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이 만들어낸것....

issop 작성일 06.05.26 02: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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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외할머니는 제가 어렸을때 늘 저를 귀여워해주셨습니다.
그런 할머니가 가끔 옛날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하시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이 기가 허해지면 헛것이 보일수도 있단다...."

음 ~ 나이들어 생각해보니 정말 맞는 얘기인것 같네요.

직장동료들과 경기도 평택에 있는 모 유료낚시터에 갔을때의 일입니다.
저녁 8시쯤 도착해서 입어료 25,000원내고 낚시를 하는데 고기도 안잡히고 전날 과음을
해서 몸도 너무 피곤하고, 도저히 못견디겠더군요.
그래서 낚시를 하던 동료직원들에게 잠깐 차에서 눈좀 붙히고 오겠다고 슬슬 걸어왔습니다.

토요일 저녁때라 사람들이 많이와서 야외에 대충 만들어논 주차장은 만차가 된 상태라 제차
는 주차장에서 떨어진 좀 외진 곳에 세워놓았었습니다.
낚시터에서 많이 떨어져있는 정말 한적하고 조용한 것이었죠.

차옆에는 긴 수풀이 우거져있고 바로 옆에는 오래된 고목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는곳이었
는데 너무 피곤했던 저는 차 시동을 걸고 히터를 약하게 키고 문을 조금 열어놓고 눈을 감
았습니다. 그때가 새벽 1시경이었죠(문을 조금 열어논건 히터를 키고 잠들면 혹시 질식하
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인적이 없는 곳이라 낚시터는 차 앞으로 저 멀리 보였는데. 막상 잠을 자려고 하니 잠이 오
지 않더군요. 너무 피곤해서 눈이 아플정도였는데.....
20여분을 뒤척이다 잠이 오지 않자 저는 에이~ 하며 차 안 미등을 켰습니다.
그리고 다시방을 뒤져보니 00시 상가 가이드 라는 전화번호 광고가득한 책자 하나가 있더
군요. 심심한 차에 그 책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우연히 오른쪽 창문쪽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어두운 밤에 차안 미등을 키고 있으면 차 유리창에 차안 광경이 비칩니다.
차 핸들과 제 모습이 유리창에 비치더군요.
무심코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데 정말 소름이 쫘악 끼치는 일이 벌어졌습
니다.(살면서 그렇게 섬찟하게 놀란적이 처음이었네요....)

유리창에 비친 제 무표정한 얼굴이 갑자기 씨이익 하며 웃고 있는게 아닙니까?
머리칼이 쭈빗쭈빗 서더군요.

아 ~ 할머니 말이 갑자기 생각나더군요.
기가 허해지면 헛것이 보인다는 말씀.... 내가 너무 피곤하니까 헛것이 보이나 보다.
그런데 씨이익 웃던 제 얼굴이 손을 들더니 유리문을 작게 두들기더군요.

그리곤 "문좀 열어줘.... 너무 추워......" 라고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겁니다.
너무 무서우니까 말도 안나오더군요.
몸도 못움직이고 달달달 떨고 있으면서.....
속으로는 기가 정말 허해졌구나..... 빨리 제 정신으로 돌아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꽉 차있었는데 조금 열어놓은 유리창 사이로 손가락이 쑥 들어오며 흔들더군요.
빨리 문좀 열라고.... 추워 죽겠다고....

결론은 함께같던 동료직원이 피곤해서 제 차로 왔던 것이었습니다.
저보고 같이 눈좀 붙이자고 문좀 열어달라던 것이었죠.
착시나 환상이나 귀신 뭐 전혀 그런건 아니었는데 어찌되었건 그 순간 만큼은 너무 무서
워서 정말 심장이 멎는줄 알았습니다.

늘 살면서 조심해야 될 일이 있는것 같네요.
허상이라는것 절대 아닐것이다 라는 건 없는것 같습니다.
기가 허해지고 피곤에 찌든 몸과 마음속에 만들어낸 허상이 결국 굉장한 공포심과 두려움
을 만들어 내버렸으니까요....

늦은밤 pc앞에서 피곤에 절은채로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마세요.
혹시라도 귀신같은것이 보이더라도 기가 허해지면 헛것이 보일수도 있다는 사실... 잊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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