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건 무서운 글은 아닙니다.
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되고
또 저 나름대로 나중에 생각하니
좀 재미도 있고 신통방통 해서 이야기해 봅니다.
왜 그런거 있잖아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햐... 그럴려고 내가 그랬구나" 라던가,
"이걸 안했으면 정말 큰일날 뻔 했네..." 라던가...
그런 류의 경험입니다. 뜨끈뜨끈한 얼마전 이야기. ㅎㅎ
제 동생은 89년생으로, 올해 20살입니다. 남동생이구요.
저는 예비군이 된지 오래 되었지만 녀석은 이제야 군대를 가야 하는 나이였죠.
동생 놈이 두어달 전에 헌병부사관에 지원했다가 예비 4위로 밀렸는데요.
그래서 포기하고 육군 전투병과 부사관으로 지원 다시 해놓고 있었거든요.
여튼 일주일 정도 전. 동생이 친구 만나러 오전에 놀러 나갔고,
저는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전화가 오더군요.
모병관이었습니다. 동생 녀석 오늘 날짜로 입대 가능하냐구요.
오늘 날짜로 입대 ..
오늘 날짜로 입대 ..
ㅋㅋㅋ 전화 받자 마자 웃음이 나더군요. 나중에 보낼 때는 눈물
찔끔 했지만 ;;;;
여튼 동생을 급하게 불러서 아버지와 통화한 뒤, 채비 시켜서
작별인사 하고 급히 군대로 보내버렸습니다.
한 두시간 걸렸나요. -_-
논산 쪽으로 간 것 같은데, 아직 편지가 안와서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육군 사병 훈련 5주 중 이제 이주차 접어들었겠군요.
끝나면 부사관 훈련 10주 들어 가겠구요.
재미있고 신기했던 이야기는 이제부터입니다.
불시로 통보받고 친구들 얼굴도 못보고
군대로 끌려간 불쌍한 내 동생.
첫번째로, 동생 녀석이 입대 전날 어머니가 집에 놔둔
돈을 말도 안하고 들고 나가서 머리를 자르고 들어왔습니다.
원래 짧은 머리긴 했지만 아주 알맞은 입대 대비 머리였죠.
물론, 담날이 입대통보일이란 것 따위 몰랐죠.
두번째는, 꿈인데요.
동생이 집에 전화받고 와서 해준 얘긴데,
꿈에서 돈을 받았답니다. 8만원짜리 지폐(??그런게 없지만, 받았다네요.)를
10장 받았다고 하더군요.
왠지 부사관 하사 초봉 비슷한 액수 아닙니까.
더 많나요. 잘 모르겠네요... ㅎㅎ;;
세번째는 어머니 이야긴데요.
입대 전날, 그러니까 동생이 머리 자르고 온 날,
평소 전혀 그런 적 없던 어머니가 갈비 먹으러
나가자 하셔서, 직장에 계신 아버지 빼고
어머니와 저, 동생 이렇게 세명이서 차끌고
점심에 갈비를 배가 터지게 먹고 왔다는 거죠.
정말 저희 집으로서는 세명만 나가는 일은 드물거든요.
거의 처음인 듯.. 아버지와 같이 나가기는 자주였지만... 음.
그건, 어머니가 동생 보내고 우실 때 생각난거죠.
어머니가 이러시더라구요.
그래도 어제 갈비라도 먹여서 보내니 마음이 좀 낫다구... 말이죰.
네번째는 아버지 이야기인데요.
아버지가 그날 차를 두고 출근하셨다는 겁니당.
그 차를 두고 가시게 되어서 아버지만 빼고 셋이서
갈비를 뜯을 수 있었죠.
.... -_-; 이거 쓰고 보니 별론 듯 한데...
근데 동생을 군대 보내고 난 형의 아픈 마음으로 생각할 때...
정말 신기하고 다행스럽고 좀 슬픈 우연의 일치같은 일이라서...
올려봐요.
억지로 짜맞추는 듯 하지만 한가지 더 하자면.
그 근래에 만날 밤낮이 바뀌어서 아침 9시에 자던 제가,
그날만은 전날 밤에 자서 아침에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는 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