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아빠. 내가 오늘 병원에서 자고 갈테니까. 오늘 아빠는 쉬어요. 응. 알았어요.”
Y대학 병원 앞에서 영도는 아버지와 통화를 끝내고 병실로 갔다.
영도의 어머니는 얼마전에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지금은 회복단계에 있어서, 아직 일주일은 더 병원에 있어야 했다. 아버지와 영도는 교대로 어머니의 간병을 하고 있었고, 오늘은 영도가 어머니와 함께 병실에서 잘 것이다.
“엄마. 이제 허리는 좀 괜찮아?”
“어, 많이 나아졌네. 야 진작에 할걸 그랬다.”
어머니와 영도는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밤을 보냈다.
“꺄악-!”
비명소리에 영도는 잠에서 깨야했다.
“아~ 진짜 누가 이렇게...남들 다자는 밤에...”
하다가 창밖을 보고는
“밤이 아니고... 아침일찍부터 누가 매너없게 시끄럽게 굴어?”
표정을 찌푸리고는 병실문을 열었다.
병실문을 여는순간 복도에서 확 풍겨오는 피비린내... 아직도 복도 여기저기서는 비명소리가 들렸고, 영도는 뭔가 끔찍한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영도는 곤히 자고있는 어머니를 깨웠다.
“엄마. 나 잠깐 나갔다올게. 무슨일 있으면 전화해. 핸드폰 엄마 베개옆에 있어.”
“영도야 아침일직부터 무슨일이니... 아직 학교갈시간도 멀었는데...”
“아냐 금방 갔다올게.”
“어 그래... 엄마는 졸려서 좀더 자야겠다.”
영도는 병실밖으로 나와서는 비명이 들리던 쪽으로 갔다.
비릿한 피냄새는 복도 안쪽으로 가면 갈수록 진해졌다.
‘4병동 쪽인가?’
원래 밤에는 병동간 문이 잠겨있어야 되는데 4병동쪽 문이 열려있었다.
영도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4병동 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갔다. 복도를 지나려는데 코너를 도는 순간, 어떤 사람과 부딪혔다. 별로 심하게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저쪽사람이 뒤로 넘어가버렸다. 영도는 얼른 사과를 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어?”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 뭔가 이상해보였다. 얼굴에는 온통 피칠갑을 하고, 눈에는 눈동자가 거의 희미해져서 마치 눈동자가 없는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복도 저쪽에는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그 사람 뱃속의 내장을 꺼내어 먹고있는 듯한 몇몇 사람도 보였다. 역시 그 사람들도 눈동자가 희멀걷고 피부는 창백하다 못해 회색빛이 돌았다. 영도는 속이 울렁거렸다. 그리고 소름이 돋았다. 자기 목숨을 위협받는 듯한 위기감에 몸이 저절로 떨렸다...영도는 뒷걸음질로 그 사람에게서 몇발자국 물러났다.
그 사람...아니 괴물체(라고 하는 표현이 정확해 보였다.)는 넘어진 상태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켜 영도의 다리를 붙잡았다. 영도는 놀라서 얼른 발로 괴물체의 얼굴을 차버리고는 도망치려했다. 4병동 문쪽을 보니 다른 괴물체 세 마리 정도가 영도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어머니가 있는 3병동 복도쪽에서도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영도는 그제서야 영도를 깨운 그 비명소리의 정체를 알았다. 괴물체들은 잠들어있는 환자들을 공격한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영도는 옆에 있는 소화기를 들고는 4병동 문앞에서 다가오는 괴물체중 하나의 머리를 강하게 가격했다.
-카작!
뭔가 부숴지는 소리가 나더니 괴물체 하나는 골로 가버렸다. 소화기를 다시 높이 들어서 나머지 두 괴물체를 향해 던지니 힘없이 넘어져버린다. 그 틈을 타서 영도는 재빨리 어머니가 있는 병실을 향해 달려갔다. 병실의 반대편 복도 여기저기서는 비명소리가 터져나오고, 괴물체들이 내는듯한 이상한 신음소리도 들려왔다. 병실문을 여니 어머니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엄마! 빨리 일어나~!빨리!”
“응? 왜 무슨일이니?”
“아 병원이 이상해. 빨리 여기 빠져나가야되.”
“아침에 의사오기로 되있어서 못나가.”
“아~진짜! 빨리 나와!!”
영도의 표정을 보고 어머니는 심상치않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은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신었다.
“빨리 갈아입어! 어? 저기 하나 온다! 엄마 빨리!”
“다입었다. 무슨일인데 그래?”
병실문을 열고 복도를 나서면서도 어머니는 여전히 어리둥절해있었다.
“저기 저거~! 저게 막 사람들 죽이고 다닌단말야!”
