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배로 재미는 누가 보았나?

gubo77 작성일 07.10.16 02: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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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주의! 정치 연관된 얘기에 혐오를 느끼는 분이라면 패스'

 

 

 

 

이병도 얘기도 한참이고, 이영훈 교수 얘기도 나오고, 안병직 명예교수 껀도 있고(링크참조) 겸사겸사해서 미스테리 하나

 

써봅니다.

 

 

 '대체 식민지배로 재미는 누가 보았나?'

 

 

저런 미스테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생소할텐데요, 저 위에 언급한 사람들과 다 연관된 문제입니다.

 

일단 제국주의의 동인은 무엇이었을까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동기들이 흔히들 얘기되는데요, 좀더 상세히 보자면

 

맑스 진영의 경제적 동기론과 비맑스 진영의 비경제적 동기론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대립인데요, 그 말은 제국주의 즉 식민지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부정하는 견해가 상당히 팽배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회과학의 최고 걸작이자 불멸의 고전인 '에릭 홉스봄'의 3부작 중 2권인 '제국의 시대'에도 식민지와 피식민지 사이

 

의 경제적 교역 수치가 그리 크지 않다는 상세하고도 풍부한 자료들이 제시되어 있는 등 경제적 효과가 미비하다는 '실증적

 

자료'가 뒷받침 되고 있죠.

 

이러면 또 우리같이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는 황당해 집니다.

 

 

 '아니 뺏긴사람은 있는데 재미본 사람은 없다고?'

 

 

비슷하게 황당한게 또 이말이죠.

 

 

 '식민지 체제하에서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다'

 

 

이 두가지 주장이 결국은 동일 선상에 위치해 있는데요, 소위 말하는 '실증주의' 역사관이라는 것이죠. '식민지와 피식민지의

 

경제적 교역량이 미비했다' 라는 자료가 있으니 식민지의 경제적 효과는 없었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일제치하 전과 후의

 

경제수치를 비교해보니 후가 더 높다'라는 자료가 있으니 식민지 체제하에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실증주의 인가요? 이건 그냥 자료를 평면적으로 해석한것 뿐이죠. 혹시 오해할까봐 하는 얘기지만, 저 실증주의

 

엄청 좋아합니다.

 

 

잠깐 다른 얘기좀 할께요.

 

폴 크루거만의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에 수록되어 있는 얘기인데요,

 

미국이 항상 적자본다고 징징거리면서 시장 개방하라고 땡깡스고 다니는건 다들 아시죠? 그에 대해 크루거만이 이렇게 얘기

 

하죠. '미국이 적자를 본다고? 미국에서 적자를 보는 주는 오직 뉴욕뿐이다. 뉴욕을 제외하고는 모두 흑자를 본다. 단지 산업

 

활동이 아닌 금융과 서비스, 엄청난 소비를 과시하는 세계 경제의 중심인 뉴욕만이 적자를 보며 그 적자폭이 다른 주의 흑자

 

폭을 상회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니, 미국이 (무역수지)적자를 보는 것은 무역할 1차 2차 상품을 거의 수출하지 않는 뉴욕때문이라는 것이

 

죠. 그럼 뉴욕이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죠. 미국은 세계 경제의 중심이며, 뉴욕은 그 중에서도 금융의 코어입니다. 금융

 

은 '자본상품'이죠. 무역수지에 기록되지 않습니다. 뉴욕은 미국의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쥠으로 인해 얻는 부차적 이득 외에도

 

금융서비스라는 자본상품 수출을 통해 엄청난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단지 '무역수지'에 기록되지 않는 것이죠. 그러니

 

까 결국 미국은 뉴욕을 빼고는 흑자를 보고 있으니 '상품시장'에서도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고, 뉴욕을 통해 '자본시장'에서도

 

재미를 보고 있다는 말이죠.

 

 

학문이라면 무릇 자료의 평면적 수치 사이사이의 행간을 읽어 주어야 하는 법이죠.

 

그렇다면 식민지와 피식민지 사이에 경제적 효과가 없었다는 건 무슨 말일까요? 둘사이에 직접적으로 교역하지 않았다는 말

 

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인도는 미국에 원료를 수출하고, 미국은 영국에 상품을 수출하고, 영국은 금융과 서비스를 인도와 미

 

국에 수출한다.' 라는 것이 제국주의 시대의 전형적인 다각무역이었습니다.이렇게 되면 자본을 수출하는 영국과 인도사이의

 

교역수치는 눈에 보이지 않게 됩니다. 다만 식민지 시스템을 통해 영국은 자신의 산업 구조를 금융과 서비스라는 더 고차위(

 

이윤을 더 내는)의 산업으로 전환하여 직접적인 자본적 이득 외에도 전세계의 경제,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 군림할 수 있게 되

 

었던 것이죠. 그럼 단순히 피식민지를 직접적으로 수탈하는것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서울대 서양사

 

학과의 '박지향' 선생님은 '제국주의 : 신화와 현실' 이라는 책에서 교역량이 미비했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제국주의의 경제적

 

효과가 미비했다고 주장하셨죠.(위에 언급된 인물들에 이어 이분까지 나오니 좀더 재밌어 지지 않습니까?)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비판은 이미 대중적이니 뭐 딱히 지적할 것도 없겠죠. 경제 수치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그

 

것이 근대화와 연관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니까요. 저 링크에도 잘 설명되어 있죠. 식민지 시대의 시설은 육이오로 거의

 

파괴되었고, 근대화의 동력은 그 이후 우리의 자생력이었다고.

 

 

아....위에 언급된 인물들의 공통점은 아시겠어요? 노대통령은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상에서 보여주었듯이, 농업이나 중소기업

 

의 소득을 자동차 등 거대 자본 산업에 몰아주시는 분이신데(그게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니), 그런 분

 

이 빨갱이라면 대체 얼마나 더 하시겠다는 건지 좀 무섭습니다. 노까인건 저랑 같은데 저랑은 완전 딴소리네요.

 

 

혹시 아래에서 이병도를 욕하시는 분 중에 한나*당을 지지하는 분이 계시다면, 저 링크 기사를 보고서 자신의 의견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네요. 인간은 근거를 통해 견해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혹은 세습된 견해를 지지하기 위해 근거를

 

수집하는 존재이기에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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