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짱공을 안지 꽤 오래되었고, 이곳이 풍파와 소란을 겪을 때도 그냥 무심~히, 바뀌는 여러가지를 보면서도 그냥 무~심히, 암~말 안하고 자료만 받고 그럭저럭 살던 예비역입니다.
웃기는 것은, 제가 무서운글터에 이런 무서운 경험담들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는 거구요... -_-; 주로 조오기 위에 찰카닥과 공유실만 왔다갔다 했었기 때문에... 그러다 오늘 우연히 이 게시판의 글들 몇개를 추천, 조회 상윗순으로 읽다가 저도 모르게 추석 전날 시작해 추석 새벽 2시까지 장장 8시간 동안 모니터를 레이저를 쏘며 뚫어져라 쳐다보게 되었네요. 피곤함에 목을 비틀며 뚝뚝 거리고 컴퓨터를 끄려다가... 그냥 가기 뭐해서 제 군생활 시절, 엄청 놀라고 오금을 저렸던 기억 몇개 중 하나가 스믈스믈 중뇌에 올라와 박혀서...
글 한개만 남겨보렵니다. 글솜씨가 형편 없지만, 걍 이런 일도 있구나 생각하며 읽어주세요. 서론이 길었네요.
제가 군 입대한 건 2월이고, 자대배치는 3월인지 4월인지... 훈련 몇주하죠? ㅡ.ㅡ; 아무튼, 자대배치를 받았습니다. 군번은... 뭐, 꽤 빠른... 00년도 입니다.
요즘 듣는 얘기들과 다를 바 없이 나름 괜찮은 군생활이었지만, 약간의 구타와 조인트 정도는 있었고, 뭐 그런 것 쯤 감내하며 짬밥을 쌓아가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제가 상병 3호봉이었던지, 2호봉이었던지... 4호봉..? 여튼, 그쯤이었죠.
사회에서는 봄이고, 저희 자대에서는 겨울이던 시기였습니다. 대략 4월쯤... 나름대로 무적상병이란 쪼매난 자부심을 달고 살아가던 그 날 새벽. 불침번 근무자가 저를 깨웠습니다. 눈을 비비며 고무신 거꾸로 신고 도망간 X이 사준 시계의 라이트를 켜보니, 시간이 2시20분입니다. 저는, 한참을 멍...하니 가만히 있다가 불침번을 조용히 불렀습니다. 머리속으로 시간계산을 했던 것이죠.
"야...... 왜 깨웠어? 아직 20분 남았잖아......?"
그러면서, 이등병이던 저희분대 막내 불침번놈의 어리버리 실수였거니 생각하고 다시 침낭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저희 외곽근무 장소는 탄약고였습니다. 40분에 일어나 스키파카 하나만 걸치고 나가면 되기 때문에 총빼고 이것저것 해도 40분이면 충분한데, 교육이 덜 되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괘씸하게, 실수라지만 사수인 저를 먼저 깨운게 또 열받기도 하고... 아무튼 오성병장님들 주무시는데 큰소리 낼 처지도 아니고, 후임들을 때리고 괴롭히고 요런 성격은 아닌지라...... 포근한 침낭속에서 20분을 2000분처럼 느끼리!라고 되니이며 눈을 감고 있는데......
글쎄 이 불침번놈이 제 머리맡에서 군화소리를 조용히 내며 안절부절 못하는 겁니다. 저는 안되겠다 싶어서, 고개를 들고 작게 고놈을 바라보며 말했죠.
"야! 너 조용히 못......"
근데, 그놈이 거의 울상이 되어가지고는,
"XXX상병님, 탄약고에 이상한게 보입니다..."
라며, 애원하듯 저에게 말하는 겁니다.
"뭐?"
저는 그소리에 진짜 화들짝 놀라서 물이 흥건한 내무실바닥에 내복만 입은채로 점프해서 내려왔습니다. 저의 할아버지 군번인 98년 군번들이 제대하기전에 '탄약고에 귀신있다'며 낄낄대듯 장난인지 염장지르기인지 모를 소리를 해대던게 갑자기 생각이 난 것입니다. 저는, 눈에 보이는대로 아무 슬리퍼나 주어신고 그놈과 내무실 문을 나섰습니다. 내무실 문을 나서면, 중대 막사건물의 복도가 있고, 저희 소대의 문과 가까운 곳에 중대의 제2출입문이 있습니다. 원래, 불침번의 정위치 장소이기도 하지요.