복도끝에서 이미 괴물체가 하나 절뚝거리면서 걸어왔다. 영도는 어머니의 팔을 혹여나 놓칠까 싶어 꽉 붙잡고는 병원 서편 비상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다행히 서편에는 괴물체가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영도는 여전히 불안했다. 병실이 12층에 있었는데, 1층까지는 한참인데 내려가다가 그 괴물체와 만난다면, 게다가 아래에서 올라오고 위에서 내려온다면, 여지없이 갇히고 말게 되는 것이다.
영도는 역시 계단으로 계속해서 내려가다가는 갇힐수도 있고, 또 서편으로 내려가더라도, 일반적으로 병원은 정문을 제외하고는 다 문을 다 잠궈놓기 때문에 1층 서편에서 정문까지 한참을 가야했다.그동안에 또 얼마나 많은 괴물체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10층에서 각 병동이 다 모이는 중앙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중앙엘리베이터는 정문에서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영도는 일단 10층으로 내려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서 정문을 통해 탈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0층 중앙 엘리베이터앞에 섰다. 다행히 괴물체는 보이지 않았다. 1층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통해 탈출을 성공한 모양이다. 영도는 불안했다.
1층....
2층......
3층.....
영도는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느렸던가 싶었다. 동쪽 복도끝에서 또다시 비명소리와 함께 괴물체가 내는 신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딩 동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벨소리가 들렸다. 일단 몇발자국 떨어져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다행이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타고 1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의 닫힘버튼을 영도는 빠르게 계속해서 눌렀다. 1초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문이 닫히는 틈새로 괴물체가 비적거리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어머니의 표정이 겁에 질려있었다. 어머니는 대충 어떤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한 모양이었다.
한참을 내려가는 동안 영도는 어머니와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영도는 엘리베이터가 지금 몇층에 있는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5층.....
4층....
3층....
2층....
-딩 동
1층에 도착했다. 자동문이 잠겨있었다. 문을 발로 차도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럴수가... 착오가 생기자 영도는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곧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탈출할 문을 찾아봤다. 그때였다.
“박사님! 이쪽입니다!”
병원 동쪽문에서 두사람이 뛰어들어와서 곧장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영도는 얼른 소리쳤다.
“위로 올라가면 위험해요!”
두사람은 듣지 못한 듯 그냥 올라가버린다.
병원 동쪽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영도는 어머니와 함께 복도를 달렸다. 유난히 복도가 길게 느껴진다. 복도 양쪽에 있는 문 하나하나가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문을 열고 아까 그 괴물체가 언제든지 튀어나올 듯 하다. 간신히 동문을 나오니 그때서야 영도는 마음이 놓인다. 그제서야 영도는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달렸는지 느꼈다. 한참동안 숨을 돌리고 나서는 어머니를 안심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헉 헉...엄마. 이제 괜찮아. 많이 무서웠지? 응?”
“아까 그건...대체 뭐였냐.”
“몰라...뭐야 그거... 무서워... 일단 택시타고 여기서 벗어나자. 허리는 괜찮아?”
"진작에 다 나은 상태였다. 그놈의 의사가 계속 잡아놔서 그렇지." 하며 어머니는 웃음지었다. 영도도 이제 마음이 놓여서 그런지 어머니의 얘기에 웃음지을수 있었다.
병원앞이 큰길쪽이라 택시를 쉽게 잡을수 있었다.
“택시!...이대앞 럭키아파트로 가주세요!”
차를 타고 병원을 출발하면서, 영도는 병원안에 아직 남아있을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영도가 방송실로만 갔었다면, 방송을 통해 병원사람들을 깨워서 병원밖으로 탈출시킬수도 있었을 터였다.
택시가 반대방향으로 가기 위해 유턴을 할때, 동문쪽에서 아까 두사람이 마구 뛰쳐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한사람은 주저앉아서 병원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본다.
영도는 다시 택시를 세워서 내렸다. "어디가려고?" 어머니가 영도를 불안한 표정으로 붙잡는다.
"아냐 엄마. 일단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들 이랑 얘기좀 하고 갈께. 금방 갈거야. 걱정말구. 아빠랑 먼저 집에 가있어."
"안되! 빨리 엄마랑 집에 가자!"
"아 진짜! 안위험할꺼야. 병원에 안들어갈께. 내가 미쳤다고 병원안에 들어가겠어? 일단 경찰들 오고나서, 집에 갈께. 금방 갈꺼야."
"빨리 와야되. 알았지? 약속해."
영도는 어머니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고 택시를 보냈다.
병원 앞에 두사람은 아직도 병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다 의사로 보이는데, 가운에 피가 많이 묻은 사람이 주저앉아있는 사람에게 무언가 열심히 얘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