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에 대한 나의 기억 -1-

엔초비 작성일 07.06.23 00: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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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4살의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요즘 날씨가 점점 더워지네요. 벌써 종강하고 남들 놀고 있을 때, 저는 이제 서야 밀린 과제하고 있습니다. 성적 나오기 전에 빨리 제출해야하는데. ㅠ_ㅠ

머리나 식혀볼까 하고 들렸다가 저도 제 이야기를 풀어 놓아보려 합니다.


 저는 사실 귀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믿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변함이없구요.

귀신을 봤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제가 본적은 없기떄문이죠.(본적이 딱 한번 있는데 봐도 못믿겠습니다. -_-;;) 그저 막연하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쪽 분야에 겁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다만, 저는 시체를 무진장 싫어합니다. 도로에 깔려있는 고양이 시체를 비롯해 붉은색 피를 가지고 있는 모든 생물의 시체를 아주아주 싫어합니다. 싫어하는게 아니라 무서워 합니다. (벌레 시체정도는 손으로 주워서 버립니다.ㅋㅋ) 

 

  서론이 많이 길었습니다. 닭치고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_^

2005년 여름 (6월달인지 7월달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워낙에 사건들이 많았던지라.)

저는 당시 전경으로 부산 oo경찰서에서 군복무 중 이였습니다. (경찰서 관할이 참 잔범죄도 많구 소란스러운, 고담시 같은 동네였습니다.-_-;;) 총 20명 남짓한 인원으로 경찰서 정문근무에 경찰 행정보조에 출동에... 일자체가 어려운건 없었지만 인원부족으로 인해 내무반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이 쪽쪽 빠져가고 있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상경(육군으로 말하자면 상병)의 계급으로 어느정도 짬이차서 경찰서 상황실에서 보조업무를 하고있었습니다. (말이 보조 업무지 실제 경찰들은 티비나 보면서 심심하면 컴퓨터로 고스돕치고 일은 제가 다했습니다.) 인원이 부족해서 24시간 근무 24시간 휴식으로 당비당비 제 후임과 맞교대를 했는데 그래도 야간에 3시간정도 내무반에 가서 자고 오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날도 아침 9시에 후임과 교대후 근무를 하고있는데 강력수사팀(예전에는 형사계, 강력계 였는데 제가 근무할때 폭력수사팀, 강력수사팀으로 나뉘었습니다.)에 어떤 반장님께서 헐레벌덕 오시더니 메모지를 주면서 여기 적혀 있는 내용 그대로, 발생보고서를 하나 만들어 달래더군요.

귀찮은 마음에 컴퓨터앞에 앉아 메모지를 보니 관내 살인사건 발생에 관한 내용이였습니다.

 

 내용인 즉, 몇일 전 도난당한 택시가 버려진채 발견 되었는데 그안에서 젊은 여자가 여러차례 칼에 난자 당한채 발견,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추정되며 주변인물을 통해 탐문수사중.

살인사건이 터지면 해결을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 관내에 있는 경찰서 직원들은 참 골치가 아픕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도 내가 근무하는 관내는 절대 안된다. 다들 이런 심정이죠. 아무튼 저는 서둘러 발생보고서를 쳐서 지방청에 보고 하고 하루종일 그 일로 관련하여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근무내내 담배한대 제대로 못피고 떡이되서는 밤10시쯤 달콤한 3시간의 휴식을 취하러 내무반에 올라가던 길이었습니다. 배가 출출해서 정문입초에가서 후임들하고 통닭이나 시켜먹을까 하고  정문에 들렀는데 주차장에 택시가 어정쩡하게 주차되어 있더군요.

 

   나: 저 택시 모냐? 안그래도 주차장 좁아 터지는데 차좀 제대로 대라고 하지.

후임: 아 저거 말입니까? 아까 강력수사팀 어떤 부장님이 무슨 살인사건 증거물이라고  오늘만 나두라고 하셨습니다.

        내일 강력수사팀 앞으로 옮긴답니다.

  나: 아~ 저게 아까 그 택시구나!

 

그리고 택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후임: 000 상경님!!!! 그 택시 보지마십쇼!!! 안에 완전 피바답니다.

   나: 헉!!!!

