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인형화

잭바우어24 작성일 07.01.26 17: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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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링.."



철컥,



... 오늘도 지루한 하루의 시작인가



감겨오는 눈을 억지로 치켜뜨고



부랴부랴 화장실에 다녀온 후



교복을 챙겨입고



빵하나를 집어들고 집을 나섰다.



짜증난다. 이젠 정말 질린다.



엄마는 늦게 일어난 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끝까지 잔소리로 물고 늘어지며 날 편히 보내주지 않았다.



나역시 성격이 고분고분한 편이 못되서 엄마 말을 끝까지 받아치고 나왔다.



나의 아침은 대게 이렇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혼자 날 힘들게 키웠지만.



매번 다툼 후에야 후회가 되는 내가 싫다.



오늘하루도 기분 나쁜 시작이군..



학교에 갔다.



학교가 집 근처 15분거리이기 때문에 난 항상 걸어서 통학을 한다.



오늘도 역시 등교길에 수 많은 사람들을 마주쳤다.



평소와는 다른 관경을 보게되었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사람들에게 '표정'이라는것이 없다.



어찌보면 이 삭막한 세상에 웃거나 하는사람이 더 이상한거겠지만,



그건 좌절도, 슬픔도, 절망도 아닌, 말 그대로 표정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마치 기계가 구동하 듯이 눈한번 깜빡거리지 않고 조금의 오차도없는



일정한 패턴의 걸음으로 각각의 목적지를 향하여 걷고있었다.



이 괴기스러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어서 학교에 도착해서 친구들과 얘기를 하며 이 묘한 공포감을 떨쳐버리고 싶을 뿐이다.



학교근처에 다다르자 같은 학교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안면이 있는 친구들을 몇 명 만났지만, 그들 역시 표정이 없었다.



소리쳐 불러보았지만, 아무 대답 없이 학교로 향할 뿐이었다.



두렵다..



무엇보다 날 절망케 한 것은.



나의 가장친한친구인 녀석이 내옆에서 무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난 이녀석이라면 뭔가 답을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난 녀석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



"이 새끼야 뭔 말이라도 해봐. 너 까지 왜 이래"



난 녀석의 머리통을 세게 후려치며 소리쳤다.



...뭐지? 둔탁하다.



사람의 머리가 아니다.



굉장이 단단한 나무재질을 내려친 느낌이다.



..... 내친구, 아니 한때 친구였던 물체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그것의 몸이 흘러내리 듯 주저않았다.



이게뭐지?



실과 나무다.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의문의 짙은 한기를 느낀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곧 나의 공포감은 극도에 다달았다.


주변에 수 많은 '그것'들이 무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있었다.



왜 이제서야 보이는거지?



인간의 얼굴이 아니다. 목마디에 엉성한 박음질,



사람의 피부라고 하기엔 너무나 까칠한 표면,



대충 깎아놓은 듯한 어색한 이목구비..



그리고 동족을 죽인 것에 대한 분노..?



이 곳을 빠져나가야한다.



내 머리속엔 이 생각 뿐이다.



그것들이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잡히면 죽는다.



나는 모든힘을 다해 뛰었다.



얼마나 뛴지 모르겠다.



아마 태어나서 가장 오랫동안 뛰었을 것이다.



다행히 그것들은 더이상 쫓아오지 않는 듯 하다.



기력이 모두 소진 된 나는



인적이 드문 폐주차장 근처에 쓰러져 잠이들었다.



.....



"지이이잉"



내가 눈을 뜨게된건 핸드폰에 걸려온 전화 때문이였다.



시간이 제법 지난 듯 해는 저물고 적막한 밤하늘이 괴기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



난 폴더를 열어 전화를 받았다.



"XX야 너 정상이냐?"



믿을놈은 못되지만.. 내 친구놈이다.



나말고 다른사람들도 일부는 살아있다는 건가?



전에 그놈과의 교우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놈은 인간으로 살아있으니, 적어도 날 해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넌 괜찮냐?"



"씨X 무서워 죽겠다. 뭔일이냐 이게. 아침에 학교가다가 죽을뻔했다.
사람들이 왜그렇게 된거냐? X발 불다끄고 문잠그고있다."



삐삐..



젠장. 베터리가 다 떨어져간다.



"야. 베터리 다 나갔다. 내가 니네집으로 갈께, 그때 말 마저 하자.
이만 끊는다. 여기서 소리내서 좋을 거 없을 것 같다."



"빨리와라"



"그래"



"야! 배터리 나갔다며 암호는 007이다"



".. 알았다"



.... 살아있긴하군.. 인간으로.



난 조심스럽게 그놈의 집으로 찾아갔다.



도중에 몇몇의 그것들을 봤지만



그것들의 눈을 피해 그놈의 집앞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난 아주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집 안에서 아주 작은소리가 들려온다.



"암호는?"



"007"



철컥.



평소 사이가 달가웠던 놈은 아니지만.



이상황에서 또 다른 인간을 만났다는기쁨에



나는 더할나위없는 안도감에 한숨을 쉬었다.



