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요즘들어 근태가 좋지 않아, 술을 마시면 집이나 모텔을 잡지 않고 사무실에서
자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몇일 전에도 사무실 동료들과 술을 한잔하고는
바로 사무실로 갔습니다. 다반사다보니 경비 아저씨도 웃으면서 맞아주시더군요.
" 아저씨, 요 앞에서 사왔어요. 같이 드시죠. "
포장마차에서 사온 꼼장어를 꺼내 소주 한 병이랑 해서 같이 먹었습니다.
얼추 먹고나서 아저씨께서 손전등까지 주면서... 친절하게 말씀하시더군요.
" 불 키고 자. "
" 네~에. "
그리고는 사무실(8층)으로 올라와서... 바로 책상 위에 정장 상의를 깔고 누웠습니다.
금세 잠이 들었답니다.
시간을 잘 모르겠지만... 아마, 새벽 1~2시 쯤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누군가 제 등을 자꾸 끌어당겼다가... 밀었다가... 하는 겁니다.
으, 또 소름이 돋는군요. 전 처음에는 창문이랑 사무실 입구 문이랑 열어서
바람이 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만있다가... 슬슬 짜증이나더군요.
그래서 들춰진 옷을 내리려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등뒤로 팔을 휘저었습니다.
" 우당탕!! "
뭔가 격하게 넘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 어라? '
의자가 넘어진 것 같습니다. 귀찮아서 고개를 돌려서 확인도 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근데... 왜 잠을 자다보면 뒤치덕 거리지 않습니까?
새우처럼 측면으로 쭈그려자다보니 옆구리가 베겨서 반대편으로 누웠습니다.
그 때...
어떤 여자가 바닥에 주저앉아서 저를 쳐다봅니다.
그리고 저는 느낍니다.
' 이 여자 사람은 아니구나. '
근데 무섭지는 않습니다. 술이 취해선지... 아무튼...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아마 제가 등뒤로 팔을 휘저었을 때 맞고 넘어진 것 같았거든요.
" 미안해요. 사과했으니까... 그만 가주실래요? "
담담하게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쓰윽... 미끄러지듯이...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_-;;
그리고 저는 다시 깊이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깨우셔서... 머리감고 이 닦고 머리를 매만졌습니다.
간밤에 있었던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아침 조회, 회의를 마치고 흡연실로 향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직장 동료들에게 말을 하는데... 소름이 쫘악 끼치는겁니다.
당시에는 술이 취해선지... 어째선지 무섭지 않았는데...
동료들에게 말하는 순간 소름이 정말... 눈에 보일 정도로 돋더군요.
동료들 중 반은 꿈이었을 거다... 반은 청소 아줌마였을 거다...
아니다, 경비 아저씨가 여장을 했을 거다... 라고 농담들을 했지만...
글쎄요... 동료들도 기분이 묘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