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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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비가 왔나보다.
"악!!악!!!엄마...엄마...흑흑...”
여진은 거의 울다시피하며 길을 걷고있다.
"으~~짜증나,정말 미치겠네..아악!!!”
그녀는 길위의 뭔가를 찾듯이 유심히 바라보며 차마 걷는다고 하기엔
거의 서있듯,서있다고 하기엔 걷는 듯 그렇게 길을 가고있다.
그녀의 다리는 얼핏보기에도 후둘후둘 떨리고 있었으며 얼굴은 거의
공포로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 있다.
그러면서 여진은 뭔가를 찾다 발견을하면 그 자리에서 거의 꼼짝도
못하고 괴성을 꽥꽥지르다가 스스로 마음을 조절하고 용기를 되찾으면서
한발한발 내딛으며 앞으로 전진하고있다.
필시 다른 이들의 눈에는 그녀가 미친사람처럼 보일것이 틀림없다.
"어떡해...짜증나..흑흑...”
그녀는 고개를 들어 앞에 보이는 건물을 바라본다.
그녀의 전공하는과가 있는 공학관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진은 생각한다.
여기까지와서 그냥 돌아갈수도 없다.
그렇다고 공학관까지 가기에는 너무나도 험난하고 멀기만한 거리였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다짐한다.
'바로 코앞이다.힘내자!유여진!!!’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고 발을 한발 앞으로 내딘다.
"힝!!!”
하지만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아예 울음을 터트린다.
"엄마!!엄마!!나 어떡해...”
그녀는 울음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아예 멈추어 버린다.
"여진아!!”
반가운 목소리다.저쪽에서 현수가 달려오고 있다.
"현수야!!!”
여진은 이산가족상봉이라도 한 듯 현수를 애타게 부른다.
"으이구,이 바보야.내가 너 이럴줄 알고 너 찾아 다녔지..
지금 뭐하는거야?”
현수는 그녀를 살짝 흘겨본다.
여진은 그래도 흘겨보는 그가 마냥 반갑기만하다.
"현수야,나좀 데려다줘...”
"네가 애냐?내가 못살아!!”
말을 마친 현수는 곧바로 여진에게 등을 보인다.
그러자,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업힌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흘끔흘끔 그들을 쳐다본다.
"내가 못살아,정말 창피해서 이 학교를 그만두던가 해야지..
다 큰 애를 업고 다니고...”
"미안해..현수야.그리고 고마워...”
"시끄러!!!큭큭..어떻게 다 큰애가 지렁이를 무서워하냐?
길을 못 걸어 갈 정도로...”
현수는 그녀를 핀잔 주면서도 살짝 미소를진다.
공학관에 도착한 현수는 여진을 내려놓고 자신의 과 건물로 향한다.
"고마워.이따 수업끝나고 보자!”
여진은 얼른 공학관으로 들어간다.
.
.
.
.
.
여진은 유달리 지렁이를 싫어한다.
아니 무서워한다.
길을가다 지렁이를보면 순간적으로 식은땀이나고 발끝부터 저려오기
시작하여 그것은 다리로 점차 옮겨지고 허리까지도 아플정도로 몸에
이상한 변화가 온다.
그녀가 이렇게 지렁이를 싫어하게 된 동기는 아마도 어렸을적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도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장난을 좋아하고 곤충을 보면 호기심을
이기지못해 몸을 뜯어보거나 해부를 해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와 친구들은 지렁이 한 마리를 발견한다.
환대도 두껍고 아주 커다란 지렁이였다.
"와!!이 지렁이봐.정말크다..”
여진의 발견과 동시에 놀라는 말에 친구들이 달려온다.
"와!!이거 정말크다”
"와~~~정말이네”
모여든 친구들은 으레 그랫듯이 지렁이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지렁이는 꿈틀거리며 이 상황을 벗어나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더욱더 신이난다.
지렁이의 끝을 나뭇가지로 꾹꾹 누르던 혜인이 말한다.
"어?이게뭐야?얘들아 지렁이 안에서 왜 흙이 나오냐?”
"어?그러게..지렁이는 몸안에 흙밖에 없나봐..신기하다”
친구들은 신기한 듯 지렁이를 더욱더 꾹꾹 눌러본다.
요동을치던 지렁이가 점차 활기를 잃어간다.
