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무덤에서 본 귀신 애기..

이호균 작성일 06.10.14 05: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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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글에도 써놨지만 전 어렸을 때 부터 귀신을 종종 목격하곤 했습니다.(코드 뽑힌
선풍기가 돌아간다던지, 과일을 깍아 놨는데 과일 씨앗 들만 벽 여기저기 붙어 있다
던지 갑자기 서랍이 열린다던지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은 빼고..)
어떤 일이 계기가 된 것 같은데 그건 나중에 써보고요. 어렸을 때 겪은 경험을
애기해 볼께요.

초등학교때 아이들과 한참 놀다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버리더군요.(그땐 컴퓨터라는
게 없어서 주로 동네 돌아다니며 장난질 하며 보냈죠. 로망은 BB탄 총..)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데 약수터를 지나 집으로 가던 중이였습니다. 그곳이 지름길
이라 자주 이용했는데, 길 오른쪽편에 약수터가 있고 쭉 따라 산등성이라고 해야하나?
그것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드문 드문 무덤들이 모여져 있었고 길을 따라가다 산쪽을
보면 그게 전부 보였죠.

깜깜한 밤인지라 어린 마음에도 무서운 생각이 들어 그 무덤쪽을 힐끗힐끗 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한쪽 무덤을 힐끗 거리고 지나가는데.. 무덤 위에 뭐가 보이
더라구요. 처음엔 왠 하얀색 천 같은 것이 무덤을 덮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무서운 생각도 들고 뭔가하고 자세히 봤죠. 둥그런 무덤 위에 하얀소복 입은 긴머리
여자가 올라 앉아서 이쪽을 보고 있는 겁니다...

처음엔 사람이야? 귀신이야? 이런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잠시 그렇게 뚫어지게 바라
보다가.. 사람이 왜 이 늦은 시간에 무덤에... 그것도 봉긋하게 봉우리를 만든 무덤자리
위에 앉아서 절 보고 있겠습니까..

덜컥 겁이 나서 죽어라 하고 뛰었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구요.
뛰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무것도 없더군요... 무덤도 지나갔겠
다, 이젠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잠시 숨을 고르며 걸었습니다.(무서웠긴 무서웠나 보죠.
그렇게 뛰고 쉬지않고 걸었던 것을 보면..어린 나이에.) 천천히 걸으며 다시 산쪽으로
고개를 돌려봤습니다. 아무것도 없더군요. 산등성이를 따라 뒤쪽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산 저쪽 뒤에서 하얀것이 펄럭거리며 뛰어오고 있더군요. 아니, 그 경사로를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옆으로 달려오면서 언덕이나 나무등에 전혀 부딪히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뛴다는 것 보다는 날라온다는 것이 맞겠습니다.

기겁을 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심장의 쿵쾅거림이 귓속에까지 들리는 느낌이였
죠. 죽어라 달렸습니다. 진짜... 그렇게 겨우 집 바로 앞까지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군요. 전 이젠 됐겠지하고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꽤 먼 거리를
어떻게 그리 뛰어 올 수가 있었는지...

집은 바로 앞에 보였고. 중간에 슈퍼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슈퍼 옆에는 위로 조
그만 경사와 함께 낡은 돌 계단이 있었고 그 계단 주위는 여러 잡초와 나무들이 전혀 손
질 안된 상태로 무성히 나와 있었죠. 그곳은 정말 대낮에도 빛이 전혀 안들어가 컴컴한
곳입니다. 그곳을 지나 슈퍼만 지나면 바로 집이였죠.

그렇게 그 골목을 지나가려고 하는데..

"흐흐흐흑...."

그 수풀이 무성한 골목에서 여자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순간 걸음이 딱 멈춰
지고..몸이 굳어 버렸습니다. 그 흐느끼는 소리는....

"흐흐흑...야옹~야옹~~응애~~응애~~ 꾸르르커커컥~"

이런 식으로.. 여자 울음소리와 애기울음소리, 고양이 울음소리 그리고 무언지 알수 없
는..도저히 표현이 안되는 그런 괴물같은 음성이 섞여서 한꺼번에 그 골목길에서 들려
오기 시작했습니다. 들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밤중에 아무도 없는데 들려오는 애기
울음소리, 여자 흐느끼는 소리, 고양이 울음소리가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근데 그 소리
들이 무슨 단체로 합창을 하는지--

몸이 굳어버리고 심장은 쿵쾅거리고... 무슨소리야? 누가 장난치나? 어떻게 저런소리가
한꺼번에 나오지? 저게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린가? 상상해보시면 얼마나 섬뜩한지 아실
겁니다. 아무것도 안보이는 어두운 곳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들...

이런저런 의문이 계속 솟아 오르고.... 등줄기가 오싹해지면서 식은땀이 절로 흐르더군요.
속으로 아..제발 누가 좀 지나가줘.. 늦은 시간이였는지 지나가는 사람도 없더군요.
한순간이였던 것 같은데 3시간은 지나간 것 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러다 저 멀리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더군요.

이제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도 못돌리고 오토바이가 어디서 오는지 곁눈질로 눈만 굴렸습니다.
그때... 그 골목의 조그만 나무 위에...개구리 자세 모양으로 앉아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흰 소복 입은 여자를 봤습니다.

'으아아아!'

눈앞이 환해지며 오토바이가 지나가더군요. 으아아 아저씨!! 비명지르며 오토바이를
놓칠세라 죽어라 따라 붙었습니다.

겨우 그곳을 지나칠때.. 조그만 소리가 들리더군요...

'아가야.. 다음에 날 보면 안놓쳐.. 오늘은 그냥 보내줄께..'


그 후로..그쪽 길로는 죽어도 안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 골목길은 어떻게서든 지나 갈
수 밖에 없었기에. (오후에 다니는 학원이 그쪽을 지나야해서)

그 골목을 지날 때가 많았는데,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그 괴물소리와 듣기에도
섬뜩한 소리가 종종 들리더군요. 몇번 듣다보니, 그것도 대낮에 들리는 지라.. 그 후론
별로 안 무섭더라구요. ㅋㅋ 걍 빨리 지나다녔지요..얼마후에 다른 동네로 이사가서 그곳
못 가본지가 한참 됐네요. 이상한게 친구랑 같이 지나갈때 친구한테 물어도 자긴 그 소리
가 안들린다고 하더군요. 저만 들리는... 말해도 믿지도 않고.


왜 제가 그런일을 자주 겪는지 참 이상하더라구요. 진지하게 무당이 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학창시절에 ㅋㅋ 지금은 머리가 커져서 그런지 귀신 못 본지
꽤 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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