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5)

무한한창의성 작성일 07.11.30 14: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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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 이거 무서운 글터에 올리기 뭐하지만 그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리며 5편 써서 올립니다. 글이 줄줄 나오는게 아니라 좀 속도가 더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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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듯 스트레스에는 소주 한잔이 최고였다. 영철은 동료들과 경찰서 앞 막창집에서 소주를 한잔 들이키고 거나하게 취해 집으로 들어왔다. 아직 미혼인 영철의 집은 대충 쌓아놓은 빨래더미와 지저분한 잡동사니들이 ‘이집은 노총각네 집이요’라고 너무나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영철은 현관문을 닫고 대충 옷을 구석에 던져버린후 침대에 털썩 몸을 기댔다.

 

 

“날 방해하지마라. 방해하면 다 죽여버릴거야.”

 

 

오후의 그 상황들이 계속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뭔지 모를 검은 장막이 사건을 가리고 있는 듯 했다. 영철은 문득 미국 드라마 'x-file'이 떠올랐다.

 

“젠장! 이러다가 무슨 영화 주인공 되겠군”

 

어쨌든 오늘은 너무 당황해서 아무 단서도 없이 집을 빠져나왔지만 아무래도 내일 한 번 더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영철은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다음날 일찍 수진의 집을 찾아갔다. 이틀 연속 형사가 오니 가족들은 사뭇 못마땅한 눈치였지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영철은 수진의 방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모범은 아니었지만 책상 서랍 안 구석에 담배가 한갑 놓여져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여느 고등학생들의 방과 별반 다른점이 없었다.

책상과 책장에 꽃혀있는 많은 문제집들. 그때 문제집들 틈 사이로 문제집보다 한참은 작은 크기라 잘 보이지 않게 꽂혀있는 검은색 노트가 있었다. 펼쳐보니 일기장이었다.

영철은 대략 사건일이 일어난 날짜의 일주일 전부터 일기를 한 장 한 장 펼쳐보기 시작했다.

 

 

10월 27(화)

 

너무 두렵다. 매일 밤 악몽을 꾼다.

항상 배경은 같은 곳이다.

어느 이름 모를 집 앞 골목길이다.

골목은 가로등 불빛 하나 없이 캄캄하다.

나는 어느 집 앞 대문 앞에 서서 왠지 모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 집은 2층집으로 집의 계단에는 각종 화분들이 놓여져있다. 대문은 은색대문. 나의 불안한 눈동자가 은색 대문에 비친다.

이때 골목 끝에서 무언가 이상한 형체가 보인다. 여자이다.

그녀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귀신같다.

얼굴은 문드러져서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녀가 내게 서서히 걸어오다 마구 달려온다. 진짜 무섭다.

그녀는 내게로 뛰어와 내 몸을 그녀의 손톱으로 사정없이 찌른다. 그리고 난 깨어난다.

아 정말..왜 이런 악몽을 계속 꾸는 것일까. 요즘엔 잠을 잘 수가 없다. 너무 피곤하다.

자꾸 내가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철은 일기장을 한 장 더 넘겼다.

 

 

10. 29(목)

 

오늘 집에 오는데 너무 낮익은 곳이 있어서 미칠듯이 소름이 끼쳤다.C8..

내가 꿈에서 보아오던 곳과 똑같은 골목이 실제로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내가 집으로 다니는 길에 있었다. 조그만 OO 커피숍 옆 좁은 골목...

골목이긴 하지만 매일 지나다니면서 여기를 왜 못봤을까.

솔직히 그 골목 들어가기 너무 두려웠다. 그런데 호기심 때문에 조금 들어가봤는데 내가 맨날 꿈에서 서 있던 그 집이 있었다.

은빛 대문에 화분들...

....

너무 무서웠다. 나는 그 골목을 나와서 뒤도 안돌아 보고 집으로 뛰었다.

오자말자 문을 끌어 잠그고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아...실제로 있는 곳이라니..또 다시 그 꿈이 생각난다. 미칠 것 같다.

내일은 애들이나 만나야겠다. 도저히 이런 기분으로 혼자 있기 힘들다.

 

 

일기는 여기서 끝이 나 있었다. 영철은 그녀의 꿈에서 나왔던 곳을 찾으면 무언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기장을 덮어 다시 있던 곳에 집어 넣고 방을 나왔다. 영철은 수진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집을 빠져나왔다.

 

 

영철은 일단 수진이 걸어 다녔을만한 경로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정확한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발품을 팔아야만 했다. 다만 방과 후 집으로 오는 길에 그 골목을 발견하였으므로 버스에서 하차한 방향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대로를 중심에서 오른쪽 길쪽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철은 오른쪽 길을 주시하며 OO 커피숍이라는 간판을 찾기 시작했다.

 

 

한 십여분 쯤 걸었을까 오른쪽 2층 건물 위쪽에 OO커피숍이라는 붉은 간판이 보였다. 때가 가득 내려앉아 붉은 색이 자주색으로 보이는 낡은 다방이었다. 그 옆에는 일기에서 언급한 대로 조그만 골목이 있었다. 남자 5명 정도가 같이 지나가면 어깨가 끼여 제대로 못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이었다. 영철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얼마 들어가지 않아 정말 은색 대문이 보였다. 낡은 2층 단독 주택이었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는 여지없이 조그만 화분들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영철은 문 오른쪽에 소리가 날지도 의문인 낡은 벨을 눌렀다.

 

“딩동”

 

지지직 거리며 수화기를 드는소리가 들더니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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