"어?벌써 죽었나?”
신나게 누르던 혜인이 안타깝다는 듯 말한다.
그때 동우가 말한다.
"우리 형이 그러는데, 이렇게 커다란 지렁이는 죽으면 그냥 두면
안된데...”
"그럼 어떻게 해?죽으면 그냥 죽는거 아니야?”
동우의 말에 여진이 묻는다.
동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단한걸 혼자 안다는 듯 대답한다.
"어~형이 그러는데.이렇게 큰 지렁이는 죽으면 하늘로 올라가서
용이된데..그래서 자기를 죽인 사람에게 찾아가 원수를 갚는데..“
"정말?그럼 어떡해?”
혜인이 겁먹은 표정으로 묻은다.
여진도 동시에 겁먹은 표정이 된다.
동우가 말을 잇는다.
"그래서 큰 지렁이를 죽이면 여기 이부분있지?”
아이들은 동우가 가리키는 곳을 들여다본다.
그곳은 환대였다.
아이들은 그곳이 환대라는걸 나중에 학교에 들어가서야 알게 되었다.
"이부분을 자른다음에 죽인 사람들이 이곳에 침을 뱉어야한데...
그래야 지렁이가 그냥 죽고 용이 되지 않는데...“
"아~그렇구나.”
동우의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기로 한다.
지렁이는 정말 죽었나보다.
짓이겨진 앞뒤로 모래를 내뿜은채 꼼짝하지 않고있다.
동우가 환대를 나뭇가지로 자르기 시작한다.
그러자 지렁이가 약하게 꿈틀댄다.
"어?지렁이 아직 안죽었나봐!!”
여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괜찮아,어차피 죽을꺼야.”
동우가 대답하며 하던일을 계속한다.
지렁이는 금새 환대가 잘라져 두동강이 난다.
"자!얘들아,나 먼저 침 뱉을께,퉷!.”
동우가 먼저 자신있게 지렁이의 환대 부분에 침을 뱉는다.
그 순간이었다.
미미하게 움직이던 지렁이가 요동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지렁이는 지금까지 조용하게 있던건 장난이었다는 듯 그렇게 마구잡이로
요동을친다.
지렁이가 요동치는 모습은 지금 갓 잡아올린 장어를 기절도 시키지
않은채 껍질을 벗기는 것 보다 훨씬 더 신나게 요동을 친다.
"꺄아~~~~!!!!!”
여진과 혜인이 동시에 비명을 지른다.
동우도 깜짝놀라 뒤로 콰당하고 넘어진다.
지렁이는 이에 질세라 더욱더 거세게 몸부림을 친다.
흡사 자신의 환대에 묻은 동우의 침을 떼어내기라도 하듯 마구마구
요동을 친다.
아이들의 눈에는 그런 지렁이의 모습이 너무도 충격적이었고 너무나도
무서웠다.
"으아악~~~!!!”
괴성을 지르며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도망을 간다.
집에 돌아온 여진은 그날 밤 악몽을 꿔야만했다.
커다란 수족관에 여진이 빠져버렸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지렁이가
수족관을 꽉 채우고있다.
너무 놀라 수족관을 빠져나오려하자 그럴수록 지렁이들은 여진을
잡을것처럼 마구 몸부림을 쳐대며 그녀의 온몸을 감싼다.
밑바닥이 보이지도 않는 커다란 수족관을 그녀는 계속해서 가라앉는다.
가라앉지 않으려 미끌미끌한 지렁이를 손으로 잡는다.
요동을치며 지렁이들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다.
수족관을 꽉꽉 메운 지렁이들이 그녀의 눈,코,입,귀등으로 물밀 듯이
기어들어온다.
그렇게 끝없는 수족관 밑으로..밑으로.. 가라앉으며 모든 구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지렁이를 맞이해야했다.
.
.
.
.
.
"현수야!!우리 맥주한잔하자.”
"맥주?좋지.”
수업이 끝난 여진과 현수는 호프집으로 향한다.
맥주가 나오자 둘은 힘차게 잔을 부딪치며 맥주를 마신다.
"아!!이시려!!”
"왜그래?”
시원한 맥주를 목으로 넘기던 여진이 얼굴을 찡그리며 잔을 내려놓자
현수가 묻는다.