저는, 머릿속에 멍~해져서 중대막사문에 딱 붙어서, 중대구호와 마크가 붙어있는 유리의 시트지 사이로 멀리 중대막사와는 연병장을 가운데에 두고 대대 가장 구석자리에 있는 이층높이의 탄약고를 주시했습니다.
꽤 먼 거리이지만, 꽤 좋은 시력으로 뚫어지게 눈을 비비며 한 10초동안 말없이 살폈습니다. 분대 막내놈은 뒤에서 헬멧을 덜그럭거리며 그런 저를 보고 있었구요.
탄약고... 4~5개의 큰 무덤처럼 생긴 벙커형식으로 되어있고, 모두 철문으로 굳게 이중삼중 잠긴 그곳. 그리고 그 정 가운데에 높게 솟아 있는 초소는 탄약고는 물론이고 탄약고 뒤의 담 뒤편과 논들, 산들까지도 감시가 가능한 탄약고 근무초소입니다.
밝은 달빛에 자세히 보이는 근무자들. 전혀 이상할게 없었죠.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던 저는, 그놈에게 말했습니다.
"야 XXX이. 뭐가 보이는데? 어디?"
그러자 그놈이 저에게 말합니다.
"탄약고에 근무자가 세명같습니다..."
"...뭐...?..?"
저는 다시 유리문에 얼굴을 바짝 대고 탄약고를 살폈습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숨이 거꾸로 차올랐습니다.
"흠헉...!"
저는 놀라서 뒷걸음질 치다가 불침번하고 부딪혔고, 한 이삼초간 그놈 얼굴만 멍하니 쳐다봤 습니다. 분명 제가 감지를 못해서 처음에 못봤던 것인지, 불침번 초소에, 근무자가 두명이 아니라 세명이 보이는 겁니다. 물론 약 200m 가량 떨어진 곳이라 그 형태만 확인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철모의 형태, 목선, 어깨선까지 보이는게, 분명 세명이 다다닥 붙어서 마치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당장에 어찌해야 되나 생각이 나질 않고, 빌어먹을 근무 어찌 나가면 좋을까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옆소대 불침번이 왔습니다. 저와는 같은 2월 군번 에 몇일이 늦던, 밤에만 서로 친구트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녀석에게 그 광경을 그대로 보여줬 습니다. 부산사투리가 유난히 심하던 그녀석,
"니 내복입고 뭐하는데? 뭐하노?"
하며 다가오던 그녀석. 유리문을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며, 저와 불침번 막내놈의 말처럼 진짜 세명인가 세어보는지 한참 그대로 있다가,
"음미. 진짜네? 진짜네??" 하며 웃는겁니다.
어이없게도, 저와 막내녀석이 다시 볼때는, 정말 감쪽같이 가운데의 사람형태는 온데간데 없고, 두명의 모습만 보였습니다.
<중략하고....>
행정반에 들어가 근무준비를 하면서 당직사관이던 신입 소대장 소위 XXX에게 총을 꺼내면서 아까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직병장은 없었고, 당직사관놈은 멀뚱히 제 얼굴만 보다가,
"뭔일 있음 무전쳐" (무전기 이름이 기억 안나네요. 손에 드는 작은거 있죠? 검은색..)
그러고 다시 엎드리고, 제 부사수놈은 뭔소린가 싶어 멀뚱멀뚱 저만 쳐다보고... 중대막사 밖으로 도축장 끌려가는 소처럼 나가니, 탄약고는 여전히 두명의 형태뿐이더군요. 탁약제거대 앞에 서있던 당직병장에게 가서 탄창을 받고, 이것저것 해서 인솔되어 탄약고로 걸어갔습니다. 점점 다가오는 탄약고를 보며, 혹시 잘못 볼만한게 있었나 하고 유심히 살폈지 만, 전혀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누가 진짜 들어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그럴 일이 있겠습니까? 아니 혹시, 물어보면 알 일이죠. 당직사령이나 당직부관, 혹은 어떤 간부가 술먹고 헬멧쓰고 들어가서 노가리라도 깠는지... 아니면, 진짜 뭐 잘못 본건지...
거의 다가와서 암구호를 놈들이 발사할 때 쯤 되니, 무서움이 사라지는게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왠고 하니, 곰곰히 생각을 더듬어 보니, 제 할아버지 군번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탄약고 귀신이란게 제가 본 그런게 아니고, 탄약고 근무를 서다 보면, 탄약고 초소 바닥 밑에서 발자국소리가 난다라는... 그런 거였기 때문이었죠.
"손드러! 움직임 쏜돠!" 놈들의 형식적 암구호에 멈춰서 손을 들고, 제 부사수가 암구호에 답하고, 초소로 묵묵히 올라갔습니다. 당직병장은 밖에서 대기하구요.
