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군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비류 작성일 06.08.25 02: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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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하나 더 써 봤습니다.

이건 군에서 있던 일입니다.

일단 제가 소속했던 곳은 소위 말하는 대테러 진압 부대였습니다.

지원한 것도 아니고 차출 된 것이니... 뭐 남자들 사이에서 힘든(빡센)

부대 나왔다고 하면 자랑이 됩니다만... 그럴 의도는 전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1993년 4월 22일... 내가 바로 군에 간 날이다.
의정부 306보충대를 통해, 사단 훈련소, 그리고 707계열의 대테러
부대로 자대를 배치 받았다. 군에 가기 전에 대학을 두 번 다녔는데
첫 번째가 교육학과, 두 번째가 응급구조였다. 아마도 두 번째 응급구조
탓에 소위 말하는 빡센 부대로 배치 된 것 같았다.

자대는 금망봉이라고 지상에서 700미터 정도 높은 곳에 위치했다.
중대는 공수부대 보다는 많고, 일반 육군 보다는 적은 40여명...
그나마도 소대 단위로 활동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0여명이
거의 같이 생활한다고 보면 되었다. 그 때문일까?
내무 생활에서 힘든 일은 거의 없었다. 다른 친구들 말로는 일명
'각잡기'를 한다는데... 초반에 하루, 이틀 빼고는 그런 적이
없었다.(이것도 내 스스로 한거다.)같은 소대의 고참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나보다 어린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동갑이거나,
나이가 많았고 이 때문에 적응하기도 수월했다. 물론 이것도 중대로
넘어오면 말이 달라졌지만... 아무튼 실질적인 생활은 무척 편했다.

훈련이 고되면 내무생활이 편하다는 말... 정말 알 것 같았다.
그만큼 하루, 하루의 훈련은 너무 힘들었다. 처음 두어달은 피똥을
쌀 정도로 괴로워서 정말 자살을 하고픈 생각도 많이 했었다.
사격은 거의 매일 갔는데, 이 때문에 나중에는 귀가 먹먹해 질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금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편이다.
왜 사람들이 말하는 가는 귀를 먹었다... 그런 것 같다.



" ............ "

난 선임 하사가 보여주는 사진을 직접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 이 자식, 얼었나 보네. "

선임 하사, 유 중사는 나를 놀리는 투로 말하고 있었지만 그 말에
신경쓸 수가 없었다. 눈 앞에 놓여진 사진은 그 만큼 충격적이었다.

사진에는 흰 도화지에 날짜를 적고, 한 사람의 다리를 여러 각도에서
찍어 놓았다. 그리고... 그 다리, 정확히 말하자면 무릎 부근에는
반대편이 보일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 총 구멍이 이렇게 큽니까? "

" 그것도 제대로 관통되서 그래. 안 그랬으면 다리가 끊겨 나갔을 걸. "

유중사는 끔찍한 소리를 잘도 한다. 이 사람... 처음볼 때부터 무서웠다.
생김새는 잘 생긴 편이지만 새까만 피부에 왠지 모르게 살기같은 게
철철 넘쳤다. 하긴 하사 시절 사진을 봤는데... 놀랍게도 노란색으로
염색까지 하고 있었다. 성질이 하도 더러워서 대대장도 웬만하면
안 건들이는 인간이랜다. 별명은 '깡패'...

우리 부대는 하사관 둘에 사병이 세 명 정도 따라붙는다. 그래서 한 소대에는
하사관이 6~7명, 사병은 9~12명 사이가 된다. 하지만 하사들이나 부대에서
생활을 하지 중사급이 되면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그다지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다. 헌데 나와 유중사는 달랐다. 하사관도 하나에 사병이 나 혼자였기
때문이었다. 보직은 저격수였지만 의무사관 일까지 같이 했다. 아마도
나 역시 대학때 응급 구조학과를 다녔기 때문에 유중사와 파트너(?)가
된 것 같았다.

아무튼 유중사로 부터 저 사진을 본 이후로 난 내가 소속한 부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고참들에게 이것저것을 물어 보았다.
아래는 고참들이 이야기 해준 것을 대충 간추려 놓은 것이다.

" 전에는 폭파도 했었거든. 그런데 사고가 나서 중대원 두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팔이 병신되서... 어디 그 뿐인가, 철원 쪽에 백골이 뚫려서
우리가 지원 나갔거든. 그 때 전임 중대장 이마에 총알이 박혀서
죽었잖아. 하긴 이런 일들도 그 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

" 그 전 일... 그게 뭡니까? "

" 어? 어... 아니다. 아냐. "

내게 이야기를 해주던 고참은 갑자기 당황을 하면 이내 말을 끊고는 밖으로
나갔다. 뭔가 말하면 안되는 일을 실수로 말한 사람처럼...
물론 고참들이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한 말이 웬지 마음에 걸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뒤로 몇 달 차이 안 나는 중대 고참들까지 만나서 '그 전 일'에 대해서
물어 보았지만 아는 사람도 없었고, 조금 아는 듯 싶으면 입을 다물고
말해 주지 않았다. 내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갔다.
그러다 그 날이 왔다.