그녀는 한쪽 턱을 손으로 감싸며 말하다.
"이상해.현수야 너 내가 얼마나 이가 튼튼하고 좋은지 알지?”
"그럼 알지”
여진의 말에 한모금 더 맥주를 넘기며 현수가 대답한다.
"근데 요즘에 이렇게 가끔 이가 시려.”
"썩은거 아니야?”
"글쎄...모르겠어.”
"한번 병원에 가봐,네가 아무리 이를 열심히 잘 닦아도 완벽하게
닦는건 무리야.”
"그래야 할 것 같아.이렇게 가끔 이가 너무 시려서 아무것도 못
먹을때도 있어.”
말을 마친 그들은 다시 한번 잔을 부딪쳐 맥주를 마신다.
여진은 또한번 얼굴을 찌푸린다.
"여진아,너 지렁이 무서워하는거 어떡하냐?하루이틀도 아니고...
비올때랑 비온뒤는 항상 그러니 걱정이 태산이다.
항상 내가 옆에 붙어다니며 업어줄수도 없고...“
"그러게 말이야...현수 너한테 고맙고 너무너무 미안해...”
다시한번 맥주를 마신 여진이 말을 잇는다.
"이 세상에서 지렁이가 없어졌음 좋겠어.완전히...정말 필요도 없는
지렁이..제발좀 없어져 줬으면 좋겠어...“
그녀의 얼굴이 자뭇 심각해진다.
집에 돌오온 여진은 씻기위해 욕실로 향한다.
열심히 이를 닦다가 문득 이가 시린 곳을 혀로 대본다.
아마도 뽑지않은 사랑니가 말썽인 것 같다.
입속끝에 있는 사랑니에 혀가 가까스로 닫는다.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 같다.
이가 썩어서 패여있거나 그런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며칠후,일요일이고해서 여진과 현수는 오랜만에 영화를보고 점심을
먹고 있다.
여진은 오늘 본 영화에 대해 한참 떠들고 있다.
"영화 재밌지?난 정말 공포영화가 제일 재밌더라.아~~이번 공포물은
올해 내가 본것중에서 제일 괜찮았던 영화인 것 같아,그렇지?“
"핏!지렁이도 무서워하는애가 어떻게 공포영화는 좋아하냐?널 위해서
내가 나중에 영화감독이 되어서 지렁이를 주제로 한 공포영화를
만들어야겠다.큭큭...“
현수의 말에 여진은 화가난다.
"현수야!넌 그렇게 우습니?내가 지렁이를 무서워 한다는게 그렇게
우습냐구?네가 내 맘을 알아?나처럼 어떤것에 대해 공포를 느껴본적이
있냐구!!“
"어!..여진아,미안해.난 그냥 장난을 한건데...기분 상했다면
미안해...”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렁이 따위 정말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흑흑...”
저주스럽다는 듯 말을 내뱉은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현수와 헤어져 여진은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문득 이가 시리다는 느낌이 든다.
이놈의 이가 또 말썽인가?
여진은 슬며시 사랑니 쪽으로 혀를 대본다.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 같다.
그순간,여진의 혀에 무언가가 닫는다.
미끌미끌하면서도 끈적끈적한 느낌...
“!!!”
갑작스런 공포와 함께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그것은 이내 사랑니 안으로 쑥 들어가는양 사라지고 만다.
'뭐지?뭐였지?’
여진은 다시 혀로 사랑니를 열심히 건드린다.
그러나,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다.
한동안을 그렇게 시도해보던 여진은 자신의 착각이었겠지 하고
그만둬버린다.
'잘못 느낀걸꺼야...’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본 여진은 한숨을 내쉰다.
이렇게 비가오면 여지없이 땅위로 지렁이들이 꿈틀댄다.
비가 그쳐도 소용없다.
땅이 마르기 전까지는 지렁이들은 땅위에서 꿈틀거린다.
학교에 갈 생각을 하니 여진은 벌써부터 공포에 온몸이 떨린다.
기분도 그렇고 오늘은 학교에 가지말까한는 생각이든다.
그러다 오늘 기말에 포함되는 중요한 레포트를 낼것이 있다는걸
깨달은 그녀는 곧 포기를하고 세수를 하기위해 화장실로 향한다.
버스를 내린 여진은 심호흡을 크게하고 서서히 발을 내딛는다.
