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사가 병원으로 조사하기 위해 들어간 후 김형환 조교는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자, 일단... 여러분, 물론 여러분이 보신 기억들이 무척이나 끔찍하다는 것은 잘 압니다. 일단... 우리는 저 병원 밖에 있고, 이제 여러분들은 안전합니다. 곧 많은 경찰들이 와서 이 상황을 해결하고, 다치신 분은 치료받을수 있을껍니다... 아 그리고 방금 다치셨다는 숙녀분이..?”
한 여자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저예요. 그놈들이 내 팔을 물었어요. 다행히 떨쳐내고 피하긴 했지만... 피가 많이 나요.”
김형환 조교는 그 여자 곁으로 다가가서는 상처를 살펴봤다.
“흐음... 박사님! 이것좀...”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던 정박사가 꿈에서 깬듯한 표정으로 김조교를 바라봤다.
“무슨일인가?”
“여기 이분의 상처가 조금 이상합니다.”
“어디 한번 볼까... 아. 안심하십시오. 저는 Y대 의대 교수입니다. 안심하시고, 제게 상처를 보여주십시오....흐음... 이거...”
여자의 팔에 찢어진 상처 주변이 회색빛으로 변해있었고, 주변에는 보기 흉한 핏줄이 서있었다.
“일단 지켜보기로 하죠. 지금 병원안으로 들어갈수도 없으니... 약품도 여의치 않고.”
반가운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경찰차 몇 대와 엠뷸런스 한대가 온것이다.
경찰들은 신속하게 폴리스라인을 치고 수사 준비를 하였고, 한 중년의 남자가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여러분, 우리는 서대문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아... 저는. 강력 2반 노병수 형사라고 합니다.”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고는, 말했다.
“박환도 형사가 지원요청을 해서 일단 왔습니다만, 워낙... 신고내용이 믿기지 않는 내용이라서... 지원병력을 빼내는데 애좀 먹었습니다... 허허, 아, 그리고 여기 환자가 있다고 하시길래...”
“여기 있소, 우리가 부축하여 가겠소.”
김형환 조교와 정교수가 그 여자를 부축하여 엠뷸런스로 데려갔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 환자를 받았다.
“아니...정교수님 아니십니까?” 의사가 정성옥교수를 알아보고는 얼른 인사부터 했다.
“그렇네. 아...자네는 길병원의 심허성이구먼? 우선 이 환자가 급하니... 아니, 됬네 이 환자는 내가 보는게 좋을꺼 같으이...”
병원으로 출근하는 사람들과 병원안에 환자를 간병하러 온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는데, 경찰들이 병원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통제하였다.
이른 아침부터 무슨일인지 싶어서 온 구경꾼들과 학교 수업을 들으러 온 Y대 학생들까지 와서 벌써 병원앞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무슨일인지 싶어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 탕.
- 탕, 탕 탕!
병원 안에서 몇 번의 총소리가 났다. 사람들은 놀라 엎드리고 고개를 숙였다.
“이봐, 안에 상황이 안좋군! 뭐하나? 반으로 나눠서 한쪽은 밖에서 상황을 통제하고, 나머지는 날 따라서 병원안으로 들어간다. 각자 정비할시간 2분 줄테니까, 총하고 탄환 충분히 챙겨서 간다. 알겠나?”
아까 그 총소리 때문인지 더 많은 구경꾼들이 병원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지금의 경관수로는 부족한 듯 보여 영도와 탈출한 사람들중 젊은 남자들까지 같이 나서서 자동차나 사람들이 병원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게 되었다.
구경꾼들 중에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가족도 있었는데, 자신의 아들, 자신의 남편 혹은 아내가 있다고 미친 듯이 울부짓으며 진입하려는걸 막느라고 경관들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구경꾼중 하나가 영도에게 물었다.
“안에 인질이 몇 명이나 잡혀있나요?”
대부분의 구경꾼들은 이게 무슨일인지 파악도 못하고 있었고, 그저 인질극 쯤으로 아는 모양이었다.
“인질이 잡혀있는게 아니구요...”
영도는 설명을 해주려다가 어차피 말해도 구경꾼들은 믿지 않을게 뻔해서 그만뒀다.
“야튼간에 여기 진짜 위험하거든요?”
“좀더 구경하다 가지 뭐. 서울시내에서 인질극 구경하기가 쉽나? 근데 협상은 안해요? 원래 영화에서 보니까 인질범하고 협상같은거도 하던데...”
영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노병수 형사와 경관들은 우선 간단히 정비를 하고 정문을 통해 돌입했다.
노병수 형사가 맨 앞장서서 중앙 로비를 경계하며 다른 경관들을 인솔하였다.
-딩 - 동...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도착하는 소리였다. 노형사는 총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겨누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사람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손들어!”
“아 쏘지 말아요! 저예요 저! 환도!”
“덕환이는? 덕환이는 어쨌어? 새끼야!”
“서... 선배는 할일이 있다고 했어요... 아니 아니 그것보다 급한일이... 빨리 피해요!”
병수와 경관들 뒤쪽의 중앙계단의 문이 열리면서 괴물체들이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뭐...뭐야? 저건...소...손들어!”
병수형사가 외쳤다. 하지만 괴물체들은 계속해서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 탕! 탕! 탕!
몇몇 경관들이 겁에 질려 총을 쐈다. 괴물체는 몇군데 총을 맞았지만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걸어나왔다. 그 뒤에도 끊임없이 많은 괴물체들이 계단문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사격중지!'를 외치던 노형사가 괴물체를 보고는
“이... 이런 총을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저거 도대체 뭐야?!”
