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본 귀신-1

이호균 작성일 06.10.18 09: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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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칠성부대를 나왔고 대대 통신병이였습니다. GOP에 투입 됐다가 1년 기간을 채우고
철수해서 해발(맞나? 가물가물..GOP 아래.)에서 생활하기 시작했고 통신병 출신 분들
은 아시겠지만 통신병이 평소에는 부대 작업(전화선이나 CCTV, 조명 등)을 하다 훈련
이나 진지공사 등 2주 전, 2주 후 까지 욘니 빡쌔게 야전선을 깔아야하죠.

연대급만 가도 가설병이 따로 하지만 대대급은 통신병 개인 한명한명이 가설,교환,무전
등 전부 해야하죠; 그때도 연대 RCT때문에 빡쌔게 산을 넘어다니며 야전선을 깔고있
었습니다. 보통 밤 9시는 대야 부대에 도착하기 때문에 해는 이미 져버린 상태였고 저와
이등병 하나가 맡은 구역을 산을 넘으며 야전선을 깔고 있었지요....

전 이등병 녀석이 무거운 방철통(20KG이 넘죠;)을 메고 헥헥거리는게 보기 안쓰러워
잠깐 내려놓고 담배 한대 피자고 했습니다. 그 이등병 녀석이 소변 좀 보고 오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하고 담배를 태우며 잠시 쉬고 있었지요.

잠시 후에 그녀석이 돌아오길래 출발하자고 하고 다시 야전선을 깔며 산을 타기 시작
했습니다.

"임마 그쪽 아니야."

야전선을 깔때는 방철통을 멘 부사수가 앞에서 가고 뒤에서 사수가 야전선을 풀며
깔면서 가지요. 그래서 사수가 부사수에게 방향을 가르켜 줘야 합니다.

근데 이 녀석이 엉뚱한 곳으로 가더라구요. 그래서 그쪽 아니고 이 쪽으로 쭉가라고
가르쳐줬습니다.(야전선은 길이 아닌 곳에 깔기 때문에 사수가 방향을 잘 잡아줘야
합니다.)

근데 이녀석이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대답도 안하고 계속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겁니다.

"야이 새꺄 거기 아니라고 귓구멍에 x박았냐? 대답안해?"

안그래도 훈련준비 때문에 짜증나는데 이등병 녀석이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까 욕먼저
튀어나오더라구요; 근데 이녀석이 계속 대답도 안하고 앞으로 성큼성큼 가는겁니다.

방철통 멘 녀석이 발걸음이 빠르기도 하더군요. 날도 저문데다가 주위엔 온통 나무들
뿐이고 길도 험해 금새 안보이더라구요. 전 안돼겠다 싶어서 야전선이고 뭐고 그녀석
을 잡을려고 그놈이 사라진 곳으로 뛰어갔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가 않더군요.

전 깔던 야전선을 따라 갔습니다. 녀석이 방철통을 메고 있는 이상 야전선만 따라가면
잡을 수도 있고 멈출 수 밖에 없기에 야전선을 손으로 잡아 확인하며 따라갔지요..

속으로 잡히기만 해봐라 하고 이를 갈면서....어느정도 따라가다 보니 야전선이 팽팽해
지더군요.

"옳지 이새뀌 죽었어."

조금 더 전진하니 야전선의 끝이 보였습니다. 어이없게 어느 나무에 묶여져있더군요..

속으로 좆 됐다 싶었습니다. 이 새끼가 탈영했으면 전부 제 책임이기 때문에....

그때 부스럭 거리며 누가 오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전 손가락 후레쉬를 꺼내서 소리
나는 쪽을 비쳐봤습니다. 그 이등병 새끼더군요...

"야이 새끼야 미쳤냐? 쳐돌았어? 빨랑 안텨와!"

그 이등병이 움찔하더니 잽싸게 뛰어오더군요..

"야이 밎힌 쌍쌍바야 너 나 좆대바라 하고 일부러 그랬지?"

"........."

"십알롬아 이등병 쉑히가 벌써 군생활 지겹냐? 앙? 그래서 탈영할려고 한거냐?"

시간도 늦었고해서 부대에 가서 보자고 한다음 나무에 묶여진 야전선을 풀며 말했
습니다.

"야이 씹알롬아 너 때문에 야전선만 낭비했잖아. 야전선 모자르면 어떻할래? 니가
깐거 다시 걷어올꺼냐? 앙? 아나...야이 씹알롬아 묶을려면 제대로 묶지 결박도
아직 제대로 못하냐?"

"제가 결박한거 아닙니다..."

이등병이 쭈삣거리며 말하더군요.

"그럼? 내가 했냐? 야 이 색햐 니가 나 좆대바라하고 야전선 끊어다가 여기다 묶어논거
아냐?"

"...죄송합니다. 전 이상병님이 가라는데로 계속 쭉 갔습니다. 야전선 묶은 적 없
습니다..."

"이놈이 돌았나? 니가 아까 소변보러 갔다와서 내가 길 가르쳐주니까 계속 엉뚱한
데로 갔자나."

"..소변보고 담배피고 있는데 이상병님이 오셔서 가자고 하셔서 가르쳐주시는데로
계속 갔습니다.. 근데 뒤에서 따라 오셨는데 갑자기 앞에서 나오셔서 놀랐습니다.."

"무슨 소리야 임마? 내가 언제 그랬다고? 임마 내가 담배 다피고 너 소변보고 오길래
출발하자고 했자나."

"분명히 이상병님이 소변보는 곳으로 오셔서 가자고 하셨습니다..그리고 저 니퍼도
없어서 야전선 못 끊습니다..."

야전선은 안에 철심이 8개가(맞나?가물가물;) 박혀있어서 니퍼가 아니면 못 끊습니다.
돌맹이로 내려 치면 끊을 수도 있지만 그럴려면 시간도 오래걸리고 끝이 너덜너덜해지죠...

그리고 모든 니퍼는 사수가 들고 다닙니다. 야전선을 깔고 끊는 것이 사수가 하는 일
이라.. 작업전에 사수가 니퍼 갯수 확인해서 서로 챙겨가고요...

갑자기 오싹해지더군요...

"너 거짓말하면 죽는다 똑바로 말해봐."

그 이등병도 뭔가 느꼈는지 표정이 굳어지더군요..

"소변보고 담배피고 있는데 이상병님이 오셔서 '가자'라고 하셨습니다. 이상병님이
뒤에서 이쪽으로 가라고 하셔서 계속 갔습니다.. 야전선을 안 풀으시길래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한참가다 저기 바로 앞에서 기척이 없으시길래 돌아봤더니 아무도 없
었습니다.. 그때 이상병님이 앞에서 부르신 겁니다.."

그 소릴 들으니 오싹해지더군요..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씨벨...귀신인가보네..'

제가 따라간 것은 무엇이였을까요.. 또 그 이등병이 따라간 것은 누구였을까요....

전쟁으로 숨진 원혼이 아닐까...

GOP에서 본 귀신도 있고 당직스다 본 귀신도 있는데 내일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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