여전히 눈은 땅위의 지렁이를 찾기위해 이리저리 굴린다.
예전에 땅위에 있는 지렁이가 너무도 보기싫어 앞만보고 걷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발밑을 바라보니 커다란 지렁이가 여진의 신발에
깔려 버둥대고 있었다.
여진은 그날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해야만했다.
그녀는 다신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곳곳을 살핀다.
헌데..이상한 일이다.
교문을 들어서고 공학관이 가까이 오도록 지렁이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끔찍한 지렁이를 보지 않는 것이 너무도
다행스럽다.
"여진아!”
돌아보니 현수가 뛰어오고 있다.
"헉헉...일찍나온다는게 늦었네.”
급하게 달려왔는지 현수는 계속해서 가뿐 숨을 내쉬고있다.
"비가 와서 나 때문에 왔구나?근데...오늘은 이상하게 지렁이가
안보여서 잘 걸어왔어.”
"그래?지렁이가 안보여?다들 여진이를 위해서 이사갔나?”
"그러게...”
곧,여진과 현수는 수업후에 만나기로 하고 각자의 강의실을 찾아간다.
강의를 들으며 여진은 잠시 생각에 빠진다.
"왜?오늘은 지렁이가 없을까?이상하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특히나 여진이 강의를 받는 공학관은 학교에서도
제일 끝에있는 산을깍아 건축한 곳이기에 지렁이가 유독 많은곳이다.
그런데,오늘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생각을 한 그녀는 다시 강의에 집중하려한다.
순간!!,입안에서 무언가가 꿈틀댄다.
"!!!!!”
여진은 어제의 공포가 다시 덮쳐오는 느낌을 받는다.
그와함께 그녀의 몸에 소름이 돋는다.
발바닥부터 점점 마비가 되어오는 느낌을 받으며 그 마비는 점점
다리를 타고 올란간다.
곧이어 척추가 부러질 듯 아파오고 손이 저린다.
식은땀이 흐른다.
그녀가 원하지않게 몸을 덜덜 떨며 입안의 그 무언가에 집중된다.
그것이다!어제 혀에 닿았던 그것이다.
끈적끈적하고 미끌미끌한 그것!!!그것은 사랑니로부터인것 같다.
천천히 움직이던 그것은 다시 사랑니로 들어가듯 사라진다.
"!!!”
여진은 온몸이 얼음처럼 얼어붙어 움직일수가 없다.
온몸엔 식은땀이 비오듯 흘렀다
'뭐지?잘못 느낀건가?뭐지?!!!’
그녀는 그대로 쓰러진다.
여진은 단지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고 곧 퇴원한다.
현수가 걱정하며 빈혈에 좋다는 약을 사다주고 몸에 좋은 것만
먹여주면서 호들갑이다.
"괜찮아..현수야..빈혈이 뭐 큰병이라고.여자들은 대부분 약간씩은
빈혈이 있어.”
"그래도 넌 쓰러졌잖아..”
"미안해.앞으로는 조심할께...”
현수의 모습을 보자 고맙고 미안하다.
'그래,현기증 때문에 내가 잘못 느낀걸꺼야...그럴꺼야...’
이후로 여진은 지렁이를 단 한번도 발견할 수 없었다.
밝은 날은 물론이거니와,비가오고 비가 온 다음날도 여전히 지렁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긋지긋한 공포와 맞닦트리지 않는다는
것에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느낀다.
그러나,간혹간혹 입속 그 무언가는 자꾸 여진을 괴롭혔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것은 자신의 착각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매번 입속무언가의 만져짐에 그녀는 그때마다 기절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여진은 병원 신세를 지고있다.
병원에서는 여전히 약하게 빈혈이 있다고 한다.
또하나를 굳이 덧붙이자면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는 것이다.
"여진아...자주 이래서 어떡하냐?수업도 제대로 못받고...”
링겔을 맞고 있는 여진을 바라보며 현수가 걱정스런 눈길을 보낸다.
현수의 말에 그녀는 그의 눈길을 피해 슬며시 고개를 돌린다.
'내 착각일까?내가 예민해져서 그런걸까?그런걸까?만약...만약 내
착각이 아니라면 뭘까?..“
긴 생각을 하다 여진은 잠이든다.
