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우물속에서 유혹한다

치즈송이 작성일 07.12.15 05: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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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우물속에서 유혹한다 (저승과 진자 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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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5년 8월 1일(확실치 않다) 방금전 첫번째 고문이 있었다.
나는 친애하는 쥐 친구들 덕분에 고문에서 벗어났다.

나는 대한민국의 어느 건강한 청년이다.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이곳에 오게되었다. 도데체 이유가 무엇인가?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여기에 온 것은 1800년대 이후 내가 처음인것 같으므로 혹시 여기 나 다음으로 올지도 모를 누군가를 위해 이것을 나의 피로 벽에 적어둔다.

앞서 내가 요번 세기에 여기 온것이 내가 처음이라고 했던 것은 이곳이 1800년대의 한 작가의 소설내용속에 등장하는 고문실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은 원형의 방이고 방 벽은 벽돌제질로되있으며 수많은 악마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으며 가운데에는 깊은 우물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말하건데 여기에서 배급되는 식량이라곤 약간의 물과 톡쏘는 맛의 고깃덩이가 전부이다. 아마도 나를 갈증에 시달리게 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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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흑.."

나는 방금의 기록을 보고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우는 이유는 두가지가 있었는데 첫번째는 앞으로 닥칠 고문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두번째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 에서였다. 하지만 비록 내가 여기에 가쳐 옴짝달삭 못하더라도 이 벽의 메모를 이용하여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므로 나는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낼것이다.

지금의 날짜는.. 아니 내가 밖에 마지막으로 있었던 날짜는 20x6년 8월1일이었다. 이 메모의 주인의 1년 다음으로 들어온 셈이 된다. 거기에다가 이 메모의 끝이 계산상 20x5년을 넘기긴다는 것과 이 방의 상태등으로 종합해 보면 이 곳에 온 것은 내가 두번째 인 것 같다.

이제 나는 내가받은 고문을 되집어 봐야겠다. 뭔가 도움이 되는게 있을지 모르므로....

상황은 절박했다. 나는 딱딱한 침대(달린 표현할 말이 없다.)위에 오른손만 움직일수 있게 밧줄로 묶여있었다. 그리고 내 손이 겨우 닿는 곳에는 고기조각이 놓여있었는데 먹어보니 매우 톡쏘는 맛이었다. 하지만 물은 없었다.
위에는 초승달모양의 추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모서리부분이 서슬퍼런 칼날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추는 죄우로 크게 흔들리며 나에게 점점 내려오고 있었다.

사실 추가 내려오는 시간은 아주 길었다. 나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몸을 서서이 잘라가게 하여 죽음 이상의 고통을 주려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기를 밧줄에 문질러 방안에있던 쥐들이 밧줄을 갉아먹게 하여 추로부터 벗어났다. 그리고 내가 벗어나자마자 추는 아쉽다는듯이 위로 서서이 올라갔다.

메모를 보고 알게되건데 이 사람도 나처럼 쥐를 이용해서 탈출 했던 것 같다. 그말은 즉 앞으로 이 메모를 이용하면 고문에서도 쉽게 벗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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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5년 8월10일 첫번째 고문 이후 아무일도 없다.

나는 여기서 쥐들과 함께 무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이것이 고문인지도 모르겠다. 몇일째 갈증에 시달리고 있으니.. 내가 이러는 것도 이해가 된다. 물은 하루 반컵정도만 배급되지만 배를 체울 것은 톡쏘는 고기조각 뿐이니 배를체우면 목이마르고 목을축이면 배가고프니 말이다.

내 계획을 말하자면 나는 10일 주기로 이 메모를 쓸 생각이다.(또다른 일이 일어난다면 주기에 상관없이 쓰겠지만..) 그 이유는 내가 이 메모를 피로쓰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매일쓴다면 나는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될것이다.

