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엄마야... 뭐 좀 먹어야지...?)
-얘야... 엄마야... 얘야... 엄마가 먹을 것 좀 가지고 왔어... 문 좀 열어봐...-
늦은 겨울 밤... 엄마가 또 오셨다... 문밖에서 먹을 것을 가지고... 항상 엄마는
내 생각만 하시느라... 혼자 사는 방에 항상 오셔서 먹을 걸 가져오셨다...
하지만 난 문을 열지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항상 이랬다... 집이 싫어서... 그래서
엄마도 웬지 싫었다... 어릴때부터 집에 들어오기 싫어했고... 그저 나 때문에
어쩔줄 몰라하며 없는 살림에 날 챙겨주시려고 애쓰는 엄마가 그렇게 싫었다...
그런 나... 항상 세상도 싫고 일에 실패하고 좌절하는데도... 엄마는 그저 이런 내
걱정이었다... 그런 엄마가 싫었다... 혼자 사는 날 위해 반찬을 가져오시고...
나 없는 날 몰래 청소하시고... 늙을 때까지 엄마는... 내 눈치를 보며 고개숙여
어설픈 웃음만 지으시는 엄마가... 난 그런 엄마가 제발 날 그냥 놔주었으면 했다...
오늘도 이렇게 엄마는 날 찾아오셨다... 먹을 걸 가지고... 사실 돈도 없고 먹을 것도
떨어졌지만 그래도 열어주기 싫었다... 내가 뭐가 좋다고... 어차피 세상에 지쳐서
아무 힘도 못쓰는 내가 뭐가 좋다고... 엄마는 내 걱정에 못이겨서 항상 문밖에서
내가 열어주기만을 기다리신다... 엄마가 문밖에 있었을때... 난 항상 누워서 잠을
청하려 하기도 하고... 결국은 소리없이 입을 막고 운적도 많았다... 그리고
지금... 또 눈물이 흐르고 소리가 날까봐 베게 끝을 악물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얘야... 뭐좀 먹어야지... 엄마가 맛있는 거 가져왔어... 얘야... 아가야...-
'아가' 이제 다 큰 내가 아가라니... 그 말이 날 더 아프게 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걸
아세여...? 난 엄마 싫어여... 제발 내 생각 좀 하지 말라구여... 왜... 사실 문 열고
엄마 안고 잘못했다고 막 울고 싶다... 한번만이라도 그랬으면 싶다...
크게 소리내서 울고 싶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다... 도저히... 그리고
너무 늦었다... 엄마... 엄마는 1년전에 돌아가셨잖아여... 내 먹을 거 가져오시다가
쓰러지셔서... 근데... 왜 아직도 와서 그러세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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