꿈을꾼다.그런데 어디선가 보았던 꿈이다.
어렸을적 여진이 꾸었던 악몽이다.
여진은 여전히 커다란 수족관에서 그곳을 꽉 채우고 있는 지렁이와 함께
서서히 밑으로..밑으로.. 빠지고 있다.
"아악!!!!”
"여진아!!”
여진이 벌떡 일어나자 현수가 놀란다.
그녀의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여진아!!왜그래?괜찮아?무슨 않좋은 꿈꿨어?”
그녀는 그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채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팔에 꽂힌
주사 바늘을 뽑아버린다.
"여진아!뭐하는거야?”
현수가 말렸지만 주사바늘은 이미 그녀의 팔을 빠져나와, 그 자리엔
억지로 바늘을 뽑았다는 걸 알수있도록 피가 베어나오고 있다.
여진은 얼른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내달린다.
"여진아!!어디가?”
그녀가 나간 곳으로 곧바로 현수도 따라간다.
병원을 나온 여진은 곧바로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향한다.
한발늦게 놓친 현수도 택시를 타고 그녀가 탄 택시뒤를 따른다.
집에 도착한 여진은 바로 들어가 현관문을 ‘쾅’하고 닫아버린다.
그리고,자신의 방에 들어가 구석으로 몸을 가져가 웅크리고 앉는다.
그 무언가가 여진을 공포로 몰고있다.그 공포에 제대로 있을수도 없다.
"악!!!~~~~~”
여진은 갑자기 비명을 질러댄다.
"쾅!쾅!쾅!”
뒤따라온 현수가 문을 세차게 두드린다.
"여진아!!여진아!!문열어!!여진아!!!”
"아~악!!!악!!!!~~~~~~~”
여진은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댄다.
현수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며 여진을 불렀으나 그녀는 꼼짝않고
비명만 질러댄다.
한참을 불러대던 현수는 여진의 집을 뒤돌아 어디론가 뛰어간다.
잠시후 열쇠수리공과 함께와 현관문을 따내려한다.
그와중에도 여진의 비명소리는 계속해서 들린다.
"아저씨!빨리좀 해주세요!!”
현수의 목소리가 점점더 다급해진다.
"덜컹!”
이윽고 문이 열리고 현수는 곧바로 여진의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현수가 여진을 와락 껴안는다.
“악!!~~~”
그녀의 비명은 멈출줄을 모른다.
“여진아,괜찮아,괜찮아,이제 진정해..진정해...”
현수는 그녀를 안고 등을 토닥인다.
한참후에야 비명이 멈추었다.
현수는 아무말없이 여전히 등을 토닥이고 있다.
그리고도 긴 시간이 흐르고야 여진이 입을 연다.
“현수야...나 무서워...”
현수는 아무말없이 그녀의 말을 듣는다.
그러나,그는 묻지 않는다.그 무엇이 여진이 너를 무섭게 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더욱 여진을 힘들게 할꺼란 생각에 오늘은... 묻지
않기로 한다.
잠시후,여진이 괜찮다며 그리고 고맙다며 이젠 가보라고 한다.
하지만 현수는 이대로 그냥 갈수가 없다.
하필 오늘같은날 여진의 부모님이 여행을 가셨고 여진의 언니도 늦는다.
“괜찮아..현수야...이젠 정말 괜찮아...”
그는 발을 돌릴수가 없었지만 그녀의 완강한 고집에 이윽고 일어선다.
“정말 괜찮겠어?너희 언니한테라도 일찍 들어오라고 내가 전화해줄까?”
“아니...아니야..너무..너무...피곤해...자고 싶어..”
“...그래.그럼 푹 쉬어라...”
현수는 여진을 침대에 눕히고 조용히 방을 나선다.
집을 나선 현수는 그녀가 한숨 푹 자고 나면 괜찮아 질꺼라는 기대와
함께 발걸음을 무겁게 옮긴다.
침대에 누워있는 여진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있다.
한동안을 천장을 응시하던 그녀는 무언가 크게 결심한 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선다.
그리곤 바늘을 찾아 크게 심호흡을 하고 화장실로 향한다.
‘터벅..터벅..’
유난히 화장실까지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이윽고 화장실로 들어선 그녀는 거울 앞에 선다.
다시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한다.
