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안으로 보는 세상 - 2

치즈송이 작성일 07.12.26 16: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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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또 찾아뵙게 되었네요.

지난번에는 갑자기 나가야 할 일이 생겨서 급하게 끊고 갔습니다만..
그래서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전 다시 한번 글을 확인합니다.

믿지 못하시는 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만... 믿으라고 강요한다면 전 사이비종교 교주쯤이나 될겁니다.
그런 놈은 아니니... 굳이 진위를 가리는데 중점을 두시기 보다는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잡동사니 얘기 들었다고 생각해주시면 오히려 감사하겠습니다.


-2-

#1.
귀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정말 머리는 산발을 하고 소복을 입은 흉측한 모습의 처녀인지.. 피투성이의 소름끼치는 형상인지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러한 모습을 한 귀신은 지금까지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지금까지 봐 온 엄청나게 많은 귀신들 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라면...

아마도 어쩌다가 마주칠 귀신들 중에서 그 귀신이 소름끼치는 모습을 하고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요.

만약 그런 몰골을 한 귀신을 보았다면 열에 아홉은 허깨비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본 귀신의 모습을 상상하지요.

왜냐면 그것 밖에 못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으레 귀신이라 하면.. 피를 뒤집어 쓰고 있거나

아주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을거란 일종의 고정관념에 빠져 있습니다.


제가 사람이 나서 살아가서 죽은 모습까지 처음부터 끝까지는 본 적이 없지만

대개는 사람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눈코입 다 달렸고.. 단지 낌새가 이상할 뿐입니다.

지금까지 그나마 덜 온전한 귀신이라고 하면... 다리가 없이 마치 둥둥 떠다니는 듯한

그런 모습은 본 적 있습니다.. 마치 스케이트장에서 자연스럽게 마찰없이 이동하듯..

그걸 봤을때 굉장히 기이한 경험이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그럼.. 정말 드문 소스라치게 겁나는 형상을 한 귀신들은 어떤 경우인지?

위에서도 말했지만 99%는 허깨비라고 했죠.. 그렇게 자주는 아니지만 귀신 이외에도 우리가

허깨비를 보는 일은 더러 있어요. 좀 다른 말로는 환상이나.. 환각이라고도 합니다.

단지 그게 허깨비인지 아닌지 잘 모를 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본 허깨비들은 대개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형상일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강박관념이 지나치면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러면 1%의 진짜는 뭘까요?

그건 분명히 그게 보이는 사람과 어떤 인연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는 가끔 잠자리에서 흉한 꿈을 꿉니다.

대부분은 깨어 있던 상태에서 어떠한 불안이나 강박관념, 피해망상 등이 꿈에서 비슷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너무 돈에 시달려서 곤궁한 처지에 있다면 꿈에선 무언가에 쫓기는 악몽을 꿀 때가 있습니다.

악마가 쫓아오던.. 귀신이 쫓아오던 실제로는 악마나 귀신은 그저 공포의 상징일뿐 일체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런데 꿈에서 자신이 아는 지인이라던지 그런 사람(산 사람이 아닌)이 험악한 몰골로 나타나

직접적으로 당신에게 어떤 암시나 적시를 한다면.. 그건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그 사람과 좋지 못한 관계를 가졌다던지, 혹은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흉측한 몰골의 귀신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남자가 부녀자를 *하여 여자가 수치심에 못이겨 자살했다면

그 여자의 원혼은 평생 남자를 괴롭힐 겁니다..

남자 뿐만 아니라 남자가 장차 결혼을 할 처, 그리고 그 자식들.. 부모 인척들에게까지

그 화가 뻗어갈 겁니다.

그렇게 원한에 사무친 귀신은 이승을 떠도는 겁니다.

그런 귀신들은 아주 참혹한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요. 영화에서 보는 그런 놀래키려고만 하는 특수분장

이런것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공포스럽고 소름돋습니다.


아마 그런 일은 적겠지만 사람에게 원한 살만한 일은 하지 않는게 좋아요.

그 사람이 약하든 강하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남에게 눈물 흘리게 하면 언젠간 자신은 피눈물 흘릴 날이 옵니다.


#2.
귀신은 정말로 사람을 해치는지에 대해서 물어올때도 있어요.

그건... 역시 인연에 따라 다르다고 밖에 말할 수 없네요.

우리는 산 사람끼리 살아가지만 보통은 서로에게 피해 안주고 살려고 합니다.

아무 이유없이 남을 해치거나 하는 이런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귀신도 마찬가지라고 보네요.


