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의 집시 14

풍경운영자즐 작성일 07.07.03 23: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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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화(食人花)

 

“이런 괴물이……. 도플갱어보다 더한 괴물이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했다니…….”

 

 

 

 

 

식인화는 맛난 먹이를 눈앞에 둔 짐승처럼 침을 흘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벌어진 봉우리 안에는 거미 눈처럼 생긴 눈들이 좌우를 살폈다. 식물이지만 이토록 징그러운 것은 본적이 없어서 명근은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진오는 바닥에 고인 물을 살펴보았다. 흥건히 고인 물은 생각 외로 썩은 물이 아니라 맑은 약수였다. 그리고 이 넓은 공간은 동굴이 아니라 바로 약수터 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생각났다. 명근하고 내가 목이 말라서 산중간 부분에 있던 우물을 떠 마셨고, 좀 더 올라간 후 약수터를 발견한 즉시 정신을 잃었었다. 그리고, 그 후부터 고스트하우스를 경험하기 시작한 거야. 우물과 약수터의 일은 전혀 기억도 못한 채 그저 수봉산을 헤매고 있었다고 느꼈어.’

 

 

 


끈적한 액체의 냄새를 맡는 순간 진오는 그것이 환각제의 작용을 띤 마리화나라는 것을 알았다.

 

 

 


명근은 앞에서 딴 짓하고 있는 진오의 어깨를 잡아당겨 식인화 쪽으로 돌려버렸다. 그때서야 식인화를 발견한 진오는 처음엔 놀래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으나 이내 냉정함을 되찾았다.

 

 

 


‘식인화?!’

 

 

 


명근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이 괴물 새끼가 우릴 잡아먹으러 한 거야! 우릴 이렇게 번데기처럼 만들어서 야금야금 녹여먹던 거라고. 우라질 새끼!”

 

 

 


고작 식물 따위가 자신을 잡아먹으려 한 것에 매우 분개해 하며 힘껏 주먹을 내뻗었다.

 

 

 


“이 괴물 새끼! 내가 없애 버리겠어.”

 

 

 


명근이 식인화의 줄기를 사정없이 때려보았지만 부드러운 샌드백을 친 기분이었다. 물컹한 것이 느껴질 뿐 식인화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죽엇! 죽으라고! 제발 좀 죽엇!”

 

 

 


마구잡이로 식인화를 때리자 봉우리에서 쿠에에에엑 비명소리가 났다. 명근은 깜짝 놀래서 때리던 것을 멈추었다.

 

 

 


“꽃이……. 비, 비, 비명을 질러?”

 

 

 


진오는 식인화 주변에 하얀색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명근을 밀쳐냈다.

 

 

 


“잠깐만!”

 

 

 


그는 허겁지겁 식인화의 뒤쪽으로 다가가 바닥을 뒤졌다.

 

 

 


메두사 머리를 연상하게 만드는 식인화의 뿌리가 자신의 몸통에 어깨를 기대고 있던 진오를 향해 조금씩 움직였다.

 

 

 


명근은 추한 식인화의 모습에 침을 탁, 뱉고는 그 뿌리를 거칠게 발로 펑펑 찼다.

 

 

 


“이게 어디서 진오를 노렷!”

 

 

 


진오는 손짓을 하며 명근을 다급히 불렀다.

 

 

 


“명근아! 여길 좀 봐봐.”

 

 

명근은 찜찜하지만 물컹한 식인화의 줄기에 몸을 기대어 진오가 가리키는 것을 살펴보았다.

 

 

 


“뼈?”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해골과 뼛조각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진오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 말을 이었다.

 

 

 


“수봉산에서 실종된 사람들 모두 여기의 식인화에게 잡아먹혔어. 이건 식인화가 소화시키지 못하고 뱉어버린 그 사람들의 뼈지. 식인화는 약수터와 우물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약수터 안에 기생해서 마리화나와 같은 환각제의 역할을 하는 분비물을 우물로 뿌린 거야. 수봉산에 온 사람들은 모두들 우물을 마시고 서서히 환각에 시달리다가 수봉산을 헤매고 있다며 착각하게 되겠지. 그 순간 이 식인화는 스스로 움직여서 사람들을 삼키고 다시 약수터 안으로 들어와 소화를 시키는 것이었어.”

 

 

 


명근은 크게 분노하며 진오에게 물었다.

“그런데 수봉산에서 실종되었던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잘 돌아갔잖아?”