질린표정으로 말했다.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예요! 일단 사격해! 어서! 뭐해!”
겁에 질린 환도는 총을 꺼내 괴물체의 머리를 겨냥해 쐈다. 총을 세방이나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던 것이 머리에 한대 맞자 그대로 뒤로 고꾸라져 버렸다.
“야! 너 미쳤어?! 박환도! 너 미쳤냐고!”
“안미쳤어요! C바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라니까!”
이미 박환도의 눈속에서는 이성을 찾기 힘들었다. 노형사도 판단력을 잃고 패닉상태에 빠졌다. 어떻게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었다. 맨 앞의 괴물체가 쓰러지자, 뒤의 괴물체들이 그들을 바라봤다.
-우으으으...
나지막한 신음 같은 소리를 내더니 느릿느릿하던 그들이 갑자기 빠른걸음으로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피부는 창백하다 못해 회색빛을 띄고, 여기저기 피칠갑을 해서는 복막이 터져 내장이 튀어나오고, 팔,다리 살이 거의 떨어져 나가 너덜너덜한 그 모습은 사람을 제정신이 아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패닉상태에 빠진 경관들은 마구 총을 난사했다. 사격중지를 그렇게도 외치던 노형사도 겁에 질려 총을 마구 쐈다. 리볼버의 탄환이 다떨어지자 몇몇은 재장전을 한다고 허둥대다가 괴물체에 붙잡혀서는 거의 찢어지다시피 처참하게 죽었고, 몇몇 경관은 총을 버리고는 도망가버렸다.
노병수형사와 박환도 형사는 조금씩 뒤로 물러서다가 주변에 남아있는 경찰은 자신들 둘밖에 없음을 깨닫고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고, 그 둘은 괴물체의 무리에 파묻혀서는 고통스러운 단말마를 남긴채 괴물체들의 식사가 되었다.....
한편 병원밖... 총소리가 한바탕 요란하게 나자 구경꾼들은 모두 몸을 숙이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몇몇 경찰들이 뛰어나와서는 그대로 구경꾼 인파를 뚫고 나가버렸다.
“어? 저기 인질들이 나온다!”
한 구경꾼의 외침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영도는 구경꾼들이 계속 진입하려는 것을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휴... 이거 인질극이 아니라니까 이 한심한 놈들아!...어? 인질? 인질이 나오다니..?’
영도는 고개를 돌려 정문을 보고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정문을 통해 백명은 넘어보이는 괴물체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탈출하고 김조교의 통제를 받고 있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 대로변으로 도망갔고, 김조교는 엠뷸런스에 뛰어 올랐다.
"영도군! 어서 타요! 빨리!"
"잠시만요!"
영도는 재빨리 경찰차로 가서 확성기를 꺼내들었다.
-삐 - 익, 아. 아. 여러분 위험하니까 뒤로 물러서요! 아 뒤로 물러서라니까요! 어서 도망쳐라고!
하지만 영도의 확성기 소리는 구경꾼들의 환호성에 묻혀 잘 들리질 않았다.
“영도군! 어서 뛰어와요! 저사람들은 알아서 파악하고 도망갈꺼예요!”
엠뷸런스 뒤에 탄 김조교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영도를 불렀다.
그때였다. 뒤에 구경꾼들중 앞쪽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풀려난 인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도저히 살아있는 상태라고는 보기 힘든 상태였고, 그것들이 빠른속도로 구경꾼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앞쪽의 구경꾼들은 그것들이 인질범에게서 풀려난 것이 아니고, 경관들이 그것들에게 습격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방금 도망간 경관들도 그렇게 생각하니 설명이 됬다.
그렇게 되자, 앞쪽의 구경꾼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도망가려고 했고 뒤쪽의 구경꾼들은 잘 보이지 않으니 아직도 그것들이 풀려난 인질들이라 생각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가려고 했다. 환호성과 비명이 섞이고, 뒤로 도망가려는 이들과 앞으로 다가가려는 이들이 얽히고 섥혀 넘어지고 사람들끼리 엉켜서 난장판이 되었다.
“저들도 이제 상황을 파악했을꺼야! 영도군 자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셈이야! 어서! 올라타!”
영도는 망설이다가 괴물체중 일부가 자신을 쫒아 빠른걸음으로 다가오자 얼른 엠뷸런스에 탔다.
“심허성씨, 다 탔으니 이제 출발하죠. 우선 여기서 최대한 멀리 갑시다!”
길병원의 심허성의사는 정박사와 김조교에게 모든 설명을 다 들었고, 물론 말도 안되는 내용이었지만, 정박사가 설명을 하였고, 정문에서 튀어나오는 그것들의 상태를 보고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듯, 신속하고 침착하게 행동했다.
엠뷸런스가 출발할때즈음, 환호성과 비명이 뒤섞인 아우성은 곧 비명 하나로 통일되었다. 드디어 구경꾼 대부분이 상황을 파악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상태였다. 얽히고 섥혀 넘어진 구경꾼들은 속수무책으로 괴물체들에게 찢기고 뜯어먹혔다.
영도는 이 참상을 바라봐야만 하는 자신이 너무 무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엠뷸런스는 대학병원 후문을 지나 큰도로로 나와서는 여의도로 향했다. 지금 끔찍하고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는데, 이일을 매스컴을 통해 알리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것이라는 정박사의 의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