가만히 거울속의 자신을 노려보던 그녀는 갑작스레 입을 크게 벌린다.
그리고 안쪽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사랑니를 뚫어지게 들여다본다.
그곳엔 언제 그랬는지 썩어 구멍이 나 있다.
그녀는 관찰하듯 그곳을 계속해서 바라본다.
있다!!!무언가 있다!!!
사랑니위로 약간은 거무스름 하면서도 약간은 벌건 그무언가가 나와
이리저리 꿈틀대더니 다시 ‘쏙’ 하고 그곳으로 들어가 버린다.
순간 여진은 깜짝놀라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녀의 눈에 커다란 눈물이 뚝 떨어진다.
잠시후 여진은 다시 결심하듯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입을 벌린다.
그 무언가가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가지고 온 바늘을 천천히 사랑니로 가져가 그곳의 구멍에
들이민다.
그리곤 바늘로 구멍을 이리저리 휘젓는다.
바늘에 찔려 약간 피가 나왔지만 이에 개의치않는다.
한참을 휘젓자 바늘끝에 무언가 푹하고 꽂힌다.
그녀는 천천히 바늘을 위로 끌어올린다.
순간,그녀는 비명을 “꽥”하고 지르고 싶다.
그러나,그것은 목구멍에서만 빙빙돌뿐 입밖으론 나오지 않는다.
구토가 밀려 올라온다.
바늘끝에 꽂혀 꿈틀거리며 무언가가 딸려 올라온다.
그녀의 손이 벌벌 떨리며 딸려 오는 그것을 계속해서 빼낸다.
그것은 계속해서 요동을친다.아마도 바늘에 찔려 아파서 그런 것 같다.
계속해서 빼내고야 그녀는 그것의 정체를 안다.
지렁이다!!지렁이다!!지렁이다!!지렁이다!!지렁이다!!지렁이다!!지렁이다!!지렁이다!!지렁이다!!지렁이다!!지렁이다!!지렁이다!!지렁이다!!
그녀는 “아~악!!!!”하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입밖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입을 다물수도 없다.
목으로 넘어가지 못한 침이 그녀의 입가를 타고 흘러내린다.
위에서도 요동을 치며 음식물을 밖으로 꾸역꾸역 내보내고
심지어는 그동안 지켜왔던 순결하고 깨끗한 그곳에서도 스멀스멀 무언가가 기어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느것도 다시 넘길수가 없다.
계속해서 음식물과 침이 입가로 질질질 흘러내린다.
그러한 것도 잊은채 그녀는 계속해서 바늘에 꽂힌 지렁이를 빼낸다.
그것을 빼내자 사랑니의 구멍으로 무언가가 또다시 빼족히 내민다.
역시 지렁이다.
이제는 그녀가 빼내지 않아도 그것들이 알아서 꿈틀거리며 빠져나온다.
한 마리가 나오자 또다시 한 마리가 나온다.그리고 또...그리고 또...
끝도 없는 것 같다.
한없이 나온다.아니 흘러 나온다는 말이 더 어울리듯 하다.
계속해서 쏟아지듯 나오는 지렁이는 벌써 화장실 바닦을 꽉 채우고 있다.
그리고도 모자른지 계속해서 나온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그냥 멍하니 보고만 있다.
위속에 있던 음식물은 모두 나왔는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이제는
지렁이가 마치 물놀이를 즐기듯 뚝뚝 떨어지는 침과함께 떨어진다.
그녀의 의식은 더 이상 정상인의 것이 아니다.
그저 멍하니 그것들을 바라보기만 한다.
화장실은 벌써 반이나 지렁이들로 가득하다.
도대체 그것들이 모두 여진의 몸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알수 없다.
아니 현재로는 알고 싶지도 않다.
단지 멍하니 그것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지렁이들은 이윽고 화장실을 꽉 채운다.
그러자 그것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이젠,여진의 몸은 화장실에 꽉 찬 지렁이들에게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사랑니에서 나온 지렁이들은 다시 그녀의 모든 구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간다.
그녀가 지켜왔던 순결한 구멍도 지렁이 앞에선 어쩔수가 없었다
처x막을뚫고 좁은구멍을 지렁이들은 비집고 들어간다
여진은 의식을 서서히 잃어간다.
끝없이 밑으로...밑으로...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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