귀신은 기(氣)입니다. 기가 뭐냐고요? 기 수련.. 기를 넣어준다 가끔 우스갯소리로도 쓰지만

원래 뜻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사물에 영향을 주는 힘"을 뜻합니다.

냄새를 기라고도 합니다. 겨드랑이 냄새를 액기(腋氣)라고 하는데.. 비슷한 맥락이죠.

냄새는 보이지 않지만 후각을 자극하지 않습니까?


기 중에서도 귀신은 강한 음기입니다.

사람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양기입니다. 음양이 엇갈려서 보이지 않는 건 아닙니다.

양은 원래는 볕이 비추는 곳을 뜻하고, 음은 원래는 그늘을 뜻합니다.


사람이 무어라고 생각하세요?

사람은 육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건 육체가 있기 때문이에요.

육체는 정신을 담는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육체가 시간이 지나 스러져 더 이상 정신을 담을 수 없게되면

정신은 육체를 벗어버립니다.

이 스러진 육체를.. 시체라고 하지요.

그리고 떠나버린 정신은 혼과 백으로 갈라져 총칭하여 귀신이라 합니다.

귀신과 사람의 차이는 몸이 있고 없고의 차입니다.. 아시겠나요


귀신은 몸이 없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못합니다.

귀신을 본다고 하는 사람들은 저승에서도 눈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는 이유를 알 수 없어요.

대개는 이런 경우 신내림을 받았다 하여 무당으로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대로 사람이 죽는다면 사람들은 자기가 죽을때를 압니다.

정확히 몇시 몇분이 아니라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걸 직감하죠.

어떻게.. 냐고요. 왜냐면 죽음이 가까워지면 혼백의 근거가 약해지기 때문에,

죽은자의 세상에 눈을 뜨게 됩니다.

곧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아무 의미없이 서성거리거나 돌아다닌다면

죽을때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어렸을적 죽다 살아났기 때문에 이런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좀 딴얘기가 길어졌군요..

우리가 걱정하는 것 처럼 아무때나 귀신이 튀어나와 사람을 해하진 않습니다.

그건 우리가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아무 이유없이 해하지 않는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다만., 제가 아는 한에서는 두 가지 경우에 귀신이 사람을 해한다고 알고 있어요.

다른 경우도 있겠지만. 확실히 아는건 두 개밖에 없군요


여기서 잠깐.. 귀신이 해꼬지를 하는건지 , 혹은 귀신이 씌인다던지 내지는

귀신의 영향을 받는건 모두 각각 다릅니다.

귀신이 사특한 방법을 써서 사람을 해치면 정말 곤란합니다. 답이 없어요...

귀신을 달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제사하고 제물 바치는거 모두 귀신의 원한을 풀기 위해서죠..

실은 제사나 제물보단 귀신에게 원한을 지게 한 그 사람이 진심으로 뉘우쳐 눈물을 흘리는게 제일 좋지만요


지금까지 몇번이나 봤지만... 한방에서는 시궐(尸厥)이라고도 하는데요

귀신이 작정하고 몸을 빼앗으려고 하면 사람이 거꾸로 나자빠져 말 그대로 게거품 뭅니다..


귀신이 씌였다는건 다른말로 빙의(憑依)라고 하는데요.. 마치 일반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일처럼

사람들한테 많이 알려져 있는 말이지만 극히 드문 현상입니다.

꼭 해꼬지라고 할 순 없지만 분명히 침입하는건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옛날에 동네에서 굿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근데 분명히 어린 꼬마애였는데 정말 어른처럼

욕을 마구 퍼붓는 겁니다. 네이년.. 육시랄 년 등등.. 그 꼬마가 그런 말을 알 리가 없죠.

아마 꼬마가 아닌 그 윗사람(부모)이 어떤 그런 문제가 있어서 꼬마에게 붙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억지로 떼내지도 못합니다.

돈이라도 달라고 그러면 가져다 바칠텐데... 귀신이 돈이 뭔 소용입니까

원한이 사무치고 사무치니 그 힘이 이승에까지 뻗친거죠.


귀신이 산 사람을 해하는 경우는 대부분이 원한밖에 없습니다.


이런말 하긴 뭐하지만 사실 정말 잘 될사람은 태어나서부터 결정되 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 놓고 있어도 백만장자가 된다 이런게 아닙니다..

