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마을, 서리 12편

달콤상상 작성일 07.03.28 03: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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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해줘."
"그래, 뭐가 궁금한데."
"아빠가 알고 있는 거 모두."
"글쎄 어떤 거."

뭐라고 말해야 할까. 뭐라고 말해야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난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혹시 서리라는 마을에 대해 아는 거 있어? 그냥 조금이라도."

아빠의 대답은 너무나 쉽게 나왔다. 그렇게 말해야 당연하다는 듯이 내뱉은 말이 나에게는 꽤나 충격이었다.

"응. 할아버지 고향이잖아. 그런데 니가 거길 어떻게 아니?"

알고 있다는 것이 의심스럽다는 듯이 아빠가 말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행동이다. 아빠의 상식으로는 나와 같은 또래가 서리를 알기에는 너무 젊었고, 없어지지 않았다 해도 촌구석에 처박힌 손바닥만한 마을을 거의 모를 것이다.
결국 그랬다. 서리와 할아버지는 어쩔 수 없는 관계가 있었다.

"그럼 한가지만 답해줘. 서리가 지금은 없어진 거 알지? 왜 없어진 거야?"
"......"

아빠가 갑자기 정색을 하는 바람에 털이 곤두섰다. 왜 그러냐 라는 말을 어찌 함부로 꺼내지 못 할 정도로 정색을 하고 있었다.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 분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아빠가 정색하는 이유는 아마도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1분도 안되어 아빠가 다시 말을 꺼냈다.

"몰라."

이 또한 어름장 같이 매우 차가웠다. 나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내가 서리에서 겪은 것을 모두 아빠에게 들려주었다. 아빠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내가 겪은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자 아빠의 어름은 순식간에 녹아 증발이 되어 버렸다.

"조용한 곳으로 가자. 이곳은 너무 시끄러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방음벽도 설치 되어있는 손님방이었다. 아빠와 나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곳은 손님방보다 조용하지 않았다.

"나도 아버지에게 들은 것 뿐이야. 아버지가 왜 내게 그런 말을 해줬는 지 모르지만 어린 나에게는 굉장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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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매우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욕심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서로 도우면서 살았다. 이 마을에 가장 특이한 점은 바깥세상 -이를테면 마을 밖- 에 나가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죽은 후에서야 갈 수 있는 저세상이 마을 밖 어딘가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아무대도 나갈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마을 입구에는 지옥길 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래도 이 마을은 하나의 규칙을 세웠다. 역할을 가구마다 분담을 해서 하나의 사회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었다. 하나의 공장이 자유롭게 퍼져있는 형태인 이 규칙으로 마을 사람들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더구나 이들은 마을 안에서 나는 것 만이 모든 것인 줄 알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이 사회의 구성을 깨트린 자는 형벌에 처했는데 그것은 마을에서 퇴출 당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죽음을 택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어차피 살아서 저세상에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이 사화의 구성을 깨트린 자가 나타났다. 그는 나의 아버지었다. 아버지의 가족이 맡은 것은 쌀이었는데 몇 해 동안 쌀이 여물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모든 책임을 아버지가족들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쌀을 맡은 가구는 아버지가족 뿐만 아니었지만 가장 많은 면적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멸시를 받아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 안에서 구할 수 있는 몇가지 안되는 식량중 쌀이 가장 많이 차지했으니 마을 전체가 굶는 것도 다반사였다.
사건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아버지는 15세였는데 그런 마을 사람들에게 반항심이 생겨 부엌에서 가져 온 불씨를 남의 논에 던졌다. 불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두명의 어린아이가 불에 타 죽었다. 불이 산으로 번져 나가려 할 때 마침 내린 비때문에 몰살을 막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했다는 사실이 들통나자 사람들은 아버지를 즉각 형벌에 내리기로 했다.
아버지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의 할머니는 손이 닳도록 용서를 빌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냉정했다. 그렇게 해서 아버지는 마을 밖을 나가는 최초의 사람이 되었다. 저기 저세상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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