그놈과 나는 그것들에 대해 꽤나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그것들이 무엇때문에 생기게 되었는가'에 대한 몇가지 괴추측을 내놨지만.



그녀석의 신빙성있는 목격담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조잡한 기계음 비슷한 것으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어색하지만 어긋나는 소리들로 한글을 사용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치 인간인냥,



전에 인간이었을때의 자신의 자리를 매꿔서 그 인간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놈과 나는 날이 밝았을때를 기약하며 만약을 대비해 각각 다른방에서 자기로했다.



"암호는 007이다"



"알았다"



우리는 약속하에 서로 방문을 잠궜다.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여러가지 생각이 눈앞을 스쳐간다.



이대로라면.. 그것들이 형성하는 사회가 오는건가?



이런 상황에서도.. 잠은 오나보다.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



둔탁한 소리에 눈을 떴다.



누군가 방문을 쌔게 내려치고 있었다.



"문..여..ㄹ..어.."



"누구야!!"



"나..ㅇ..ㅑ..XX..암..호..느..ㄴ..0..07"



인간의 소리가 아니다.



마치 기계에서 만든 단음을 길게 늘여말하는 것 같다.



불길한 느낌이 든다.



아니 이 느낌은 어느때보다 정확하리라 확신했다.



난 방 모퉁이에 눕혀져 있던 방망이를 꽉 휘어잡았다.



철컥



이미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나에게 칼을 들이댄다.



"하..ㅎ..ㅏ..ㄴ..ㅏ..야..니..친..ㄱ..ㅜ..히히..히히히"



난 잽싸게 몸을 뒤로 젓혀 칼을 피한 후, 방망이를 강하게 휘둘렀다.



그것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이어서 그것의 몸이 주저앉았다.



일종의 전염병일까? 아니면 무엇때문에? 대체 무슨 괴현상인가.



신은 세기말종말론의 편을 들어준 것일까? 이런 방식으로?



난 한가닥 희망을 안고 집을 향했다.



"엄마.... 제발........."



... 집에가는 도중 마주친 관경은..



이미 그것들에 의해 돌아가는 사회였다.



분명 어색하지만 인간의 거의 모든 양식을 재습득 한 것 같았다.



그것들을 피해다니다가 막다른 곳에 몰려버렸다.



그것들과 막다른 곳에서 마주쳤지만. 그것들은 그냥 날 지나쳤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더 이상 나에게 살의를 느끼지 않는 듯 했다.



난 꽤 오랜시간에 거쳐 집 앞에 도착했다.



"딩동...딩동..."



철컥



"ㅇ..ㅏ..들..와..ㅆ.니?...ㅇ..ㅓ.ㅁ..ㅁ.ㅏ..가..거..ㄱ.저..ㅇ..했...자.ㄶ..아..?"



내 앞엔 엄마가 아닌 그것이 서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정말 신이있다면 이래도 되는 것인가?



인간에게 이러한 재앙을.



어쩌면 타락할대로 타락해버린 인간에대한 죄일지도 모른다.



나는 정신없이 뛰었다.



이상하다.



정말이상하다.



울고싶은데.



정말울고싶은데.



눈물이나오지않아.



더 이상 저것들을 보고싶지 않다.



나는 썩 달갑진 않았어도 친구였던, 그전에 인간이었던 놈의 집에 갔다.



내가 갈 곳은 그 곳 뿐 인듯 했다.



그놈의 집에 들어가 그놈의 , 아니 그놈이었던 나무조각과 실들을 집밖에 내다 던지고,



그집에서 잠들었다. 잠에서 깨면 또다시 잠을 청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몇일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눈을떴다. 한쪽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뭔가 들어간 것일까.. 오랜시간 지속 된 무 료함은 날 무감각 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루했다. 이대로라면 목숨을 연명하는 것 조차 무의미할지 모른다.



문득 뭔가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세상의 정세를 알아야 했다.



TV를 틀어보았다.



"조각같은몸.ㅁ.ㅐ르.ㄹ원하십니ㄲ.ㅏ? 자ㅅ.ㅣㄴ.의.몸을머.ㅅ.지게조각해보.ㅅ.ㅔ요!
조각칼세트ㄱ.ㅏ 다.ㄴ돈3마.ㄴ9처.ㄴ원. ㅈ.ㅣ그.ㅁ저.ㄴ화.주.ㅅ.ㅔ요."



미쳤군..



그런데 왜 이렇게 몸이 뻐근하지?



손으로 몸 몇군대를 두드렸다



단단하다?



....아무 감각이 없어?



.....씨X



나는 거울을 찾았다.



거울은 현관앞에 있다.



...



나는 거울앞에 섰다.



"ㅆ..ㅣ....ㅂ...ㅏ..ㄹ.....ㄴ...ㅐ.ㄱㅏ....ㅇ...ㅙ....."



그곳엔 내가 아닌 온전한 인간의 눈 하나와 이미 반 쯤 동화되어버린 인간의 눈 하나를 가진



그것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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