세속적인 사람들 기준에서는 백만장자만이 오히려 잘됬다고 생각하는데.. 평범한 운수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집이 못살고 행색이 초라해도 남을 압도하고 초월하는 어떠한 능력이

있다면 보통의 그런 경우 천기(天機)가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후천적으로 노력해도.. 선천적으로 받아 내려지는 그 능력을 압도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그런 사람이 있어요.

근데 어린 나이에 몹쓸 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쭉 살아서 컸으면 엄청난 수재가 되었을 것을... 근데 자기가 죽어서 모든게 수포가 됬으니

그 억울함이란 정말 말도 못합니다.

누구때문에 죽은건 아니지만 살아생전 못했던 그런 일들때문에 쉽사리 갈길을 들려하지 않아요.

가까운 사람 주위를 떠돌면서 귀신 입장에선 해꼬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해꼬지라고 느낄만한 그런 짓들을

합니다.

갑자기 집안 사람이 아프다던지.. 병원 가보면 당연히 별 이상없다고 하죠.

몸이 이상해서 아픈게 아니라 귀신이 얹혀있으니까 그런겁니다.

아예 쫓아버리거나 내지는 위령(혼을 위로함)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근데 이게 누구한테 죽었다던지.. 이러면 더 골치아픕니다.

귀신에겐 오로지 남아있는건 살아생전 할 일들이 자신을 죽인 사람때문에 모두 좌절되었다는

그런 사무친 원한과 분노밖에 남지 않아요. 이러면.. 두고두고 악순환이 끊이질 않습니다.

죽어서도 괴롭힌다는 말입니다.

귀신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정말이지 괴롭고 고된 일입니다.

더욱이.. 더 불행한건 그 당사자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가까운 사람들 - 혈족이라던지

에게까지 그 앙화가 미칩니다.

이런 경우엔, 무당도 쫓아버릴 정도로 그 기운이 매우 악독해서 너무 심하면 손도 못대는 경우도 많아요..

쫓아내는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왜냐면 쫓아내려면 그보다 더 기가 센 사람이 와야 하는데

원한에 사무친 귀신은 이승과 저승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기가 흐르니까요

그래서 무당이 손을 쓸 수 있으면 쓰고

-무당이 손을 쓴다는 것도 무당이 가해자 대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빌어 위로하는 것 밖에 없어요 -

그것도 안되면 그 가해자가 직접 처절하게 빌고 또 비는 수 밖에 없습니다.

처절하리만큼 울고불고 빌지 않으면.. 어설프게 달래주려고 하면 택도 없습니다.



또 한가지 해라고 하는 건...

가령 동물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표시해놓고 다른 동물들이 오면 물어뜯어 쫓아내려고 합니다.

어쩌면 그거하고 비슷한걸지도 모르겠네요


우리가 걸어다니는 길, 사는 집, 논 밭...

불과 몇십년전만 해도 지금과는 다른 지경이었습니다.

무어가 있었을지 모르죠.

거기서 사람이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김없이 귀신을 봤다고 하는 장소,

괜히 귀신을 보는게 아닙니다. 뭔가 연고(緣故)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길거리를 가다보면 사고다발지역 간판은 없어도 항상 주위를 어슬렁 배회하는 이들이 있는데

아마도... 노상에서 죽은 사람일 겁니다.

왜냐면 귀신은 죽은 자리를 떠도는 특성이 있어요. 정확히 왜 그런지는 모릅니다..


그렇게 따지면 오히려 연고가 없는 땅이 드물겁니다.

그러기에 귀신보는 일도 다반사이고요.

흉가에 귀신이 많이 나온다는 얘기도

왜냐면 흉가는 원래 살던 사람이 죽어 그렇게 오래 방치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거기다가 험한 꼴을 당해 죽었다면.. 산 사람이 들어가도 결코 좋지 않겠죠?


정확히 말하자면 귀신은 자신이 죽었던 땅 이외에도

자신이 살아생전 몸담았던 그 육체, 묻힌 터에 강한 집착을 합니다.

시신을 함부로 다루면 사체손괴나 훼손죄가 있지만.. 그 시신의 원래 주인에게도 엄청난 죄를 짓는겁니다.

똑같아요.. 옛날 어른들이 무덤 함부로 밟지 말라고 합니다.

무덤 잘못밟다가 눈뒤집힙니다. 절대 하지마세요.

이건 일종의 공격성의 해악이라기 보다는 방어적인 본능일 뿐입니다.

흉가 등지에서도 아마 그 집에 몸담았던 귀신은 이방인들의 방문이 그다지 반갑진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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