들이 킬킬대며 웃으며 이야기한것과 반대로 녀석은 의외로 심각한 얼굴로 말을
하더군요.

[야...나 솔직히 이야기 하는데 내가 아무래도 귀신을 볼수있는 것 같다....]

뜬금없는 성호의 말에 친구들과 저는 피식피식 웃었습니다.
어쭈~ 제법 분위기 잡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내가 어렸을때 였어. 음~ 아마 초등학교 다닐때였나봐 우리집앞에서 교통사고가 났었
거든....옆집사는 누나였는데 차에치여서.... 정말 끔찍했어~ 다리가 뒤틀려서 접혀지고
머리가 부셔졌거든 지금도 너무 끔찍한 모습이어서 잊혀지질 않았어... 그런데~사고나
고 나서 며칠후였어 그날 학교에서 놀다가 좀 늦게 집에 들어오는 중이었는데 그 누나
집앞에서 그 누나를 본거야.... 머리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 다리를 절면서 누나 집
문을 두들기고 있는거야....문을 열어 달라고 하면서....나는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그런데 미치겠는건 그 이후로 어디 사고난곳이나 상가집 같은델 가면 어디선
가 휘뿌연 모습이 자꾸 보이는 거야.... 그때마다 섬칫하고 무서워서......]
[야~ 자식 제법 그럴듯한데...]
[글쎄말야....야.. 소름끼친다..]

친구들과 저는 좀 섬칫하긴 했지만 웃으면서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그리고 뒷자리에 있던 두친구는 한숨 자겠다며 금세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졸리면 교대하자고 하면서......대신 옆자리의 성호는 혼자 운전하는 저를 위해 깨어있었죠.
산길은 경사도 가파르고 커브길도 많아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가 벌어질 것 같았습니다.
정말 끝이없어 보였습니다.

한동안 말없이 운전만하고있다가 졸음이 슬슬오기 시작한 저는 한번 장난이나 쳐보자 하
는 마음으로 갑자기 놀라는 척하며 호들갑스럽게 말했습니다.

[야....야... 성호야~ 너 금방 봤냐?....아까 저기 커브길 도는데 오른쪽에 그 하얀 소복입
고 가는 여자 있었잖아 ... 애 하나 없고서.....이 시간에 참...하하]

그런데...

[너...너도... 봐... 봤니? 그 여자?...]

녀석이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습니다.
순간 소름이 오싹 끼치더군요.

[애..애는 죽어...있었어....아무...래도 그...근처에서 무슨 교..교통사고 같은..게 났었나
봐....]

저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갑자기 무서워져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녀석에게 야 임마~ 농담이야 보긴 뭘봤냐?... 사기치지마... 어쩌구 할수도 없더
군요....

갑자기 녀석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서는 차 앞유리에 붙이더군요.

[그게뭐냐?....]
[음.... 부... 부적이야...내가 하도 귀신을 보다보니까... 무서워서 점집에 가서 하나 얻은...]

그렇게 운전을 하고 가던중 갑자기 길이 두갈래 길로 나누어져있었습니다.
이정표도 보이지 않았고 어느길이 맞게 가는길인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대략 넓은길쪽인 산으로 더 올라가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운전해 가면 갈수록 차는 더욱 높은곳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불안하더군요.
그 불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은 갑자기 포장도로가 끊어지고 비포장도로가 나왔을때였습
니다.

[야... 길 잘못 들었나 보다... 다시 돌아갈까...?]
[글세.... 나도 길을 잘 모르고....]
[에이... 그래도 기왕 여기 까지 왔는데 어딘가 연결되는 길이 있겠지...]

그렇게 얼마나 몰았을까...
안개가 자욱이 낀 길 양편으로 바가지를 얹어 놓은듯한 수많은 무덤들....
하필이면 무덤들이 있는 묘지로 길을 잘못든 것이었습니다.
제기랄.... 저는 다시 차를 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려온 녀석의 다급한 목소리...

[야... 빨리 차돌려서 달아나... 그여자야... 그여자.. 아까본 소복입은... 빠.. 빨리...]

저는 정말 무서워서 차를 급하게 돌려서는 있는힘껏 엑셀페달을 밟았습니다.

부우웅...부우웅....

차는 빠르게 속력을 내면서 무덤가를 빠져나와 다시 포장도로로 들어섰는데....

제가 가쁜숨을 헐떡이고 있을때 갑자기 큭큭큭 웃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바로 성호였습니다.

[왜웃어?... ]
[너보고 웃었다.....야~ 너는 내말을 진짜 믿었냐?,,,, 너 아까보니까 진짜 무서워서 운전
하더라....야~ 귀신이 어디있냐?... 짜식 순진하긴... 아무래도 내가 좀 연기를 잘하긴 했
지....큭큭큭큭.....때마침 길 잘못들어서 묘지있는데 까지 오고... 오 완벽했어~~]
[..............]

저는 녀석에게 속아넘어간 것이 화가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웬지 안도감이 들
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빠져나온지 얼마나 되었을까요....
웬지 열어놓은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선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웬지 오싹한 느낌......

그리고 왼쪽의 우거진 숲을 보았을때....

숲속 외진곳에 하얀 소복을 입고 아이를 업은 붉은눈의 여자가 한손에 낫을 들고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묘지에 새겨진 비석처럼.....

헉,,,,헉,,,,,
공포심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을 진정하려 애쓰다 그곳을 한참 달려 빠져나와
결국 도로변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어느새 피곤에 지쳐 잠들어있는 성호에게 저는 홀린 듯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성호야.... 사실이었어... 그여자는 실제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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