우리 부대는 외곽 근무를 서지 않았다. 외곽 근무는 일반 육군 보병이
서 줬는데, 때문에 불침범만 서면 되었다. 그 날은 무슨 이유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탄약고 근무를 우리 소대에서 서게 되었다. 물론 야간에...




" 으윽! "

나는 내무실을 벗어나려다 깜짝 놀라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신병 때인지라
야간 훈련을 받은 적도 없었고 야간 근무라고는 신교대에서 선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해발 700미터 이상의 고지대, 산 위였다.
하늘에 별들이 정말... 쏟아질 것 같아. 나도 모르고 겁이 덜컥 났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이었지만 당시에는 정말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줄
알고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물론 밤에 항상 이런 것은 아니었고 가끔
날씨가 무척 좋은 날이나 그랬다. 아무튼 신비한 느낌을 주는 날이었다.

" 야, 애인 얘기 좀 해봐. "

" 아... 제 애인은 말이지 말입니다. "

" 니 애인이 말이라고!? "

고참과 이런 쓸잘데기 없는 농담이나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고참을 졸리다며 잠을 자고, 나보고 누가 오면 깨우라고
했다. 나 역시 오전, 오후에 있던 훈련으로 무척 피곤하고 졸린 상태였다.
그래서 가물가물... 잠이 오려는데... 고개를 떨구다가 세우고, 고개를
떨구다가 세우고... 한참을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아서 고개를 처들었다. 아아...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탄약고 입구에서 약 3여미터를 가면 아주 큰 나무가 서 있었는데...
그 나무 위에서 힐긋 무언가가 보인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 k1 소총을
겨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나무 맨 위에
한 쪽 다리를 든 체로 서 있었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큰 나무라도
맨 꼭대기의 가지는 정말 약할 것이다. 그런데 그 가지 위에 한 쪽
다리를 들고 서 있다니... 그것도 하얀 옷을 입고... 그 나무에는
언제 올라간 것이며, 이 밤에 말이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른다고 질렀는데, 그것 마저도
떠듬떠듬 나왔다.

" 움, 움직이지마! 보, 보, 보초 전 3보 앞으로!!!... "

내가 얼마나 크게 소리 질렀던지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자고 있던
고참도 깨서 나한테 달려왔다.

" 무, 무슨 일이야? 떴냐? "

" OOO 상병님... 저, 저기 위에... "

난 정말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고참에게 말했다. 고참은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 뭐? 뭐? 임마. "

" 저, 저기요... 어? "

...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깜쪽같이 사라졌다. 내가 고참의 질문에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돌렸을 그 찰나에 사라졌다. 아무튼 고참과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는데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뛰쳐나오고 있었다.
그 만큼 내가 크게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결국 그 날의 헤프닝은 내가 깜빡 졸았다가, 헛 것을 본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하지만... 지금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난 분명히 보았다.



다음 날부터 난 고참들에게 놀림을 당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에는 하도 놀리니까 짜증이 좀 났었다. 그런데... 점점 갈수록...
고참들이 말하는 의도가 이상했다. 단순히 나를 놀리려는 것이 아닌,
내가 잘못 보았다며 자신들도 그렇게 믿으려는 그런...

" 유OO 중사님... 전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난 하도 이상해서 결국에 선임 하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선임
하사는 뭔 소리냐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분명 전 날도 술을 이빠이 마셨던지
하루 종일 내무실 구석에 박혀서 누워있었다. 내가 고참들이 이상하다며
한참을 말하자, 그제야 선임 하사도 알아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 애들이 말 안해주디? "

" 네, 그렇습니다. "

" 음... 말해주면 뭐 해줄래? "

" 네? 잘 못 들었습니다. -_-;; "

" 아침에 쥬스하고 점프, 냉동 짜장 가져와라. 그럼 말해줄게. "

... 이 인간 정말 치사한 인간이었다. 어찌되었건 이야기는 들어야겠고
갖다 안 바쳤다가는 또 괴롭힐테니... PX에서 음식물을 사다 주었다.
아, 참고로 우리 부대는 계급에 상관없이 PX 출입은 자유로운 편이었다.
아래 글은 유중사의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써 놓은 것이다.