“그건 사람들의 모습을 한 도플갱어였지. 카멜레온은 본능적으로 몸의 색깔을 바꾸고, 스컹크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지독한 냄새로 상대방을 위협해. 그것과 같아. 이 식인화는 인간들을 잡아먹지만, 인간들에게 죽지 않기 위해 도플갱어를 만든 거야. 여타 다른 생명체들과 같이 본능적으로 말이지.”

“그러니까 진짜 사람은 잡아먹고, 의심받지 않기 위해 도플갱어라는 다른 생명체를 만들어서 자신의 목숨을 지킨다?”

“그래. 그 증거는 바로 이거야!”

진오가 가리킨 것을 보는 순간 명근은 매슥거리는 속을 이기지 못하고 우욱, 토악질을 해버렸다. 진오가 가리킨 것은 자신과 진오의 모습을 한 도플갱어의 일그러진 모습이었던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스트하우스 안에서 처참하게 죽은 도플갱어의 모습이었다.

“고스트하우스 안에서 만난 그 분은 우리에게 살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고 했었어. 그것은 도플갱어를 죽였기 때문이었지. 이 도플갱어는 식인화가 만들어낸 또 다른 고스트하우스였던 거야. 그리고 火와 金세상으로 갈 수 없게 한 것은 식인화 자체가 식물이기 때문에 불에 타거나, 금속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어.”

말을 마친 즉시 진오는 벌떡 일어서서 입구를 찾았다. 고개를 먼저 밖으로 내밀자 말로는 형용하지 못할 만큼 상쾌한 공기가 폐 속까지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밖은 약수터안과는 달리 환한 날씨였다.

약수터의 입구는 성인 한 사람만이 겨우 들어갈 비좁은 면적이었다. 겨우 빠져나온 진오와 명근은 몇 발자국 옮기지 않아 쉽게 배낭을 찾을 수가 있었다. 진오는 재빨리 배낭을 뒤져 디지털카메라를 꺼냈다. 다시 약수터 안으로 들어가 디지털카메라로 식인화의 모습과 사람들의 뼈, 그리고 이미 죽어버린 도플갱어의 형태를 사진 안에 차근히 담았다.

“뼈는 모아서 갖고 나가자. 어떻게든 잘 묻어줘야 하니까.”

진오는 옷을 벗어 뼈들을 몽땅 주워 담았다.

명근은 진오가 모든 작업을 끝내고 약수터 밖으로 나가자, 호주머니를 뒤져 라이터를 꺼냈다. 흐느적 움직이는 식인화의 줄기에 불을 붙이려 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식인화가 라이터의 불꽃이 켜질 때마다 귀신처럼 도로 꺼놓았다.

딸각딸각, 몇 번을 켜보았지만 라이터는 켜지는 즉시 도로 꺼지곤 했다.

“어쭈? 요것 봐라?”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명근은 손난로를 꺼내 그 기름을 식인화에게 뿌렸다. 기름이 부족하다고 느낀 명근은 진오의 손난로 기름까지 바닥내 버렸다.

“어디 이렇게까지 했는데 네 놈이 살수 있나 보자!”

기름이 발라진 부분에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거대한 불길이 약수터 안에 번지기 시작했다. 명근은 재빨리 약수터 밖으로 빠져 나왔고, 약수터 안에서 쿠에에엑 하는 식인화의 비명을 들었다.

“쿠에에에-엑!”

마치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식인화의 줄기가 명근의 한쪽 발을 잡았다. 온 몸에 소름이 돋은 명근이 소리쳤다.

“이것 놔!”

발을 빼보려 애썼지만 꽉 쥐어진 족쇄처럼 도무지 빠지지가 않았다. 명근은 급한 마음에 라이터로 식인화의 줄기를 지져버렸다. 그제야 줄기에 불이 붙으며 명근의 발은 자유로와 졌다.

“쿠에에-엑!”

식인화의 처절한 비명을 뒤로하며 명근은 진오를 따라 산 중턱으로 뛰어갔다.

진오는 사람들의 뼈를 묻기 위해 산 중턱을 헤매는 도중 무언가를 발견하여 멈춰 섰다. 뒤에서 명근이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식인화를 죽이고 왔어. 이젠 두 번 다시 수봉산이 저주받은 산이라고 불리지 않을 거야.”

“잘했어. 명근아, 이것 좀 봐라.”

진오가 가리키는 것은 한 구의 시체였다. 그것은 불에 탄 듯 형체조차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손상이 되어 있었지만 온전한 것이 있다면 시체가 지니고 있는 목걸이였다. 붉은 색의 목걸이는 여전히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명근은 그 목걸이의 주인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저도 모르게 아, 하는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저씨……가 착용했던 목걸이잖아?”