하지만 단지 오늘이 10일주기의 첫번째되는 날이기 때문에 이 메모를 쓰는 것은 아니다. 단지 오늘 내 뇌리를 스치는 한가지 생각을 글로 써놓고 싶어서인데 그것은 다름아닌 식량배급에 관한 생각이다.

이 방은 천장이 매우 높아서 어둠에 가려져있고 일정한 시간마다 벽에있는 등불들이 꺼지고 켜진다.(아마 밤과 낮을 구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창문도 없고 구멍이라곤 끝을 알 수 없는 우물 뿐이다.(내가 이것이 우물인것을 알게된 것은 친애하는 쥐친구의 도움이 크다.) 바꿔말하면 식량을 공급 할 수 있는 구멍이 없다는 것이다. 혹시 밤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인가 하고 밤에도 밤을 세보았지만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금세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정한 시간마다 나는 아무 이유없이 잠이들었었고 그때마다 식량이 생기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것을 의미한다. 어딘가에 나를 잠이들게 할 수 있는 장치가 되있다는 것이다. 가스 혹은 기타 여러 방법들.. 혹시 그 방법들을 역추적하다보면 나갈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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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모에 따르면 10일동안은 아무 일도 없다. 그러므로 나는 이 메모에서 거론된 방법으로 10일동안 어떻게 해서든 탈출구를 찾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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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5년8월20일

목이마르다. 갈증이 난다. 배고픔에 못이겨 방금전 고기를 허겁지겁 먹고 말았다. 고기에 다량 함유된 염기가 내 몸의 물을 모두 밖으로 빼내겠지. 물을 받기 전까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시계가 없어 몇시간이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1800년대의 한 소설가가 썼던 글에는 이런것은 없는걸로 기억하는데... 이 고문실은 그 소설작품안에서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발전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이나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몇일째 계속되는 강제수면과 극심한 수분부족으로 나의 생활패턴은 깨져버렸으며 몸에는 슬슬 무리가 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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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5년8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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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하루만에?! 뭔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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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중대한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지금은8월이지만 전혀 더위가 느꺼지지 않는다 이곳은.. 그렇다는건 이곳은 지하거나 시원한 지방같다. 나는 내 나름대로 지하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무모한 일을 감행 할것이다. 그것은 바로 벽돌로 되어있는 이 방의 벽면을 타고 올라가는 것.

떨어진다면 바로 죽겠지만 죽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메모를 마치자마자 나는 온 힘을 끌어내어 벽을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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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음메모가 있는 것으로 봐서 벽을 타고 가는 것은 무리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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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5년8월xx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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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xx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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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모를 읽는 이 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제 더이상 구체적인 날짜는 기록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벽을 타고 올라가다 무언가를 목격하고 충격에 떨어져내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 충격으로 날 그토록 놀라게 했던 것을 기억 할 수 없다. 아쉬울 따름이다.

내가 깨어났을때는 머리에 붕대가 감겨져 있고 여러군데에 멍이들고 어떤 부분은 압박붕대로 압박되어있었다. 아마 이곳으로 날 불러드린자는 나를 죽이기 싫은지도 모른다. 서서히 죽어가는 나를 보며 희락을 느끼겠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여기서 자살을 하는 것 또한 그 자식에게 굴복하는 것일 것이다.

나는 그 자를 이길것이다. 여기서 탈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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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아! 자살을 하면 그자한태 지는거다!



얼마 후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갔다. 그 사람의 메모는 23번째 탈출시도를 끝으로 더이상 없었다. 마지막 메모가 적힌 날짜는 첫번째 탈출시도를 하다 추락 한 뒤 132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이 상황에 완벽히 적응한 상태였다. 목의 아픔은 이미 익숙해졌으며 톡쏘는 고기가 질릴때에는 쥐를 먹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한입 베어물때마다 털가죽사이로 베어나오는 육즙과 피는 아주 일품이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지만 환경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것을 여기와서 뼈져리게 느끼고 있는 나이다.

