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7~8년 전 쯤에 친구 녀석 3명이서 컴퓨터 A/S 사무실을
차렸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끔 놀러가는 수준이였지만
차츰 녀석들과 술 마시다가 밤을 세고, 게임 하다 밤을 세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거의 거기서 살다시피 하는 생활이 되었더랬죠.
뭐, 당시에는 저도 그런 생활을 많이 했던지라 거부감없이
건물 화장실 문을 잠그고 목욕도 할 정도로... 담대해져 있었습니다. -_-+
아무튼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사무실에는 저 말고도 두어명 정도가 더 빌붙어서 먹고자고
하는 녀석들이 있었는데... 한 명은 친구고 다른 한 명은
아는 동생이었습니다. 헌데 친구 녀석이 용인 자연농원(에버랜드였던가?)
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늦은 시간에 사무실에 오거나,
아예 외박을 했습니다. 때문에 건물 관리인 아저씨께 부탁해서
대신 저희들이 경비를 서고(-_-;;) 후문의 셔터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 날은 한창 더웠던 여름이었고 창문을 비롯해서
문이란 문은 모두 열고 있었습니다.
저는 퇴근하자마자 사무실에 와서 골아 떨어졌습니다. 전 날 마신
술이 도통 깨지 않더군요. 그리고 얼추 새벽 쯤에 일어났는데
옆에 친구 녀석이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자고 있더군요.
그리고 동생 놈이 그 거대한 등짝을 보이면 파란 모니터 불빛에
의지해서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뭐 더운니까 형광등을 키지
않았나 했습니다. ( 형광등키면 정말 덥습니다.)
일어나서 뭐 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더운데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하기도 그렇고... 한 번 깬 잠이 다시 들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저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가기 전에 동생 놈에게
" 담배 두고 간다. 낼 와서 새걸로 사줄께. "
그랬더니 손짓으로 알았다고 하더군요.
사무실이 4층이라 걸어 내려오는데...(엘리베이터도 없었답니다.)
물론, 후문 쪽으로 갔지요. 셔터가 안 내려져 있더군요.
친구가 들어오면서 깜빡 잊었나보다, 해서 잠그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퇴근하고 다시 사무실에 갔습니다. 갔더니... 친구 놈이
저를 보자마자 따지는 겁니다.
" 얌마! 너 때문에 잠도 못자고 아르바이트도 못 갔어. "
... 이 자식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들어보니까, 녀석이 사무실에 오니까 후문 셔터가 내려져
있었더라는 겁니다. 어엌?
" 무슨 소리야, 임마! 어제 너 자는거 보고 나왔는데... "
제가 이렇게 반박하니까, 셔터 내려져 있어서 사무실에
올라오지도 못했는데 무슨 소릴 하냐는 겁니다.
갑갑하고 짜증나더군요. 그래서...
" XX한테 담배까지 주고 왔는데 뭔 헛소리야. "
그랬더니... 갑자기 XX=동생이... 저를 멀뚱히 보는 겁니다.
" 형, 저 어제 집에 갔는데요? 형 주무시길래, 다른 형들이랑
맥주 한 잔하고 다 집에 갔어요. "
어엌... 무슨 소리야. 이것들이... ㅜ.ㅜ
그래서 제가 자초지경을 설명했더니, 뻥치지 말라는 놈도
있고... 섬칫해하는 놈들도 있더군요. 내 옆에 자던 놈은
누구고, 불꺼놓고 책상 앞에서 게임을 하던 놈(담배를
받았던 놈)은 누구일까요...
그 날 담배는 발견 됐습니다.
XX=동생 녀석의 남방 상의에서요...
그런데 웃긴 것은... 술 마시고 집에 가는 걸, 친구들이
모두 봤다는 겁니다. 택시를 타고 가다 하나, 하나 내려
주었으니... 확실하겠지요.
과연 동생+친구들이 장난 친 것일까요?
아니라면 제 옆에서 자던 사람, 게임을 하면서 담배를 받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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