진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본 그 분이야.”

명근은 심한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되었다.

“그럼 아저씨도 식인화에게 잡아 먹혔단 거야? 하지만 그 양반은 고스트하우스에서 우릴 도와줬잖아. 잠…깐…고스트하우스…고스트?”

명근은 등골이 오싹해져서 얼굴이 백짓장처럼 창백해 졌다.

“귀신?!”

뜻밖의 결말에 명근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구해준 것이 다름 아닌 죽은 사람의 영혼이라니.

귀신이란 존재를 몸소 경험한 탓일까. 명근은 시체 앞에서 숙연한 자세가 되어 있었다.

‘아저씨…….’

명근은 고스트하우스에서 사내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 난 자네들을 도와주고 싶네. 내 딸과 나처럼 이곳에서 헤매게 할 마음이 없어.

진오는 시체를 잘 살펴보며 말하였다.

“이 분은 식인화에게 먹히지 않았어. 식인화에게 먹히느니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잃는 것을 택하셨지. 환각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채시고 어떻게 해서든 꿈에서 깨기 위해 발버둥 치셨던 거야. 아마도 우리처럼 식인화에게 잡아먹히고 있는 도중에 빠져 나오셨던 거겠지. 하지만 온 몸은 흐물흐물해져서 이미 생명을 보존할 수 없는 상태였을 거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피다가 식인화와 뼛조각들을 발견했겠지. 그 뼛조각 사이에 있는 목걸이로 딸의 죽음을 알게되셨을 테고. 이미 목숨이 꺼져가고 있지만 식인화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수봉산의 입구로 기어가시다가 숨을 거두신 것 같아.”

여기까지 말한 진오는 시체의 손부분과 다리 부분을 가리켰다. 허벅지 아랫부분은 식인화에게 먹혀서 이미 잘려진 상태였고, 손 부분은 무리하게 바닥을 짚는 바람에 손목이 꺾여 있었다.

“이 분은 숨을 거둬서도 영원히 꿈의 공간 속에서 딸을 찾아 헤매시는 거지. 그리고 현실이라고 느낄 만큼 뚜렷한 환상 속에서 이 분은 진짜 현실을 알려주신 거야.”

“어째서……. 이 망할 식물 새끼가……. 이런 빌어먹을!”

명근은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하고 나무에 머리를 박았다. 진오는 명근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한숨을 내쉬며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다만 가련하다는 듯 눈앞의 시체를 측은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식인화를 죽였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아. 난 아저씨에게 몹쓸 말을 많이 했어. 그런데 그 분은 바로 우리들을 구하기 위해……. 손목이 꺾이면서도……. 영혼이 되어서까지…….”

명근의 말을 받아 진오가 말했다.

“자신의 딸처럼 비극적인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서겠지. 그래서 막판에 자신의 도플갱어를 꿈에 깨어나는 입구에 가두신 거야. 도플갱어들은 환각에서 깨어나는 법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확실한 대답을 들으라고 도플갱어를 가두시기까지 한 거고……. 정말 대단한 분이야.”

명근은 붉게 충혈 된 눈으로 시체를 바라보았다. 명근의 눈빛에는 진실로 사내에 대한 미안함과 슬픔이 베어 있었다.

“자, 기운 내자고. 이 분과 이분의 따님. 그리고 다른 시체들을 묻어줘야지.”

“이 아저씨랑 따님은 서로 같이 묻어드리고 싶은데…….”

명근은 말끝을 흐리며 안타까운 심정을 한숨으로 대신 토했다. 애석하게도 이 많은 뼈 조각 중, 어떤 것이 딸의 뼈인지 알 수가 없던 것이다.

“어쩔 수 없지. 헌데 그 분이 진정 바라시는 것은 식인화의 최후였어. 우리가 식인화를 죽인 이상 그 분을 위한 일은 끝난 거야. 대신 아저씨가 하지 못했던 것을 대신에 우리가 행해드리자. 우리에게 부탁할 것이 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일이 있었을 거야. 그 분의 행적을 조사해서 알아내야 하니까……. 우선 무덤부터 만들도록 하자.”

 

명근은 진오에게 고스트하우스 안에서 아저씨가 친딸의 모습을 한 도플갱어를 죽였던 일들을 상세하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사내의 이름이 김춘호였다는 것을 가까스로 기억에서 끄집어내어 말했다.

진오는 3년 전의 기사를 토대로 김춘호라는 사내의 행적을 조사했다. 예상외로 쉽게 찾아낼 수가 있어서 이틀 후 즉시 김춘호씨의 외가댁을 향해 부산으로 향했다.

