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군 시절 경험담

보라숑 작성일 08.05.06 09: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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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서론 빼고...

 

저는 강원도 양구에서 근무했구요.

 

2사단 수색대대였지욤.

 

 

00년 군번이라 군 시절 이야기들은 많이 가물가물합니다만,

 

무서운 이야기 몇개는 아직 생생합니다.

 

 

술마실때 친구나 여자애들한테 자주 해주곤 하는데, 실화래도 도통 믿질 않으니 -_-

 

 

 

탄약고 귀신이야기는 저희 중대나 아니면 저희 소대에만큼은 꽤나 유명했고...

 

특히 저는 아주 날이 바짝 서죠 그 일은..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었으니까요.

 

 

 

 

그 이야기 말고, 그냥 짧고 저 나름 무서웠던 이야기.

 

 

 

저희 수색대대는 늘 평상시 교육훈련을 대대 앞에 있는 306고지라는 곳에서 했습니다. 지금도 거기서 하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냥 산입니다. 야산인데.. 강원도이니까 산은 지천입니다만, 그 306 고지 밑에는

 

마음씨 좋은 큰어머니(그렇게 불렀죠 저는... 중후년의 주인 아주머니)가 운영하시는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교육훈련때문에 306고지에 올라갔을 때, 그날 따라 간부들은 없고...

 

별로 중요한 교육도 아니고, 당시 간부들이 바쁘던 때라...

 

 

그리해서 분대장이던 저는 다른 소대 분대장들과

 

고지밑 구멍게게 큰어머니댁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뭐... 이유야... 라면하나 끓여먹을까 해서죠.

 

 

고지에서 잘만 내려가면, 큰어머니 가게 뒤에 당도할 수 있을 것 같아 저희는

 

다른 소대의 분대장들에게 적당히 둘러대고는,  시간이 촉박했기때문에

 

서둘러서 길도 없는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수풀을 헤치고 가파른 산길을 미끄러져 내려간 저희는

 

겨우 가게 뒤에 도착했습니다.

 

 

가게에 도달한 저는 다른 분대장들과 그 가게 뒷뜰로 들어가서 뒷문을 두드렸습니다.

 

처음 뒷문으로 왔지만, 뭐 워낙 자주 먹었어야죠 그곳 라면을...

 

큰어머니도 반가워 하시려니 싶었는데...

 

 

그런데, 그날 따라 큰어머니 인기척이 없더군요.

 

낡은 문의 창문 너머로 보니, 큰어머니도 없고 허름한 가게 내부만 보이더라구요.

 

평소, 절대 가게 안에는 없어도, 집 자체를 비우지는 않으시던데.. 그날따라 주인아저씨도 안계신지

 

한 네댓번은 문을 두르리며 기다렸지만 인기척이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험한 산길을 다시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날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면서 가게를 도로가에서 보니, 계시더군요.

 

'에이.. 어디 갔다 오셨나보네..' 하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다음날, 토요일 오전 저는, 담장너머로 큰어머니를 불렀죠.

 

소리내어 부른건 아니고.. 손을 흔들면 문을 여시거든요.

 

저희 중대 뒷 담장과 큰어머니 가게는 불과 20여미터 거리였습니다.

 

큰어머니 가게가 위병소 앞 도로 건너였기 때문에...

 

 

한참을 손을 흔드니 문을 여시더라구요.

 

저는 평소처럼, 손가락으로 라면배달을 부탁드렸죠. 2개..

 

그러면 한 십분 후에 큰어머니가 봉지에 라면을 끓여서... 가져나오십니다.

 

천원이죠 하나에. 그 맛이 일품이기 때문에.. 김치에 계란 넣은 뽀글이..

 

 

 

라면을 받으며 제가 물었습니다.

 

'큰엄니. 어제 두시 세시쯤에 어디 계셨데요? 뽀글이 먹을라고 탈영했었는데..'

 

그러자 큰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어제 하루종일 있었는데에....?'

 

 

그래서 제가 어제 뒷문으로 와서 한 오분 문만 두드리다 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큰어머니가,

 

'우리집에 뒷문이 어딨데?'

 

이러시는 겁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큰어머니댁에 뒷문이 없다는겁니다.

 

....

 

 

 

저 병장전역을 앞두고, 말년휴가 나가면서 큰어머니댁을 들어가 보았습니다.

 

 

가게 물건 진열대 뒤로 분명 문이 있기는 있는데... 그 문은 방문이랍니다.

 

그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럼 그때 제가 본 그 가게안 풍경은 뭐였는지...

 

 

그제야 알고 보니, 큰어머니 가게 뒤는 사람이 내려오기 힘들게 되어 있고,

왠지 당시 제가 내려온 길이 아닌 것 같더군요.

 

 

엉뚱한 곳으로 내려왔으려나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워낙 깡촌이라 근처에 가게는 전혀 없거든요.

 

분명 초코파이도 보이고 보였는데..

 

 

 

 

그냥 지금도, 뭔가 착각했으려니 하고 살고 있습니다.

 

혹여 다른 민가에 내려가서... 민가안에 초코파이 쌓아둔걸 본 것인지도.. ㅎㅎ

 

 

 

 

 

아 글재주가 없어서.. 무서웠던 경험이었는데 나름..

 

웃긴 글이 되어버렸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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