2층 초소에 올라가서 나무문을 열었습니다. 근데, 겨울인데 화끈한 바람이 휙 하고 얼굴에 닿는겁니다. 제 전번 근무자던 초병 두놈. 제 옆분대 일병 삼, 사호봉과 이등병하나, 얼굴이 사 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수인 일병놈의 손에는 무전기가 들려있었고, 그놈이 저에게 무전기를 주면서 말했습니다.
"XXX상병님. 무, 무전기가 안됩니다."
"왜? 순찰자한테 말해보지 그랬어? 말해놨어?" (순찰자가 한번씩 돌죠? 각 중대 당직사관과.. 각 중대 당직병장이...)
"아니, 그때는 됬거든 말입니다... 근데...."
"알았어 빨리 나가봐. 내가 볼게."
하고는 두놈을 떠밀었습니다. 그러면서 내려가려는 놈들에게,
"야. 근무때 초소에 누구 들어왔었어?"
하고 물으니,
"안들어왔습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그래...? .... 근데 꼭 늬들 사이에 누구 서있는것 같더라... ㅎㅎ"
하면서 당직병장이 빨리 오라는 성화에 놈들을 떠밀었죠. 내키지는 않고 다시 무서워지긴 했습니다만, 별 수 없었죠. 식은땀과 이상하리만치 후끈한 초소의 열기.... 무전기가 고장나서 어지간히 열 냈나보다.... 싶었죠. 내려가려는 놈들을 보며 무전기의 전원을 끄고 있었습니다. 다시 켜서 살펴보려는 거였죠. 그런데, 나가던 일병놈의 한마디 발사.
"근데, XXX상병님. 초소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 어머 쉬팔.
결론적으로, 무전기는 아무런 이상도 없이 잘 되었고, 제가 근무서는 동안은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불침번 후번근무자가 계속 탄약고를 제 부탁대로 주시해주었 는데, 그녀석도 별것을 보지 못했답니다.
이날, 저는 뜬눈으로 밤을 세웠고, 아침에 구보후에, 잠자리에 들려는 중대최고참이던 그날 당직병장에게 가서 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처음엔 싱글거리며 뭔소리하냐 하던 그 병장. 제 이야기를 한번 지나가듯 듣더니 다시 자세히 이야기해달랍니다. 그래서 막내 놈과 함께 자세히 그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 병장이 그러더군요.
탄약고에 새벽마다 아주 가끔 사람이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난다고요. 자기는 겪은 적 없는데 자기가 일병때 한번 크게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는 겁니다. 당시의 근무자는 너무 무서워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그래서 각 중대에서 사관들과 불침번, 간부숙소에서 자던 간부들, 당직사령까지 다 나오고, 오분대기조 출동해서 대대를 샅샅히 뒤지고...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기를, 그일 겪은 소대는 꼭 사고가 난다고... 그러면서, 아마 늬들이 본게 그 소리내는 무언가가 아니겠냐 하더군요. 그러면서, 나는 진짜 여기가 진절머리난다며...
"17일 남았다... 17일... 17일..."
그러며 침낭을 덮었습니다.
여튼 그일 후, 저와 막내 둘. 그리고 근무자 둘은 그 고참병장덕에 그일을 발설 안하기로 하고 부소대장에게만 털어놨습니다. 96군번이어서 그일을 잘 알던 부소대장은, 저희얘기를 정말 너무나 신기하게 받아들여줬고, 저희는 한동안 외곽근무를 교묘히 부소대장에게 지시받은 인사계 덕에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건이 두가지나 터졌습니다. 나름, 부소대장은 조심한다고 하며 진짜 신신당부를 했는데...
당시의 근무자이던 녀석 중 이등병 녀석이 소대에 적응을 못하고 약간 맛이 가서 의가사를 하고, 그일과는 무관했지만 소대원 중 한 명이 유격장 하강장 물에 빠져서 죽었습니다.
그일로 제가 좋아하던 저희 소대장님은, 앞길이 창창히 빛나고 또 사단장에게도 총애를 받던 장교였지만, 그냥 얼마후에 제대해야 했다더군요...
....괜히 혼자 글쓰는데도 무서워요. 제길... ㅠ_ㅜ 아무튼, 저 그 일 이후로, 제대하고부터는 강원도 쪽으로는 오줌도 안눕니다. 이 일 외에도 참 웃지못할 나름 무서운 일들 많았는데... 그시절이 그립지만.... 그 기억들만은 언제나 제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