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어지럽군요...음.. Hello? 여기는 지옥입니다. Hello Hel~~lo~~?』
지직거리는 낡은 라디오에서 감미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타고 나온다. 하지만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고요한 침묵만이 흐를뿐. 그 패쇄된공간속 작은 창가를 타고 내려오는 은빛의 달빛은 바닥을 흥건이 적셔놓고있는 붉은 피만을 비추고 있었다.
『아무도 없나요? 아무도 없나요? 여기는 지옥~ 여기는 판데모니움 이라구요~』
라디오는 여전히 시끄럽게 떠들어 대지만 여전히 싸늘한 시체는 움직일줄을 모른다. 다만 그 창백한 피부의 온기만이 서서히 식을뿐. 바닥을 짙게드리운 어둑한 그림자에 비스듬이 삐져나와있는 손은 마치 무언가를 절망하듯 손톱이 심하게 부러져 있었고 이미 그 팔목은 얼마나 고통이 심했는지 반이 잘려있었다. 그리고 꾸역꾸역 뿜어져나오는 피는 멈출줄을 몰랐다.
『호호호호~ 호호호호~ 아.무.도.없.나.요~오? 여기는 지옥입니다~』
「정말 아무도 없잖아~」
순간 라디오의 전원이 꺼져버리듯 방안은 순간적으로 완벽한 고요함에 휩쓸렸다. 그리고 어둠을 드리운채 달빛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는 마치 영혼을 갈구하듯 은은히 피빛같은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그리고는 창백하다 못해 옅은 푸른색 핏줄마져보이는 그 손으로 그 반쯤 잘려나간 손목을 어루어 만졌다. 흥건히 피가 적셔오른다. 그리고 그 붉은 피만큼이나 붉은 입술을 혓바닥이 쓸고지나갔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지못해 떨리는 손에 적셔진 피를 입에 가져가본다.
「음~ 맛있네. 감미로워 부드럽고 마치 무언가 거칠면서도 카타르시스~ 맞아 맞아~ 음.. 맞나? 이건 분명 RH+ AB형일테지~」
조심스래 그의 발걸음이 달빛 드리워진 지면을 내딧었다. 검은색 구두 그리고 검은색 정장바지. 그리고 얼핏 보이는 검은색 사이더의 칼날이 번득이고 있었다.
『자아~ 이제 두명 남았어요~ 마지막 생존자는 누구? 누구? 누구??』
그순간 다시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하지만 이젠 지직거리는 잡음이 없다. 다만 그 소리는 명랑할뿐.
『자~ 여기는 지옥입니다~ 지옥이라구요~ 흐흐흐..히히..?』
그리고 서서히 그 음악은 카세트테이프에서 느릿느릿흘러나오는 음성과도 같이 변성되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