" 그러니까... 이 부대 전에, 원래 부대 명이 815였거든. 그런데 그 부대가
탈이 많았던 모양이야. 뭐 나도 정찰대에서 여기로 온 지... 2년 밖에
안 됐으니까 잘은 모르고... 아무튼, 사람이 많이 죽었다나봐. "

" 사람이... 왜 죽었답니까? "

" 그게... 자살한 놈도 꽤 있고, 괴롭히던 고참 쏴 죽인 놈도 있다고 하더라구.
한 10댓명이 죽었다지? "

왜, 군에 다녀온 사람들 이런 류의 이야기 많이 들었을 것이다. 전투화 끈으로
화장실에서 목을 매 죽었다던지... 그런거. 고참이 괴롭혀서, 훈련이 힘들어서,
뭐 여자친구가 떠나서 등등... 뭐 815부대라는 곳도 비슷한 이야기였다.
헌데 문제는 그 수에 있었다. 10여명이라니...? 그것도 자살로만... 한 명은
괴롭히던 고참을 사격장에서 쏴 죽였댄다. 대체 어떻게 했길래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유중사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들으면 들을 수록 무서운 이야기였다.
815에서는 고참이 후임병을 강간하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음식을 쌓는
랩이나 비닐 봉지로 자신의 성기에 씌워 입으로 애무를 시켰다고 했다.
예쁜장한 후임병을 자신의 옆자리로 불러들여 옷을 벗기고 옷 몸을
혀로 햝은 고참도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후임병이 약간이라도 실수를
하면 철식판으로 머리를 찍어 수도 통합 병원으로 후송간 사람도 있다고
했다. 후임병의 애인을 강간한 사람도 있었는데 신고하면 후임병을
죽인다고 해서 나중에 알고 후임병이 자살한 사건도 있었댄다.
대체... 그런 부대가 정말로 존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사실 지금도 그것을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두는 아니라도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그것은 정말 지옥같은 곳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에 고참들에게 돌려가면서 강간을 당하던 후임병이 사격장에서
선임병을 쏴 죽이고, 중대장 앞에서 입에 총을 물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덕분에 815부대에 대한 이야기가 외부에 세나갔고 상부에서는
급하게 부대를 해체하고 부대원들은 다른 곳으로 전출 시켰다고 했다.
부대원 하나가 자신의 입에 총을 물고 자살하는 광경을 지켜본 중대장은
정신과 치료를 아직까지 받고 있다고 했다.

유중사의 이야기가 다 듣고 나자, 소름이 끼쳤다.
정말 그런 부대라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은 곳에 또 다시
세워진 부대라면... 생각하기도 싫었다.



약 2주 뒤에 알았지만 내가 탄약고 근무를 서던 중 보았던 하얀옷을 입은
사람은... 나만 본 것이 아니었다. 원래 근무를 서던 보병들도 보았고
가끔 사정상 근무를 나간 우리 부대 고참들도 보았다. 소문은 소문으로
끝나지 않았고 결국 정신 병원에 입원한 815부대의 중대장에 관한 이야기
까지 떠돌았다. 확실히 밝혀진 바는 아니지만(어떻게, 누가 알 수 있다는
말인가?) 그 중대장도 결국 자살을 했고 흰 옷을 입은 사람은 그 중대장일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흰 옷이 병원 입원복 같이 생겼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나도 생각해 보니... 입원복 같았던 것 같았다.

두 달 가까이 그런 소문이 떠돌고, 사병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결국 우리 부대 중대장은 하나의 결정을
내렸다. 부대 내에서 굿을 하겠다는 거다.
뭐 그렇다고 무당을 불러서 그런다는 것은 아니었고... 도사라나,
스님이라나 그런 사람을 불러서 제사 같은 것을 지냈다. (머리카락이
있던 것으로 봐서는 스님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일이 있은 뒤, 우리 부대에서 흰 옷을 봤다는 사람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나도 일병이 되었다. 이제 나도 면회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밑에 글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내 애인은 바로 그 친구다.
그 친구는 참 대단했다.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두 번씩... 일주일에
두 번씩 면회를 왔다.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찾아와 나를 만났다. 외출, 외박이 안될 때는 영내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꼴보기 싫어하던 고참들도 곧 우리 둘 사이가 각별한 것을
인정해 주었고 나중에는 같이 이야기를 하거나, 부대 내에서 같이 뛰어
놀았다. -_-;; 짬밥도 타서 애인에게 줄 정도로... 정말 잘 지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 이곳 사람들 참 친절해. "

" 그렇지? 모두 좋은 사람들이야. "

" 응... 그리고 이제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

" 응? 하하, 괜찮아. 이제 훈련도 적응이 되더라. 이 근육 보라니까. "

" 너 말고... "

" 에? 그럼 누구...? "

불안감...

" 저기 저 사람들 말이야. "

그녀가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탄약고 옆의
큰 나무가 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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