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어렸을 떄 경험담을 말해볼까 합니다.
제가 한 대여섯살 정도 되었나봅니다. 많은 가정이 그랬듯이 그 때 우리 부모님도 힘들게 일하시느라 저는 외갓집에 잠시 맡겨져 있었나봅니다(저는 77년생입니다). 삼촌과 함께 잤던 기억이 나는데요, 삼촌은 그 때 한창 놀던(?) 나이라 잘 들어오지도 않아 저는 혼자서 많은 밤을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혼자서 잘 때 가끔 무서워 질 때가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잠을 자려고 누우면 내 몸이 붕붕 뜨는 느낌을 받으며 한없이 커졌다가 또 한없이 작아졌다가 귀에서는 윙윙, 붕붕하는 소리가 나며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 곤 했습니다. 딱히 어떤 귀신이나 물체같은게 보이거나 하진 않았지만 괜시리 기분나쁘고 겁이 나곤 했어요.
한밤중에 오줌이 마려워서 부엌쪽으로 나옵니다. 그 때는 입식부엌이나 화장실이 없던 집에 살던 때라(가난하던 때지요) 저 멀리 대문 근처에 있는 화장실은 멀고 겁나서 가지 않고 대야며 양동이가 있는 수도꼭지에 가서 수채구멍에 대고 오줌을 눴지요. 근데 제가 말하고자 하는 일이 그 때 자주 일어났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오줌을 누고 나면 머리가 멍해지며 귀에서 특정한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마치 커다란 솜 안에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수하게 작고 반짝반짝한 입자들이 제 머리 주위를 감싸는 듯한 그런 소리가 났지요. 소리가 많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아무 소리도 없는 방음이 잘 된 방 같은 곳에 들어가면 나는 그런 느낌이기도 하고요.
그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제 앞 위쪽쯤에 거므스름한 동그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얼굴 같기도한 그 연기들은 여러개가 뭉쳐있었는데요. 그 연기들이 모양을 갖추고 나면 저도 모르는 이상한 말로 그 연기들과 대화를 했어요. 우리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고 '물랑꿀랑 알라방일바아뢉이로밍' 뭐 이런식으로요 한참을 그 연기들이 있는 공중에다 대고 말을 하다가 어느 순간 연기들이 사라지면 저는 다시 들어와서 잠을 자곤 했습니다.
제가 30년동안을 살아오면서 가위는 여러번 눌렸지만 가위 눌리면서 귀신을 보았다거나 비슷한 형상을 보거나 그러진 않았거든요. 또 귀신을 본 적도 없고 무서운 일을 겪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저 기억은 항상 뚜렷하게 남아있습니다. 한 두번 그런게 아니라서요. 딱 어떤 기분이 들고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아 또 연기가 오는구나 이렇게 알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도 그게 무서운 기억이 아니라 그냥 신기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제 여친은 어릴 때 귀신을 자주 보고 그랬다고 해서 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귀신이 저를 데리고 논거라고 하던데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 연기들은... 사실 이렇게 글로 쓰다보니 목덜미가 쭈뼜쭈뼛하고 소름이 돋는게 그리 유쾌하진 않지만요.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고요 참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