 

저는 그 말을 듣고 가던 걸음을 멈췄습니다. 다행이 보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택시안 풍경이 리얼하게 상상이가더군요.

덕분에 통닭이고 뭐고 먹고싶은 마음이 싹사라져서 곧장 내무반에 올라가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새벽1시에 일어나서 아침 9시까지 마저 근무서고 다음날은 거의 하루종일 잤습니다.(이게 당시 제 생활이었습니다. ㅠ_ㅠ)

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후임과 교대를 하고 왠일인지 별로 일이없어 띵가띵가 책이나 읽다보니 어느새 자러 올라갈 시간이더군요. 내무반에 올라가기전에 담배나 한대 빨아야지하고 생각없이 경찰서 뒤뜰로 향했습니다. 뒤뜰은 강력수사팀이랑 유치장면회실이 있는곳이기도 하며 민원인들이 담배필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이기에 민원인들도 없고 조용하니, 괜시리 감상에 젖어들더군요. 불빛 이라곤 강력수사팀 창문으로 희미하게 새어나오는게 전부였습니다. 어두운데서 혼자 벤치에 앉아 청승맞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담배를 피고있는데 왠 택시가 저 구석에 서있었습니다.

 

 가끔 영화를 보면 영화속 인물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의 정체를 찾아 꼭 어두운 지하창고나 다락방에 올라가죠? 그때마다 관객들은 참 답답하죠. 아니!!! 거길 왜가!!?? 귀신나오는거 뻔한데!!!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그 택시가 살인사건 이 일어난 증거품라는걸 문맥상 당연히 아실겁니다. 그런데 하루종일 근무를 서다보면 날치기에 주취자 행패,자살의심자 발생 등등. 어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도 기억이 안납니다. 저는 속으로 아니 택시를 왜 여기다 세워놔!!(워낙 쫄병시절때 민원인 주차문제로 고참들한테 많이 맞아서-_-;; )하면서 키가 꽂혀있는지 확인하려고 아무생각 없이 그만 안을 들여다 보고 말았습니다.

 

  조수석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는데, 왜 사람이 한곳을 응시해도 시야각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물체들은 인지할수 있지 않습니까. 세상에 뒷자석에 왠 여자가 누워 있는 겁니다.  순간 아차 했습니다. 뒷좌석 유리창이랑 시트가 어두워서 그 색깔은 확실치 않지만 짙은 색깔의 액체들로 온통 범벅이 되있는 것이었습니다. 온몸에 혼이 빠져 나갈만큼 놀래서 떨고있는데 뒤좌석 여자가 벌떡 일어나는게 보였습니다.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조낸 달렸습니다. 저는 놀라면 입에서 쌍욕이 나옵니다. 혼자 오메!! ㅆㅂ !!  을 외치면서 뛰어가는데 아까 담배피던곳에 왠 민원인 남자가 있더군요. 어찌나 사람이 반갑던지 저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담배를 다시꺼내 물었습니다. 사실 무서워서 그 사람옆에 있고 싶었습니다. 그러던중 그 남자가 먼저 말을 걸더군요.

 

남자: 저 불좀...

   나: 아~ 네! (얼른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여줬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니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남자: (남자는 담배를 깊게 빨더니 하늘에 대고 한숨을 쉬듯 연기를 내뿜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연신 말없이 담배만 피고 있는데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남자: 진짜 너무들 하는거 아닙니까?

   나: 네!?

남자: 피해자 가족들 슬픔은 생각안하고 이렇게 몇일동안 오라가라 해도 되는 겁니까?

   나: 저기 저는 경찰이 아니구 여기서 군생활하는 전경이라 저한테 말씀해봤자 소용없어요.

남자: 아~~!! 군인이세요?

   나: 네.

남자: 고생이 많습니다.

   나: 뭐 그렇죠~ㅋ

 

다시 대화가 끊겨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남자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남자: (한숨을 깊에 내쉬더니)내는 여자친구 죽었는데 벌써 3일째 불려다니면서 이러고 있습니다. 참내 ㅆㅂ

 

남자는 놀랍게도 피해자 여성의 남자친구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봤던 귀신인지 헛것인지 모를 그 여자의 정체보다도 이 남자와의 짧은 시간이 미치도록 소름끼치고 무서웠던것 같습니다.

 

2편은 내일 다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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