또 한가지 그 메모의 주인이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나는 발견 할 수 있었다. 그것은 벽에 그려진 악마의 그림들. 온갓 사악한 표정으로 이 방을 보고있는 악마들의 그림은 섬뜩하기 그지 없었지만 나는 그것들을 유심히 보았고 그 그림들이 벽의 한 부분을 경계로 시계반대방향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번째 악마그림은 맨처음 내가 받았던 고문의 서슬퍼런 추를 들고 웃고있었고 그 뒤에는 배고픔에 떠는 자를 조롱하는 악마, 미쳐버린 자와 노는 악마, 자살하는 자를 부추기는 악마 등 지금의 절박한 상황을 그대로 빼다 박아 논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마지막 악마그림이었다. 보기만해도 더워지는 시뻘건 물감들이 잔뜩 발려있는 그 그림은 말그대로 불지옥이었다. 그 가운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한명이 웅크리고있고 주위를 악마들이 빙빙 돌고있는 듯한 그림이었다. 나는 그것이 이 방의 마지막 고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메모가 끊긴 시점으로 유추해 보건데 그 고문은 불시에 일어나 이 메모를 썼던 자를 죽여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불지옥은 이 방에 들어온 날부터 최소 152일 이후에 일어난 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나는 이 곳에서 이미 100일째를 보내고있다.

앞으로 52일동안 무조건 탈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55일 후

52일이 지난 후 3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동안 별에 별 시도를 다 해보았지만 탈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마지막 고문 때문에 항상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이것이 이곳으로 날 부른자가 노린 것일까? 혹시 불지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초조한 마음이 아닐까?

무섭다.

그녀석한태 조롱당하는 느낌이다. 마치 내가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다.

약해지면 안되는데...



우르르릉!!!!

그로부터 1주일 가량 흐른 후 드디어 약하질대로 약해진 나를 굉음과 함께 불지옥이 덮쳤다. 순식간에 바닥과 벽이 시뻘게지기 시작했다! 점점 더워지는 방안의 공기를 느끼며 나는 생각했다. 죽기살기로 생각했다.
탈출할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맨살에 닿았다간 바로 데어버릴 정도의 온도가 되고말았다. 그리고 순간 빨갛게 달구어진 악마그림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점점 서서히 다가왔다. 웃으면서..

으아아아악!! 그만해!!!

하지만 악마들은 더욱더 즐겁게 나를 농락이라도 하듯이 다가왔다. 이제 내 코앞에는 불지옥 악마그림이있고 내 뒤에는 정체불명의 우물만 있다.

순간 내 눈에 무언가 글씨가 비추었다. 피로쓴 메모.. 그가 쓴 메모다! 붉은 물감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던 걸까?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그 메모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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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수단. 나는 우물로 몸을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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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가 준 마지막 힌트다. 그래 우물속으로 뛰어내리자.
이곳에 온 뒤로 나는 이 메모의 사람과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껴왔다. 그리고 마지막인 지금 비록 죽더라도 그사람 옆에서 죽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때다.

나는 우물로 몸을 내던졌다.

풍덩...!

알 수 없는 썪은 냄세가 우물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주위를 보았지만 어두워 바로 코앞의 벽만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썪는 냄세로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이곳은..


시체들이 가득차있었다!!!!
알 수 없는 시체들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몇날 몇일을 보내다가 서서히 죽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죽기 전 나는 우물 벽면에서 겨우 메모 하나를 찾아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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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나갈 방법은 없었다.
너는 그동안 아주 나를 즐겁게 해주었고 말이야.. 고맙다.
참고로 모든 메모들은 무대효과를 위한 준비였지.
그동안 수고했다.
이제 그 어두운 공간속에서 너 자신을 되돌아보며 서서히 죽어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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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활한 악마는 나를 가지고 놀았구나.. 우물속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며 말이지..

신체의 아픔을주는 고문보다 언제죽을지 모르는 그 불안감보다 알 수 없는 곳에 감금된 그 답답함보다 더욱더 무서운 것은...

배신이었다!


악마는 우물속에서 유혹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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