3년 전의 살인사건으로 인해 김춘호씨의 외가는 쓸모 없는 폐가가 되어 있었다. 분위기가 음침한 탓일까. 명근은 등골이 오싹했다.

“이야, 순도 백프로의 완전 폐가네. 돈주고 구경도 못할 폐가다. 야~”

진오는 명근의 농담을 가벼운 미소로 되받으며 물었다.

“여기가 맞나?”

“대나무 숲 있지? 여기네. 딱 여기야.”

명근은 기억을 더듬으며 느릿느릿 말했다.

“아저씨께서 말씀하길 화장실 뒤편으로 대나무 숲이 있고, 그 숲에서 도플갱어에게 살해를 당할 뻔했다고 했어. 피아노 줄에 목을 잘릴 뻔했다고 했으니까 아직까지도 피아노 줄이 있을 거야.”

진오가 미처 디지털카메라를 찾기도 전에 명근은 급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과연 대나무 숲에서 두 개의 피아노 줄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진오는 허겁지겁 달려와 이 모든 광경을 디지털카메라에 담았다.

 명근은 빠드득 이를 갈며 부엌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괴물 놈이 사람을 잡아먹고 냉장고 안에다가 보관을 했댔는데……. 엇?”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부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냉장고도 없었고, 가스렌즈며 못쓰는 냄비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미 사람이 살지 않는 집임을 증명이라도 할 듯 텅 빈 부엌 안에는 뿌연 먼지와 거미줄만이 3년 세월의 적막을 채우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어.”

그 아저씨의 장모님시체와 아내의 시체를 찾는 거냐?”

“그래. 하지만 없어.”

 

 

 


“네 말대로 도플갱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그 시신을 냉장고 안에 감추었다면 3년 전에 이미 경찰들이 수거해 갔을 거야. 하지만 3년 전의 기사를 보면 인육에 관한 일은 거론도 되지 않았었어.”

“그게 뭔 말이야? 아저씨께서는 분명 도플갱어가 인육을 먹었다고 했는데?”

진오는 고개를 저었다.

“도플갱어는 예상외로 동료의식이 강했어. 같은 도플갱어를 죽인 김춘호 분을 가만두지 않았겠지. 또한 도플갱어가 저지른 일을 그저 드러나게 놓을 수 없었을 거야. 어떻게 해서든 도플갱어의 일을 감추던가, 아니면 또 다른 도플갱어가 대신하여 인육을 먹었겠지. 물론 김춘호라는 사람은 도플갱어에게 죽음을 당하기 전에 수봉산으로 도망을 쳤던 것이고. 내 생각에는 다른 도플갱어가 남은 인육을 싹쓸이해서 먹었을 가능성이 커.”

“크윽!”

“인육을 먹고 어디에다가 감추었을까? 설마 뼈까지 아그작 먹어치웠을리는 없잖아. 땅 속에다가 묻었을 리는 더더욱 없을 테고.”

말하면서 명근에게 따라오라며 손짓을 했다. 진오는 화장실 입구로 몸을 돌렸다. 우선 입구에 놓여진 똥바가지를 잡고 천천히 똥물을 파내기 시작했다.

“더럽게 뭐하는 거냐?”

명근이 묻자, 진오가 말했다.

“뼈 조각은 분명 경찰이 찾지 못하는 곳에다가 꼭꼭 숨겨 놓았겠지. 네 말처럼 이렇게 더러운 곳을 경찰들이 손수 뒤졌을까?”

진오의 말뜻을 알아챈 명근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아하!”

오랜 시간 동안 굳어져 있던 똥물들은 깊숙이 파낼수록 점점 액체로 변해갔다.

“경찰들도 제대로 뒤지는 곳이 있고, 뒤지지 않는 곳이 있어. 이렇게 위생적이지 못한 곳은 대부분 신경을 쓰지 않거든. 하지만 난 경찰들이 실종된 시체를 찾거나, 증거를 찾도록 의뢰를 해 올 때, 제일 먼저 여기를 뒤지라고 권해.”

명근은 잠자코 진오가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진오가 어지간히 똥물을 파내자 똥물들 사이에서 사람의 뼈와 머리가 발견되었다.

명근은 놀랍기도 하고 화도 나서 매우 흥분한 듯이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진오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훔쳐냈다.

 

 

 


“역시……. 경찰들이 여기는 뒤지지 않은 모양이야. 후우. 명근아, 아저씨가 바라는 일은 우리가 이 시체들을 제대로 묻어주는 것일 거다.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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