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 3학년 신경생리학 수업시간.......
학기중의 등록금 투쟁으로,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여름 방학때 학교에 나와 강의를 듣고 있으려니 학생들도 지치고 교수님도 지치게 마련이다.
아마 그래서인가, 흥미로운 주제일 지도 모르는... '가위눌림 현상의 과학적인 고찰'를 주제로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가위 눌림이란 일종의 환각 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잠결에 많이 뒤척이게 되고, 이때 목뼈가 경미한 탈골을 일으켜 척수의 말단과 소뇌가 만나는 부분을 누르는 일이 발생합니다.'
'혹은 그 탈골로 인하여 아주 약간이지만 기도가 막히는 일이 생기고 이로 인한 산소 결핍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산소 결핍으로 인한 환각증상과, 척수가 눌려 일시적으로 몸이 마비되는 현상... 이 두가지가 한꺼번에 일어날때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정신은 깨어 있지만 꿈인지 현실인지 판단할 수가 없으며,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현상...... 이것을 우리는 가위눌림이라고 합니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에 모든 학생들은 빠져만 들었고, 강의실에는 한여름의 무더위보다 훨씬 뜨거운 열기가 넘쳐났다.
그리고, 이 한마디를 남긴채 교수님은 출석부를 접고, 강의실을 나섰다.
'가위에 눌렸을때 관운장을 부르는 주문을 외운다거나, 손끝부터 천천히 힘을 주어 몸의 마비를 푸는 노력을 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모두 부질 없는 짓입니다.'
'순간적으로 목과 머리가 만나는 부분에 힘을 주고, 머리를 뒤로 젖히면 탈골된 부분이 원래대로 되돌아 가게 되며, 뇌에 산소가 정상적으로 공급되게 됩니다. 그러면 가위눌림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몇일후, 열대야 현상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해 한참 뒤척이다가 얼핏 잠이 들었다. 그리고 뭔가 얼굴을 덮는 것 같은 서늘한 느낌때문에 잠에서 깨어났고, 이불을 덮기 위해 팔을 뻗으려 하는 순간......
내 몸이 움직여 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쩐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몸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으며,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지만, 내 바로 옆에 누군가가 앉아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꿈속인지, 아니면 실제로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몇일전 수업시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천천히 윗 목에 힘을 주어 고개를 젖혀내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목뼈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제 자리를 찾는 느낌이 드는 순간 놀랍게도 몸의 마비가 풀려버렸다.
하지만 그 순간, 귓전을 스치는 기분 나쁜 목소리...........
"제..................법......................인...................데................"
예솔이의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