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면서 솔직히, 귀신을 본적은 없습니다.
군시절에 이상한 것을 보거나 경험한 적은 몇번 있었지만
그것도 확실한 것은 아니고, 워낙에 무서운 이야기들이
돌고 도는 곳이 또 군대인지라...
뭐, 그냥 가위눌려서 헛것이 살짝 보였다거나...
예를 들면 아주 최근에...
천정에 개구리처럼 철썩 거꾸로 매달려서
고개를 뒤로 젖혀 저와 눈을 마주치는 요상한 여자를
보기도 했지만, 꺠보니 꿈이었나 싶더라구요.. -_-;
그런데 폴터가이스트라는 현상에 대해서 영화와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알게 된 지금.
한 10년 정도 전에 겪은 제 실화가 생각나서 글을 써 봅니다.
네입어에서 검색해보니, 보통 폴터가이스트라는게 사람의 염력에
의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귀신의 장난이라는 말도 있네요.
귀신의 존재를 어렴풋이 인정....(하고싶은 ㅋㅋ) 저로써는
후자라고 생각하구요. 뭐 제가 초능력이 있는지도 .. -_-
보통, 물건들이 날라다니고 움직이고... 유리창에 글씨가 쓰여지고
이런 현상들을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고 하나봅니다.
제가 폴터가이스트 현상 비슷한 걸 겪은 물건의 주인공은 오디오입니다.
아버지가 한 십오륙년 전에 구입하신 인켈 오디오였는데요.
당시물건으로는 꽤나 좋은 거였는지... 카세트테잎, CDP 그리고
그 뭐죠... 큰 음반 판 재생하는... 여튼 그게 같이 있는 녀석이었어요.
아버지가 그걸 한동안 좋아라 안방에 두고 즐기시다가 질리셨는지
제 방에 두셨었죠.
그렇게 몇년이 흘러, 음... 98년 내지는 99년 이었습니다.
당시 아파트 8층에 살았구요. 제 방은 그냥 좀 작은 편에, 침대와 책상.
그리고 오디오가 전부였죠.
뭐하고 있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당시에 SES 1집이었던가...
그 노래를 즐겨 들었던 것 같습니다. 여튼, 밤중에 오디오는
꺼놓고 자고 있는데, 오디오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더라구요.
노래소리에 깼고, 그냥 별 생각없이 일어나 오디오를 껐습니다.
그때 솔직히 좀 무섭고 놀라긴 했지만, 오디오 전원 코드를 꼽아 둔
상태였으니까 '아... 이 오디오가 갈때가 되었구나' 싶었죠.
고장난 줄로만 알았던 거죠.
그렇게 혼자 제방에서 그 오디오와 몇번 그 일을 더 겪었습니다.
그럴때마다 그 오디오를 발로 차고 손으로 때리고...
그러던 어느날, 그 오디오가 발악을 하더군요.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데 등뒤에서 저얼라게 큰 노래소리가
갑자기 터져나오는 겁니다.
볼륨을 그렇게 크게 해놓고 들을 이유가 없는데, 볼륨이 MAX로 가 있더라구요.
볼륨 버튼은 전원버튼과는 다르게 아날로그형식의...
휠 버튼이랄까... 조그셔틀? 아 모르겠네..
뭐라 하나요. 동그랗게 생겨서 돌려야 하는...
어찌 되었건 그게 왜 MAX로 가 있었는지, 자동전원ON 이란 이상한
현상이 겹쳐서 진짜 심장이 오그라들 뻔 했죠.
그일 이후로, 오디오 전원을 뽑아버렸답니다.
그리고는 얼마 안되어, 저는 친구들과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저희 집에 애들을 불러 모았구요.
그날 그 이상한 현상의 정점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친구녀석들과요.
친구녀석들도 그 오디오에 대해서 제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녀석은 아무도 없었는데,
그날 밤. 큰 밥상을 펴놓고 세명이서 서로 다른 과목 정리하기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노래가 켜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진짜 황당한 것은, 코드가 뽑혀있었단 사실이고...
더 놀라운 것은, 세명 모두 손으로 돌려야 돌아가는 볼륨 휠 버튼이,
스르르르 혼자서 MAX까지 돌아가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겁니다.
세명 다
'어 어... 어...?'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래소리에
서둘러 전원도 안들어와 있는 오디오의 파워버튼을 제가
눌러서 다시 꺼버렸답니다.
다시 켜지지는 않았구요. 전원이 연결이 안되어 있으니까요. -_-;
여튼 그때 제가 이랬죠.
'거봐. 진짜지...'
그 날, 시험공부도 그냥 계속 그 방에서 하고 머 다른 별일은
없었습니다.
오디오가 공중으로 날아다닌 건 아니지만, 이것도
폴터가이스트 현상 비슷한 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 오디오는 버렸고, 그 오디오의 장식장은
아직 저희집 거실에 살아 있답니다.
당시, 제가 하도 궁금해서 오디오를 분해해 봤는데,
전원이야 원터치 버튼이었으니까 속에서 어찌 고장났는지
알 방법도 없었고,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구요.
전원이 빠져있는데도 잠깐 켜진건
지금에야 말도 안된다 생각하지만, 당시 생각으로는
'전기가 기계 안에 남아 있었던 거 아닌가...?' 이렇게 대충
혼자 얼버무려 생각해버린 것 같습니다.
근데 분해결과, 볼륨버튼이 돌아간 건 정말 모르겠더군요.
스프링이나 태엽 비슷한게 있지 않은 건가 싶었는데, 그런건
없었고, 순전히 물리적인 힘이 가해져야만 돌아가는
형식이었거든요..
아 정말 아까워요.
그거 지금도 안버리고 가지고 있었으면,
TV에 제보해서 스타 한번 되보는 건데... -_-
그냥 겁이 많은 한 남자의 경험담이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